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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 바람에실려, 임재범이 무서우면 망한다!

바람을가르다 2011. 10. 5. 11:40






‘나는가수다’의 신드롬을 일으켰던 일등공신 로커 임재범이 MBC ‘우리들의 일밤’으로 돌아왔다. 다만 임재범은 나가수가 아닌 일밤의 새코너 ‘바람에 실려’에 간판으로 복귀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바람에실려’는 임재범-지상렬-김영호-이준혁-넋업샨-이호준-오상진 등이 미국을 횡단하며,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통해 한국의 음악을 미국 현지에 소개하는 과정을 담은 로드뮤직버라이어티를 표방한다.

로드뮤직버라이어티? 뭔가 거창하고 복잡하다. 쉽게 말해 ‘1박2일’같은 리얼버라이어티에 메인 미션은 음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지난 2일 ‘바람에실려’가 베일을 벗고 첫방송을 탔다. 시청률 6%로 임재범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저조한 출발이었다. 그러나 재미의 측면에서 볼 때, 향후 발전가능성은 6%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재미의 중심은 예능감이 좋은 임재범이었다. 동시에 발전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도 임재범이었다는 게 아킬레스다.



일밤 바람에실려, 임재범이 무서우면 망한다!

임재범은 기본적으로 예능에 매우 어울릴 만큼 입담도 좋고 캐릭터도 확실하다. 문제는 전체적인 분위기다. 상당히 무겁고 칙칙하고 불안하다. 임재범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경직되어 있다. 그 분위기가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됐다는 점이 아쉬웠다. 일요일 저녁예능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김영호-넋업샨-이준혁 등 예능이 낯선 멤버들도 있기 때문에, 시작은 어색하고 불안한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메인이자 프로그램의 간판인 임재범에게 멤버들은 지나치게 주눅이 들어있고, 그를 쉽게 제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우려스러웠다. 멤버들이 임재범의 눈치를 과하게 살핀다. 그래선 쉽게 조화를 이룰 수 없다.



‘바람에실려’는 리얼버라이어티다. 리얼버라이어티가 성공하려면, 멤버간에 조화를 바탕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나이나 경력 등을 배제하고, 수직이 아닌 수평적인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 즉 임재범이 멤버들을 컨트롤해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임재범이 수시로 멤버들에게 컨트롤 당해줄 수 있어야, 리얼버라이어티 장르의 재미가 살기 때문이다.

첫방송에서 ‘바람에 실려’는 임재범 일인만 돋보였을 뿐, 나머지는 병풍에 가까웠다. 제작진이 아무리 자막으로 지원사격을 해도, 임재범에게 쏠린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나마 막내 이준혁이 일주일마다 대장을 바꾸자면서, 겁 없이(?) 임재범의 심기를 건드리며 캐릭터를 잡아가고 있었다는 게 희망적이었다.



반면 지상렬은 예능에 잔뼈가 굵지만, 프로그램을 리드하기엔 지나치게 가볍고 매끄럽지 못했다. 김영호는 사자캐릭터로 호랑이 임재범에게 맞서고, 갈등을 빚을 수 있는 멤버로 적합했지만 침묵모드로 일관해, 과연 호랑이 잡는 사자가 될 수 있을 지 의문을 낳았다. 넉업샨은 제대로 병풍이었고, 하광훈-이준호에겐 음악외적인 예능감을 기대하긴 무리로 보였다.

결국 어느 정도 캐릭터가 잡힌 임재범-김영호-이준혁-지상렬이 예능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조차 어색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지켜보기 부담스러울 정도다. 물론 그 어색함조차 자연스러운 재미로 연결될 때가 있다. 다만 시청자가 보기에 어색함조차 부자연스러울 땐 부담이 되는 거다.



‘바람에실려’의 문제점은 단순하다. 멤버들이 임재범을 경계하거나 무서워하면 망한다는 사실이다. 임재범도 예능을 하기 위한 동료로 봐야 한다. 임재범의 카리스마에 눌리면 임재범은 살지 몰라도, 다른 캐릭터가 모두 매장된다. 멤버는 일곱 명인데, 임재범을 제외하곤 나머지 여섯 명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멤버들의 활용도가 낮아진다. 임재범의 캐릭터를 망가뜨리는 한이 있어도, 다른 이들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부각될 수 있도록 만들어 멤버들이 음악여행을 즐길 수 있느냐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다행인 건, 임재범은 카리스마를 버리고 스스로 망가져 줄 마인드가 보였다는 점이다. 오히려 멤버들이 임재범을 카리스마 안에 가두려고 몰아가는 것이 악수로 보였다. 그래서 예능 새내기 이준혁이 돋보였던 것이다. 그도 임재범을 두려워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준혁이 임재범을 부담없이 건드리니, 임재범도 예능에 걸맞는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표출됐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많이 부족하다. 결국 시청자와의 수평적인 눈높이를 위해선, 멤버들간에 수평적인 관계도가 드러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