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강호동의 빈자리현상 3가지?
지난 2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선, 다섯 멤버들이 전국의 5일장을 찾아가는 개인미션이 진행됐다. 그러나 그에 앞서, 연예계를 잠정 은퇴한 강호동의 공백을, 과연 1박2일의 남은 5인방(이수근-은지원-이승기-엄태웅-김종민)이 얼마만큼의 재미를 바탕으로 극복할 수 있는가에 시청자의 초점이 맞춰졌다.
일단 나영석PD는 멤버들에게 전국의 5일장을 찾는 개인미션을 부여함으로써,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쉬운 강호동의 공백을 최소화시키는 데엔 일정부분 성공했다. 강호동이 차지했던 분량을 엄태웅-김종민에게 분산시킴으로서 멤버들의 에피소드에 균형을 맞추었고, 장터속에 시민들과 어울리면서 1박2일의 장점을 극대화하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맏형이자 메인MC 강호동의 빈자리는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1박2일, 강호동의 빈자리현상 3가지?
1. 달라진 오프닝
시작은 중요하다. 시작할 때 어수선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방송을 녹화하는 멤버와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쉽게 산만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늘 강호동의 넘치는 에너지와 우렁찬 목소리가 잡아줬다. 그랬던 강호동이 없었다. 멤버들의 짤막한 몸개그가 이어졌고 강호동을 대신해 막내 이승기가 ‘1박2일’을 외쳤다.
강호동과 이승기의 차이는 뚜렷했다. 강호동의 외침은 거칠지만 힘있고 남자다움이 느껴지는 반면, 이승기는 부드럽지만 상대적으로 여성스럽다. 오프닝에서부터 1박2일 시청자에겐 호불호가 갈리기 쉬웠다. 게다가 이 날 방송 톤은 전반적으로 이승기의 외침처럼 잔잔했다. 그동안 1박2일은 야생, 남성이미지가 강했는데, 강호동 한명이 빠지니 급격하게 여성스러워졌다.
2. 이수근도 인정한 6시 내고향?
경남 창녕을 찾았던 이수근은 도넛츠를 파는 상인앞에서, 1박2일엔 ‘달인’도 있고 ‘6시내고향’도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이날 5일장에서 1박2일 멤버들은 6시내고향의 리포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5일장을 찾은 멤버들이 지역음식이나 물건을 소개했다. 물론 1박2일에서 자주 있었던 미션이라 딱히 새로울 것도 없다.
다만 1박2일의 장점은, 시민들의 진솔한 예능감을 자연스럽게 뽑아내는 것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멤버 누구도 시민들과 어울리며 예능적인 재미를 뽑지 못했다. 그나마 전남 구례에서 이승기에게 ‘강호동은 어딨냐?’고 물어본 아줌마가 가장 웃음(?)을 주었다. 1박2일속에 강호동의 존재감이 재차 드러난 장면이었다.
시민들은 1박2일 멤버들을 모두 알고 있지만, 그들을 연예인이란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그러나 강호동은 예외였다. 1박2일 강호동은 시민들에게 연예인스럽지 않았다. 때문에 강호동을 만나면 함부로 대하기도 하고, 과할 정도의 농담이나 스킨쉽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것이 6시 내고향에선 볼 수 없는 1박2일 웃음의 포인트이기도 했다. 강호동이 없으니, 일반 시민들의 예능감도 볼 수 없었다.
3. 1박2일 홈쇼핑, 바람잡이 은지원?
은지원은 오프닝에서, 맏형 강호동이 바라는 건, 남은 우리가 힘을 모아 열심히 방송에 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이 날 은지원은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비춰졌다. 그리고 은지원의 의욕은 지역특산물을 소개할 때 폭발했다. 덕분에 순간 1박2일 홈쇼핑을 보는 듯 했다.
이수근이 마른 갈치의 조리비법을 설명할 때, ‘황태구이처럼?’이란 추임새를 넣었던 은지원은, 이수근이 4마리가 3천원이라고 하자, 갈치 한 마리에 천원도 안 하냐면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엄태웅이 가져 온 고들빼기 김치를 먹고 나선, 김치에선 산삼 맛이 난다며 과장(?) 광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1박2일이 맛집프로그램이나 6시내고향스런 느낌은 종종 있었지만, 홈쇼핑같다고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이수근이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하면 옆에서 은지원이 바람을 잡는, ‘이수근-은지원’이 진행하는 한 편의 홈쇼핑을 본 듯 했다. 강호동이 부재하고 예능의 재미가 죽으니, 잠재하던 홈쇼핑의 이미지가 추가된 셈이었다.
1박2일 5인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됐고 무난했다는 평도 들린다. 더군다나 시청률면에서도 크게 변동이 없다는 점을 꼽아 성공적인 변신이란 말도 나온다. 그러나 강호동이 없는 1박2일은 예전같은 재미를 주는 데엔 분명 실패했다. 그리고 이번 방송과 같은 재미의 수준이라면 시청자의 이탈을 막을 수 없어 보인다.
물론 나는가수다에 임재범이 빠졌다고 급격한 몰락은 없듯이, 1박2일에 강호동이 없다고 해서 쉽게 무너질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엄태웅의 적극적인 동참도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이승기로 수렴하려는 캐릭터들 속에서, 강호동의 공백을 지우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다음 방송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데엔 한계가 느껴졌다. 무난했다는 평가, 무난한 재미, 그것은 곧 1박2일에 대한 기대감도 그만큼 줄고 있다는 또 다른 평가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