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의 토크쇼 성공전략은 네거티브였다?
강호동의 잠정은퇴선언과 함께 전격 폐지된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의 자리를 ‘라디오스타’가 통으로 채우고 있다. 그러나 라디오스타는 무릎팍도사의 서브코너로, 황금어장의 간판이 되기엔 부족하다. 어둡고 칙칙한 스튜디오 분위기와 거침없이 독설을 뿜는 MC김구라가 전면에 나서는 라디오스타는, 시청자에게 전반적으로 마이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강호동의 토크쇼 무릎팍도사를 커버하기엔 버겁다.
그렇다면 무릎팍도사를 대체할 프로그램은 있을까. 김승우의 ‘승승장구’와 이경규-한혜진-김제동이 진행하는 ‘힐링캠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유는 무릎팍도사와 유사한 컨셉을 가졌기 때문이다. 게스트를 초대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재조명하는 토크쇼. 특정 주제를 놓고 여러 게스트들을 초대해 입답을 뽐내는 유재석의 ‘놀러와’나 ‘해피투게더’, 이승기의 ‘강심장’과는 확실히 차별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승승장구’와 ‘힐링캠프’를 무릎팍도사의 대안으로 삼기엔, 시청자의 관심에서 너무 빗겨가 있다는 게 딜레마다. 시청률 10%중반을 꾸준히 오가며, 출연하는 게스트를 늘 화제에 중심에 올려놓았던 무릎팍도사와 달리, 승승장구와 힐링캠프엔 게스트로 누가 출연했는지 번번이 대중의 관심밖에 놓이고, 시청률 또한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토크쇼의 형식뿐 아니라, 게스트로 유명 인사가 출연하는 건 닮았는데, 화제성이나 시청률, 어느 하나 무릎팍도사를 따라 잡지 못한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바로 컨셉은 닮았지만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릎팍도사’가 시청자의 꾸준한 관심속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엔, 게스트를 쥐락펴락한 탁월한 MC강호동이 있었다. 그리고 힐링캠프나 승승장구에서 보기 힘든 강호동의 네거티브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강호동의 토크쇼 성공전략은 네거티브였다?
10.26 재보궐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후보가 한나라당 나경원후보를 누르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박원순후보가 나경원후보를 이길 수 있었던 배경으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객관적인 수치에서 접근하면, 바로 투표율이 높았다는 것. 50%에 가까운 투표율. 평일에 투표가 이뤄진 재보선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투표율이 높으면 전통적으로 야당에게 유리하다는 속설이 이번에도 입증된 셈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투표율이 높았던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안철수 바람, SNS위력 등을 우선적으로 꼽았지만, 그에 앞서 양측 후보 진영간에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기 때문이란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양측은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해 끊임없는 진실공방을 벌였고, 유권자는 이에 관심을 보이며 뜨겁게(?) 반응했다.
만일 양측 후보가 네거티브없이, 선거 공약만으로 승부를 벌였다면 어땠을까. 유권자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투표율도 낮아졌을 것이다. 많은 유권자들은 제대로 지키지 못할 후보들의 선심성 공약보다는, 인물중심으로 후보의 역량을 평가하고 관심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즉 유권자는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놓았다는 것보단,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떤 가치관과 행보를 보여 왔는가에 더욱 주목한다. 공적인 문제보단 사적인 문제에 더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정치와 선거는 네거티브전략이 먹힐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TV토론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후보가 자기 얘기만 하면 시청자는 관심을 보이지 않을뿐더러 지루함을 느낀다. 시청자는 네거티브에 반감을 가지면서도, 후보가 상대방을 검증하고 약점을 꼬집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는 얘기다. 상대방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는지, 말투나 표정만봐도 시청자는 후보의 진정성을 파악할 수 있다.
돌아와, 예능의 토크쇼도 마찬가지다. 무릎팍도사가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건, 기존 토크쇼와 달랐기 때문이다. 게스트를 띄워주기도 하지만, 중간 중간 게스트가 곤란을 느낄만한 질문도 서슴지 않았다. 덕분에 게스트가 당황하는 모습도 자주 접할 수 있다. 때때로 MC강호동은 게스트의 약점을 찌르듯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고, 유세윤은 게스트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방을 떨었으며, 올밴은 게스트에 무관심한 듯 시큰둥했다. 특히 강호동은 어설픈 듯 보이지만, 집요한 추궁도 마다않았다. 그 집요함이 지루하기 쉬운 토크쇼에 집중력을 가져왔다.
힐링캠프와 승승장구가 무릎팍도사의 대안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힐링캠프는 철저히 포지티브전략을 구사하며, 게스트가 하고 싶은 얘기를 위주로 담아 게스트띄우기에 바쁘다. 더 큰 문제는 게스트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진행하는 과정이 굉장히 산만하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기승전결이 없다. 그나마 탁 트인 공간에서 토크를 나눈다는 것, 숨겨진 예능 보석 한혜진을 발굴했다는 점이 수확이다.
승승장구는 네거티브도 아니고 포지티브도 아니다. 색깔이 없고 무미건조하다. 스튜디오 분위기부터 딱딱하고 칙칙하다. 뭔가 답답하고 눈에 피로감을 준다. 게다가 주병진이 했던 90년대 토크쇼형식을 취한다. 전반적인 스타일이 올드하다보니, 게스트의 답변도 올드한 느낌을 주고 진정성도 반감된다. 이것이 곧 주병진이 토크쇼로 복귀한다해도, 과거의 스타일을 고집한다면 필패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무릎팍도사는 강호동의 적절한 네거티브전략으로 지루하고 산만하기 쉬운 토크쇼에 재미를 불어넣었고 성공을 거두었다. 극단적인 네거티브 라디오스타, 포지티브에 가까운 승승장구와 힐링캠프는, 무릎팍도사의 성공 그리고 차별을 두기 위해 생겨난 셈이지만, 폭넓은 시청자를 끌어들인 무릎팍도사와 견주어 인지도와 시청률면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이 차별성을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시청자의 관심으로 돌리고 재미와 공감으로 연결하는 힘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강호동의 무릎팍도사에 익숙해졌고, 그 이상에 파격과 신선함을 줄 수 없다면 시시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토크쇼에 대한 시청자의 무관심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