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남자의자격 청춘합창단, 엉망진창 이별에 청춘을 보다?

바람을가르다 2011. 10. 10. 10:23






9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에선, 청춘합창단의 마지막(?)이 그려졌다. KBS 합창대축제 출전한 청춘합창단은 지휘자 김태원의 손끝을 따라, ‘사랑이란 이름을 더하여’와 ‘아이돌메들리’를 멋지게 선보여 지켜보는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끌어냈다. 그 결과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기쁨도 누렸다.

청춘합창단이 52세 이상의 어르신들과 함께 했기 때문일까. 은상은 마치 실버합창단에게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느껴졌다. TV를 통해선 다른 합창단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었기에 전체를 평가할 수 없지만, 지금껏 지켜봐 온 청춘합창단은, 그 어느 때보다 합창대회에서 완벽한 하모니를 보여줬다. 대상을 받았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게다가 이번 대회를 위해 써내린 김태원의 자작곡 ‘사랑이란 이름을 더하여’는 분명 심사점수에 플러스요인이었다.

그러나 ‘남자의자격’이란 방송과 청춘합창단을 바라보는 매스컴의 힘이, 오히려 그들을 은상(실버)안에 가두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잘 해도, 아무리 실수를 해도, 결국 은상은 처음부터 그들의 몫인 것 같은. 때문에 수상결과도 청춘합창단에겐 상징적인 의미일 뿐, 그들이 마음속에 맺은 결실은 더 빛나고 크게 다가왔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보여줬다.’는 자부심, 그리고 합창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 그래서 그들은 합창이 끝난 후, 무대에서 내려와 기쁨과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남자의자격 청춘합창단, 엉망진창 이별에 청춘을 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청춘합창단에도 이별의 순간이 왔다. 단원들은 지휘자이자, 청춘합창단의 대장 김태원을 위한 3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케익, 그리고 녹음기에 담은 김태원에 대한 감사의 인사말. 남격합창단 1편이 오버랩됐다. 박칼린을 위해 준비했던 합창단의 케익과 영상메세지. 그래서인지 다소 거부감도 느껴졌다. 준비된 이별이 1년 전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닮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바로 세 번째 선물. 부활의 곡이자, 김태원이 만든 ‘생각이나’를 청춘합창단이, 김태원-임혜영-박완규를 위해 불러주었다. 마치 김태원이 ‘사랑이란 이름을 더하여’를 청춘합창단 단원들에게 바쳤던 것처럼, 그들도 지휘자 김태원의 곡을 그들만의 목소리로 담았던 것이다. 김태원에겐 그 무엇보다 감동적인 깜짝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생각이나’의 가사말도 이별을 애기하는 그들에게 너무나도 어울렸다.



하지만 합창은 엉망진창이었다. 하모니는 고사하고 음정, 박자가 흐트러졌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그들의 눈물이 채우고 있었다. 너무 좋아서, 내일이 되면 그리움이 되는 이별에는 애, 어른이 따로 없다. 아들같은 김태원의 앞에서, 아버지-어머니들은 목놓아 눈물을 흘렸다. 이별의 하모니는 엉망진창이었지만, 청춘합창단이 보여준 최고의 감동이 녹아있었다. 합창은 엉망진창이 되고 단원들의 폭풍눈물이 쏟아졌을 때, 처음으로 그들도 아이처럼 보였고 ‘청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번 청춘합창단은, 박칼린이 이끌었던 지난 남격합창단 1기에 비해, 주목도 덜 받았고, 커다란 이슈를 낳지도 못했다. 오히려 재탕이란 비난속에 ‘식상하다’는 편견과도 맞서야 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박칼린-배다해-선우 등 이렇다 할 스타가 없었다는 데에서 찾기도 했다.

사견이지만, 김태원의 청춘합창단은 박칼린의 남격합창단 1기보다 박수쳐 줄 요소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52세 이상의 나이 많은 어른들의 도전이기 때문이 아니다. 나이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도전하는 자세나 합창자체에 가장 충실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청춘합창단의 단원들은 연예인도 아니었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출연한 것도 아니었다. ‘합창’ 그 자체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누가 한 사람 튀려고 하지 않았고, 오직 하모니를 위해 서로를 배려하고 손을 내밀었다.



그들은 합창단의 주연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서 주연이 되기 위해 청춘합창단을 찾았다. 대중의 인기가 아닌, 인생에서 즐길 수 있는 도전, 활력, 희망 등을 찾았고, 품는 데에 성공했다. 같지만 다름을 보여주기 위해, 합창곡을 만들었고, 편견을 부수기 위해 아이돌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리고 소년원과 훈련소를 찾아 좋은 걸 나눌 줄도 알았다.

김태원은 청춘이라고 결심하는 시작부터, 청춘은 시작되고 이어진다고 정의했다. 단순하지만 공감가는 한마디였다. 그러나 그 한마디를 알면서도, 자신의 인생 안에 품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뱉으면 쉬운 말 한마디에 불과하지만, 실천에 옮기는 건 그만큼 힘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춘합창단은 보여줬다. 최소한 청춘합창단이 시작하고 연습하고 대회가 끝나는 순간까지는, 분명 그들은 가장 빛나는 청춘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청춘합창단을 보고 시청자가 기억해야 할 것은, 어쩌면 그들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아닌 새로운 도전과 ‘시작’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