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남자 정종(이민우), 안전했던 능지처참?
29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공주의 남자> 22회에 마지막 장면은, 김승유(박시후)가 실패한 거사를 재차 도모하기 위해 이시애가 있는 함길도로 떠나기 전날, 이세령(문채원)과의 뜨거운(?) 하룻밤으로 채워졌다. 세령의 제안으로 말을 타고 밤길을 달리던 두 사람은, 뜻하지 않은 빗줄기에 몸을 피하려고 허름한 초가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상처로 얼룩진 두 사람은 이별을 얘기했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승유는 자신을 대신해 화살을 맞았던 세령의 등에 입은 상처에 키스를 하며 만리장성의 초석을 쌓았다.
김승유의 절친 부마 정종(이민우)이 경혜공주(홍수현)앞에서 능지처참을 당한 직후라, 굳이 이번 22회에서 승유와 세령의 ‘등키스 굿나잇’이 필요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앞으로 공주의남자가 단 2회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승유와 세령이 단둘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종-경혜공주도 키스와 합방으로 로맨스의 절정을 내달렸던 것을 고려할 때, 김승유-이세령에게도 몸과 마음을 다한 초가집 러브씬은 필요했던 셈이다. 비록 타이밍이 썩 좋았다고 볼 순 없어도 말이다.
공주의남자 정종(이민우), 안전했던 능지처참?
그에 앞서 정종의 능지처참은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였다. 정종은 신면(송종호)에 맞서 승유와 세령을 도우려 나섰다가, 뜻하지 않게 거사내용이 담긴 격문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격문이 신면에게 노출되는 상황이 너무 어설퍼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정종-경혜공주의 가슴 절절한 눈물의 임팩트가 워낙 컸기에 상쇄될 수 있었다.
경혜공주는 한성부에 끌려간 정종을 찾아갔다. 김승유가 있는 곳을 신면에게 알려주면 살 수 있다고 설득하지만, 정종은 경혜공주의 제안을 거절하며 친구 승유를 지켜낸다. 남편을 살리고자, 순간적으로 남편의 친구도 팔 수 있었던 경혜공주를 보면, 사랑때문에 아버지 수양(김영철)에게 등을 돌린 세령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게 만든 장면이기도 하다.
결국 정종은 처형장으로 끌려 나왔다. 정종은 수양을 향해, 비록 육신은 갈갈이 찢겨 죽으나, 자신의 영혼은 수양을 꿈속까지 찾아가 괴롭힐 것이고 후손에게도 마찬가지라며 대수양 안티선언을 했다. 그렇게 정종은 죽음앞에 두려움은 떨쳐냈다. 단지 아내인 경혜공주와 뱃속의 아이를 두고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음이 고통스러울 뿐. 때문에 경혜공주를 보며 마지막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려는 정종의 의연함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돌이킬 수 없는 운명에 놓인 경혜공주도 정종의 마음을 읽고서 하염없는 눈물속에 미소를 띄웠다.
그리고 능지처참. 사실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론 TV드라마에서 능지처참이 적나라하게 이뤄지는 장면을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목과 사지에 밧줄을 묶어 당기는 참형의 현장이 그대로 방송을 탔다. 아무리 드라마고 연기라지만, 사지에 밧줄이 묶인 이민우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단순히 연기투혼으로 포장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민우의 능지처참은 안전했다. 정종 이민우의 가슴을 자세히 보면, 특수효과에 자주 이용되는 피아노줄로 위에서 이민우의 몸을 당기고 있는 것을 포착할 수 있다. 즉, 위에서 피아노줄로 이민우의 몸을 지탱해주었기 때문에, 좌우에서 밧줄로 이민우의 몸과 팔다리를 팽팽하게 당길 수 있었던 셈이다.
특수효과 사용되는 피아노줄이 없었다면, 이민우의 몸이 TV화면속에서처럼 공중에 뜨도록 만들 순 없었을 것이다. 위에서 지탱해주지 않고 무작정 좌우에서 당기면 정말 위험해지는 순간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제작진의 준비가 철저했기 때문에 정교한 능지처참을 담을 수 있었다. 동시에 이민우의 표정연기도 리얼했다. 물론 피아노줄을 사용한 티가 낫다는 건 일종의 옥에 티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비록 옥에 티라고 해도 배우의 안전이 최우선되는 게 맞다. 그리고 정종의 죽음은 아쉽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