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주병진-이경규, 인연일까, 악연일까?

바람을가르다 2011. 9. 28. 11:26






연예계를 잠정은퇴한 강호동의 자취가 브라운관에서 하나둘씩 지워지고 있다. 그가 은퇴기자회견전에 출연했던, 1박2일 시청자투어에 이어 강심장도 마지막 방송분량이 나갔다. 패닉에 빠졌던 각 방송사 예능국도 국민MC 강호동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와 중에 주병진의 컴백소식이 알려졌다. 윤도현의 ‘두시에 데이트’자리에 주병진을 전격 투입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윤도현은 MBC고위층에서 내린 결정에 유감을 표시해, 네티즌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라디오에선 최강으로 꼽히는 컬투쇼와 경쟁을 하고 싶었다는 주병진의 의사를 반영했다고는 하나,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을 피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14년 만에 방송을 복귀하는 주병진에게도 부담이 가중되는 대목이다.

다만 일밤 ‘나는가수다’의 일등공신 윤도현을 내리고 주병진의 요구대로 라디오 DJ가 교체된 단순 배경에서 접근한다면, MBC측이 주병진에게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다. 즉 라디오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주병진이 MBC TV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내비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강호동의 ‘무릎팍도사’를 잇는 토크쇼에 주병진내정설도 제기됐다.



주병진-이경규, 인연일까, 악연일까?

현재 강호동의 잠정은퇴와 맞물려, 가장 주목을 받는 MC중에 한 사람이 주병진이다. 포스트 강호동으로 거론되는 예능인들에겐 단독MC로서 검증이 필요하지만, 주병진의 경우, 이미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MC로서 안정감을 담보한다. 또한 주병진은 이경규와 더불어 버라이어티 1세대의 대표MC로 인지도나 중량감에 있어 강호동과 견줄만하다. 게다가 14년 만에 방송복귀라는 점도 신선하다.

그렇다면 주병진이 14년의 공백을 극복할 수 있을까. 주병진은 지난 번 무릎팍도사에 게스트로 출연해, 녹슬지 않은 입담과 재치를 선보여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주병진도 인정했듯이 MC 강호동의 리드가 워낙 좋았고 1회성 게스트임을 감안할 때, 주병진이 본격적으로 방송에 출연한다고 해서 섣불리 성공을 확신할 순 없다.



물론 주병진의 전공분야인 토크쇼에선, 충분히 이름값을 할 것이란 예상은 가능하다. 그러나 토크쇼를 제외한다면, 주병진의 활동 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주병진이 경험하지 못했던 ‘1박2일’이나 ‘무한도전’같은 리얼버라이어티를 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이경규도 ‘남자의자격’을 하는데 주병진이 못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병진은 이경규와 캐릭터나 진행 스타일자체가 다르다. 특히 체력적인 문제나 팀원들과의 조화가 중요시되는 리얼버라이어티는, 그의 공백기를 더욱 절감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토크쇼에 올인했던 주병진에겐 감당하기 버거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엄밀히 말해, 주병진토크쇼의 성공여부도 불투명하다. 무난하고 정형화된 토크쇼에선 개그계의 신사로 불리던 주병진식 코드가 맞지만, 최근 토크쇼는 무릎팍도사나 해피투게더와 같이 캐릭터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토크쇼의 캐릭터는 프로그램의 생기를 불어넣을 뿐 아니라, 중간 중간 맥이 끊기는 맛이 덜하고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도 진행템포가 빠르게 느껴져 시청의 지루함을 최소화시킨다. 즉 주병진 본인도 과거 정통토크쇼에서 벗어나 캐릭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주병진은 컨셉이 다른 토크쇼를 많이 했다. 그러나 가장 성공하고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포맷은 초창기 일밤에서 보였던 토크쇼(?)였다. 일밤에선 토크쇼로 볼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게스트를 불러다가 일종의 콩트를 주병진과 이경규가 했었다. 당시 주병진이 진행을 하면 이경규가 막무가내로 태클을 거는 형식이었다. 이경규가 주병진에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성질을 부리면, 주병진이 이경규를 무시하거나 바보로 만드는 컨셉이었다. 주고받는 둘의 궁합은 최고였다. 주병진-이경규는 토크쇼에 캐릭터를 넣은 원조로 볼 수 있다.



과연 주병진이 방송에 복귀하고 맡게 될 토크쇼에 파트너로 누가 어울릴까. 최적의 파트너는 서로가 지닌 캐릭터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이경규다. 그러나 예능계의 대부로 우뚝 선 이경규가 과거처럼 주병진의 서브MC로 들어갈 리 만무하다. 또한 현재 두 사람이 한 프로그램에 선뜻 응할 정도로 사적으로 친분이 두텁다고 볼 수 없다. 때문에 ‘주병진-이경규’조합을 기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주병진에겐 이경규가, 이경규에겐 주병진이 서로에게 날개가 되어줄 수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현재 이경규는 ‘버럭-성질’캐릭터를 버리면서 밋밋한 캐릭터로 전락했다. 그렇다고 이경규가 예전처럼 후배들에게 성질을 부리면, 시청자에게 못된 이미지만 각인되고 거부감을 주고 만다. 이경규의 딜레마다. 그러나 만약 이경규가 연령대가 엇비슷한 주병진에게 성질을 부린다면 어떨까. 충분히 웃음의 코드가 될 수 있다.

주병진에게도 마찬가지다. 건방진도사 유세윤이 강호동에게 대들면서 균형을 맞추던 것처럼, 주병진을 마음껏 쥐고 흔들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그런데 주병진에게 부담없이 태클을 걸 수 있는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는 곧 주병진이 토크쇼를 한다면, 정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주병진의 센스있는 멘트 몇 개로는, 결코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놀러와’ 유재석에게 김원희가 있듯이, 주병진이 같은 라인에서 주고받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격이 없는 파트너가 필요한 이유다.



라이벌로 거론되는 주병진-이경규가 상하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공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두 사람이 과거 일밤에서 보여줬던 호흡을 구현할 수 있다면, 장르가 토크쇼든 리얼버라이어티든 성공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검증된 조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존심이 강한 두 사람을 한 화면에서 지켜보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을 전망이라 아쉬운 대목이다.

강호동의 잠정은퇴선언에 누구보다 침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이경규다. 천하장사 강호동을 연예계로 이끈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근데 공교롭게도 강호동의 빈자리에 이경규의 예전 파트너 주병진이 방송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게다가 이경규를 사실상 토사구팽했던 MBC예능의 새로운 간판에 벌써부터 주병진의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다. 이경규에게 주병진은 과연 인연일까, 악연일까. 주병진-이경규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