방송연예

강호동토크쇼 '강심장', 기대와 우려사이

바람을가르다 2009. 8. 28. 10:45

예능계의 천하장사 MC강호동이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를 진행한다. 올초 SBS를 통해 강호동쇼를 진행하게 될 것이란 소문만 무성하게 돌았을 뿐, 안팎으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많아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던 기획이 가을개편을 앞두고 모습을 드러냈다. SBS의 예능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10월 개편을 앞두고,  ‘강심장’이란 타이틀로 9월24일 첫 비공개 녹화를 앞두고 있으며, 첫 방송은 10월초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덧붙여 재밌는 사실은 유재석이 진행하는 목요일 밤 <해피투게더>와 동시간대에 맞불을 공산이 크다고 하니, 두 사람간에 또 한번의 빅뱅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MC라면 누구나 꿈꾸게 되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건 토크쇼를 강호동이 손에 쥐었다. 사실 예능계를 양분하는 유재석과 강호동, 그리고 예능계의 대부이자 오랜 방송생활을 통해 쌓아 온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이경규를 제외하면, 현재 감히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를 진행할 수 있는 MC는 없다고봐도 무방하다. 이슈를 만들고, 안방에서 파괴력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사람으로 압축된다고 볼 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에 불과할 뿐, <유재석쇼>든, <강호동쇼>든 근시일내에 출현은 기정사실화 되있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미 선전포고를 해버린 강호동의 <강심장>이, 과연 <무릎팍도사>나 <야심만만>과 얼마나 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까에 모아진다.

토크쇼 '강심장'의 정확한 프로그램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강호동이 게스트를 초대해 토크 배틀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2∼3명 패널들이 참여해 분위기를 띄울 듯 하다. 무엇보다 그동안 강호동이 진행해 온 기존 예능프로그램과 다른 성격으로 '인간 강호동'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지금의 기획안으로만 볼 땐, 이슈만큼 <강심장>은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토크배틀은 이미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서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무릎팍도사를 뛰어넘는 토크배틀이 가능할까? 만일 기획의도대로 캐릭터를 설정한 예능MC가 아닌, 인간 강호동의 모습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새로울 지 모른다. 다만 그의 예능 끼를 죽이는 형태로 신선함을 찾으려고 한다면, 오히려 자충수가 될 공산도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각에서 제기하듯, 확실한 로드맵없이 단지 강호동의 재능에 의존한 <강심장>이 탄생할 경우, 시기적으로 빠른 것은 차치하고 무리수가 될 것이란 말과 상통한다.   

그럼에도 강호동이기 때문에 강심장은 뛸 수 있다. 무릎팍도사의 내공을 선보였던 강호동이기 때문이다. 분명 무릎팍도사와 차별화를 주기 위해 제작진과 그는 노력할 것이다. 또한 최근 <박중훈쇼>의 실패를 지켜보았던 강호동이 주저없이 선택한 길이라면, 그에 맞는 이유와 자신감이 동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두가지 측면에서 성공과 실패의 거울을 동시에 쥐고 있는 그가 시청자에게 또 다른 빛을 반사시킬 가능성도, 누구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토크쇼는, 초창기 <자니윤 쇼>를 필두로 주병진, 서세원, 이홍렬 등이 뒤를 따랐다. 최수종, 김혜수, 이승연처럼 배우들도 선보였고, 이문세와 같은 가수도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 그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당대 최고라고 볼 수 있는 연예계의 브랜드만이 자신만의 토크쇼를 구축해왔다는 사실에서, 강호동 쇼는 현재 그의 재능과 위상을 다시한번 각인시켜 준다. 
물론 간판에 이름석자 내놓았다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한 이들도 분명 있었다. 무엇보다 이전의 토크쇼를 진행했던 MC들은 시청률을 떠나, 대부분 게스트의 가쉽에 치우친 싸구려 토크쇼의 전형을 선보였다고 볼 수 있다. 그 가벼움에 시청자들은 질 높은 정통 토크쇼를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박중훈쇼>를 지켜보며, 시청자들은 박중훈의 진행 역량에 고개를 돌렸다. 덕분에 <무릎팍도사> 강호동의 재능은 크게 부각되었고, 그에 대한 만족도가 더욱 상승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 점은 강호동의 <강심장>이 뛰어넘어야 할 산은 <해피투게더>의 유재석이 아닌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라는 사실로 귀결된다.      

성공에는 달콤한 열매가 따르지만 실패는 보약이 아닌 자칫 추락하는 날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무릎팍도사 강호동이 이번엔 제대로 강심장을 드러냈다. <무릎팍도사>와 <야심만만>이라는 틈사이에서, <강심장>은 어떠한 마케팅으로 토크쇼의 블루오션을 개척할 지 사뭇 기대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