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혜 드레스, 정말 욕먹을 일인가?
'IT의 제왕' 故스티브잡스를 누르고, 대한민국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올킬한 여배우가 등장했다. 바로 무명의 여배우 오인혜. 그녀는 지난 6일 있었던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BIFF)에서, 가슴라인이 시원하게 드러나는 파격적인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아, 네티즌 사이에 최고의 이슈를 낳은 스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오인혜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지만, 그녀의 노출드레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웠다. 파격적인 노출만큼이나 민망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기 때문이다. 무명의 여배우가 대중의 환심을 사고 연예인으로서 뜨기 위해, 과도한 노출을 감행했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심지어 노출과 연관지어, 그녀의 인격이나 신체를 비하하는 네티즌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인혜 드레스, 정말 욕먹을 일인가?
오인혜의 드레스는 노출 수위가 높다. 드레스자체도 아름다움이 느껴지기보단, 노출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조잡스럽게 디자인을 했다는 생각이 앞설 정도다. 그러나 오인혜가 선택한 드레스였다. 드레스를 입을 당사자가 선택했다면, 특별히 문제될 사안은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오인혜는 드레스를 입고 누구보다 당당하게 레드카펫을 밟았고 포토라인에 섰다. 스스로 민망해 하거나 노출 부위를 가리려 애쓰지 않았다. 노출이 과다한 의상을 입고, 스스로 감당하지 못해 손과 팔, 핸드백 등을 이용해 노출 부위를 가리기 급급했던 몇몇 여배우들과 달랐다. 흡사 파격드레스의 원조 격인 김혜수의 당당한 인상마저 받을 수 있었다.
여기서 불편한 간극이 발생한다. 김혜수나 김소연 등 알려진 배우가 노출이 과다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면 파격이 되고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 된다. 그런데 오인혜처럼 덜 알려진 배우가 비슷한 노출을 하고 나타나면, 왜 뜨고 싶어 안달이 난, 싸구려 연예인취급을 받고 천박하고 수치스러운 대상이 놓여야 하는가에 있다.
그러한 논리라면, 무명여배우는 얌전하게 입어야 하고, 노출드레스가 입고 싶다면 일단 유명해지고 나서 입어야 한다는 법칙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대중의 관심을 받고 뜨고 싶어서 노출드레스를 선택했다는 비판도 형평성에서 어긋난다. 영화제에 나타난 배우들중에 대중의 관심을 거부하는 배우는 사실상 없다. 관심받고 싶어하는 건 오인혜뿐만이 아니란 얘기다. 인기가 있건 없건,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그들 나름의 준비를 하고 나타난다.
영화제는 학교행사가 아니다. 교복마냥 천편일률적인 드레스를 입고 나타날 필요가 없다. 동시에 의상은 자신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다. 개성과 자기표현의 측면에서 봐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단지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민망함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불견이 되면 곤란하겠지만, 적어도 본인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고, 당당해 할 수 있는 노출드레스까지 목소리를 높여가며 비난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튀고 싶어 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무난함이 미덕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앞서 작용한다. 그것이 절대 선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별도로, 타인을 많이 의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노출의상에 대해 ‘민망하다.’, ‘보기 안 좋다.’는 식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의상을 검열하는 시대도 아닌데, 노출의상만으로 사람의 인격을 폄하거나 왜곡하는 일을 없어야 맞지 않나. 대중의 관심이 필요한 직업연예인 오인혜가, 노출드레스를 입고 영화제에 나타났다. 그리고 대중은 관심을 보였다. 일시적인 관심이 톱스타로 만들어주지도 않거니와, 남들보다 관심 좀 더 받았다고 해서 논란거리가 될 수도 없다.
오인혜가 대마초를 핀 것도 아니고 폭행을 하거나 사고를 친 것도 아니다. 다른 여배우들마냥 영화제에 나타나, 본인의 몸매를 과시하기 위한 파격적인 노출드레스를 입었을 뿐이다. 인지도가 없고 인기가 없다고 해서 욕을 먹어야 하나. 창피해야 할 문제는 노출수위도 아니고, 스스로를 대중에게 어필하고자 파격드레스를 선택하고 당당하게 입장했던 오인혜도 아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잘못됐다는 식의 이중적인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