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형제들, 왜 여자는 최악으로 나올까?
KBS주말드라마 ‘오작교형제들’은 전체 시청률 1위를 달릴 정도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막장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폭행, 불륜 등 자극적인 에피소드가 없고, 좌충우돌하는 네명의 형제들을 중심으로 재미를 엮어가는 가족극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 시청자의 어필하고 사랑받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작교형제들에서도 불편한 주말드라마의 인기방정식이 존재한다. 바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캐릭터보단 여자캐릭터들을 최악으로 만들어, 시청자의 심기를 건들린다는 사실이다. 오작교형제들에서도 사건과 문제를 일으키는 발단은 주로 여자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남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시청자에게 ‘항상 여자들이 문제야!’라는 인식을 심으며, 드라마의 주시청자인 여성은 물론, 남성까지 끌어모으는데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오작교형제들, 왜 여자는 최악으로 나올까?
16일 방송된 오작교형제들 22회에서는, 백인호(이영하)의 세 번째 아내이자 백자은(유이)의 새엄마 정윤숙(조미령)이 오작교농장을 찾아와, 황창식(백일섭)과 박복자(김자옥)에게 남편이 임대해 주었던 농장을 돌려달라며 협박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덕분에 정윤숙은 짜증을 부르는 최악의 밉상녀로 등극했다.
농장은 정윤숙이 아닌, 각서를 들고 나타난 백자은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간 농장을 운영했던 박복자는, 욕심에 눈이 멀어 자은의 각서를 훔쳤고 갈 곳 없는 자은을 내쫓기까지 했다. 박복자가 아무리 시어머니를 잘 모시고, 남편에게 잘하며, 자식들을 잘 키워냈다고는 하나, 남에 자식 귀한 줄 모르고 도둑질과 거짓말을 한 문제의 여자였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박복자와 백자은은 사라진 각서로 인해 싸움을 벌였지만, 현재는 함게 농장일을 하며 모녀지간처럼 친해졌다. 그럼에도 박복자는 백자은에게 각서를 돌려주지 않았고, 그녀가 훔쳤다는 사실을 막내아들 태필(연우진)이 알게 됐다. 박복자에게도 양심이 있어서 백자은을 보면 죄책감에 시달렸었고, 오히려 태필과 남편에게 훔친 각서를 들킨 것이, 마음의 짐을 덜고 개과천선의 기회가 된 셈이다. 그리고 남편 창식이 자은에게 각서를 돌려주자며 복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밉상 정윤숙이 나타난 것이다.
밉상의 바통이 엄마뻘되는 박복자에게 바락바락 대들었던 백자은에서, 각서를 훔친 박복자에게 넘어갔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박복자에서 사기꾼같은 정윤숙으로 넘어간 셈이다. 이렇듯 밉상행동을 저지른 여자에겐, 더 나쁜 여자를 등장시킴으로써 밉상이미지를 벗겨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남자캐릭터인 아들 태필과 남편 창식은 박복자의 잘못을 지적하고, 태희(주원)는 자은과 연애모드에 진입하고 있다. 각서를 둘러싼 실질적이고 능동적인 해결의 실마리가 남자들에 의해 움직인다.
신혼부부 황태범(류수영)과 차수영(최정윤)은 어떤가. 하룻밤에 실수로 혼전임신을 하고, 사랑이 아닌 뱃속에 아이때문에 계약결혼을 감행한다. 때문에 두 사람이 극복해야 할 문제가 크지만, 현재는 태범과 장모 여경(박준금)의 기싸움이 한창 진행중이다. 문제는 상식적으로 볼 때, 태범보단 지나친 간섭과 핏대를 세우며 사위에게 막말을 스스럼없이 작렬하는 장모 여경이 더 심각해 보인다는 점이다. 사위도 자식인데, 오직 딸의 입장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무개념 장모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목소리만으로 짜증을 부르는 안젤리카. 느닷없이 태식(정웅인)의 아이라며, 아홉살 아이를 한국으로 보낸 안젤리카는 도대체 뭔가. 태식의 과오로 볼 수도 있지만, 둘 사이에 자식이 있다는 걸 9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밝히고, 책임지라며 떠넘긴 안젤리카의 행동은 납득하기 힘들다. 결혼하려던 태식과 예진(윤주희)사이에 훼방꾼 노릇을 하며 시청자의 눈총을 받았던 미숙(전미선)의 미운털을 벗기는 데, 태식의 아이가 동원된 셈이다.
여기에 뭘 해도 망삘인 여자 여울(송선미)도 한량같은 태필의 도움이 절실하다. 즉 오작교형제들에서 여자캐릭터들은 전반적으로 흠결도 많지만, 항상 사건과 문제를 일으키고 갈등을 부추기는 주범이 된다. 동시에 문제의 해결은 주로 남자 캐릭터들의 양심과 개념, 그리고 넓은 마음과 최선은 못 되도 차선은 찾아갈 줄 아는 판단력이 동반된다.
대표적으로 시청률 40%를 돌파했던 '수상한삼형제'도 그랬지만, 특히 주말드라마는 극단적일 정도로 문제가 많고 사고를 잘 치는 여자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여자의 적은 여자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문제를 일삼는 찌질한 남자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 남성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국 오작교형제들도 가족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여자를 최악으로 만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막장드라마의 흥행공식을 쫓고 있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