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1박2일 시청자투어, 기상미션을 망친 조장들의 담합!

바람을가르다 2011. 9. 26. 08:06



4주간 방송됐던 해피선데이 1박2일 시청자투어 3탄의 피날레는 눈물이었다. 25일 방송된 1박2일 시청자투어3탄에선, 이별을 아쉬워하는 참가자들과 이승기를 비롯한 1박2일 멤버들과 객원MC 성시경-백지영-전현무가 그들을 떠나보내며 눈물을 훔치는 장면으로 채워졌다. 한달, 하루, 한시간 등으로, 결코 시간에 좌우되지 않는 사람의 정이란 건 참으로 무서운 거다.

그러나 시청자입장에선 그들의 눈물에 무작정 공감할 순 없었다. 지난 시청자투어 1,2탄과 달리, 이번 1박2일 시청자투어 3탄은 정작 안방에서 TV를 통해 본 시청자에게 그들의 이별이 공감을 느끼도록 보여준 건 없었기 때문이다. 연예인 멤버들과 일반참가자가 따로 국밥같았던 과정에 공감할 수 없으니, 눈물이 넘쳐났던 결과에도 감동보단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과정을 보고 박수를 보낼 수 있었던 지난 시청자투어1,2탄이나 외국인근로자특집과의 차이였다.



1박2일 시청자투어, 기상미션을 망친 조장들의 담합!

이번 시청자투어 3탄은 자기소개->식사->장기자랑->기상미션->크루즈여행 코스를 밟았다. 여기서 시청자가 주인공이었던 건, 자기소개시간과 강바람을 맞았던 크루즈여행, 그리고 포토타임 뿐이었다. 비행기에서 잠시 이뤄지다 중단됐던 말뿐인 복불복, 현철-비스트 등 연예인 게스트까지 총출동시킨 연예인 장기자랑, 그리고 아침식사를 놓고 벌인 기상미션은 1박2일 시청자투어의 실패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특히 일반인 참가자들이 1박2일 프로그램 속에 능동적으로 동참할 수 있었던 기상미션은, 조장들의 담합속에 김이 새버렸다. 일반인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지 못하고, 연예인조장들끼리 해결을 보는 최악의 코스를 밟았다. 일반인들의 의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고, 조장들끼리 최선의 해결책을 찾았다며 회의 끝에 결론을 내버렸다.



나이의 합이 100단위로 떨어지게 만드는 팀. 조장들은 참가자들의 나이를 모두 더해, 나머지를 빼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한 사람만이 희생하면 된다는 결론을 냈고, 자화자찬에 들어간 멤버들은 물론, 제작진은 자막을 동원해 ‘천재’ 등의 수식어로 찬사를 보냈다. 덕분에 일반인 참가자들은 미션에서 또 한번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1박2일이 추구했던 버라이어티 정신의 실종을 여실하게 보여줬다.

그러나 유독 한 사람, 메인MC 강호동만은 조장들의 모임에 불참하면서 다큐가 예능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길목을 찾아낸다. 이승기는 방송을 통해,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기상미션에 성공해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면서, 조장들에게 모두 모일 것을 주문했다. 그러자 강호동은 ‘뭘 오라 가라.’하냐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며 팀원인 20대들과 수다에 열중했다. 바로 예능의 정석을 꿰찬 강호동과 다른 멤버들의 차이다.

이승기를 비롯한 조장들의 말대로 그들끼리 해결을 보면, 일반 참가자들이 할 일이 없어진다. 동시에 다음날 아침에 일반 참가자들과 함께 이뤄져야 할 제작진이 준비한 기상미션자체도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다. 강호동은 그 사실에 시큰둥했던 것이고, 조장모임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그나마 예능의 에피소드를 만들었던 셈이다.



나중에 20대를 제외하고 기상미션을 해결보려 한다는 사실을 이수근이 강호동에게 알렸고, 그제서야 몸을 움직였던 강호동. 동시에 강호동 혼자만이 아닌 20대 멤버들 전원을 데리고 각 조장들을 찾아가 사과를 했다. 즉 멤버들 중 일반참가자들을 기상미션 안에 끌어들인 건 강호동이 유일했다. 결국 강호동이 52세 어머니를 대신해 아침식사를 굶음으로써 기상미션은 해결됐다. 제작진은 강호동에게 인과응보라고 했지만, 조장들의 담합으로 망가진 기상미션을 예능의 재미로 돌려세운 강호동에게 돼지국밥 두 그릇을 먹여도 시원치 않았다.

물론 조장들의 담합은 30팀이 아닌 모든 참가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싶은 선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1박2일은 예능이다. 그리고 한 끼에 식사보다 중요한 건, 일반 참가자들에게 미션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동기 부여를 하고, 그들에게 잊지 못할 재미와 추억을 선사하는 측면을 고려해야 했다. 미션에서 소외된 채, 단지 밥을 먹기 위해 줄서는 것이, 과연 그들이 1박2일 시청자투어에 참여한 목적이었을까. 연예인 조장들이 아닌, 일반 참가자들에게 포커스를 맞춰야 할 시청자투어이기 때문이다.

1박2일이 초심을 잃고, 재미의 순도가 떨어진 것은 김C와 MC몽이 빠진 공백을 메우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버라이어티 정신을 실종한 것에서 비롯된다. 무식할 정도로 레몬을 씹고 까나리를 마셨다. 밥 한끼를 위해 달리고, 차가운 바다속에 입수를 마다하지 않았다. 예능에서 날고 기는 그들이 정말 무식해서가 아니었다. 1박2일에선 가급적 머리를 쓰지 않고 몸으로 최선을 찾았다. 때문에 그들에겐 여행의 추억이 머리만이 아닌 몸이 기억하는 것이다. 1박2일이 시청자에게 고만고만한 리얼버라이어티와 다른 즐거움을 주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 은지원은 초딩이 아닌 천재가 됐고, 이승기는 허당이 아닌 브레인이 되고 황제가 됐다. 은지원-이승기의 캐릭터가 진화할 때, 다른 멤버들도 그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캐릭터의 변신이 필요했지만, 이수근은 더 이상 앞잡이가 아닌 개그콘서트식 콩트에 열중했고, 김종민-엄태웅은 이렇다할 캐릭터를 잡지 못했다. 덕분에 강호동은 더욱 무식한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멤버들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줄고, 캐릭터의 쏠림현상을 막을 수 없다. 나영석PD가 내주는 미션은, 영리해진 1박2일 멤버들에게 너무 쉬운 과제가 되고 반전의 재미를 줄 수 없다. 그런 강호동마저 하차했으니 1박2일의 앞날이 걱정되는 것이다.

1박2일 하차선언은 비록 맏형 강호동이 했지만, 시청자투어3탄에서 정작 1박2일의 초심을 기억하는 사람은 강호동뿐이었다. 쉬운 길을 마다하고, 예능을 고집하며 어려운 길을 택한 멤버는 강호동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대 멤버들을 데리고 함께 움직이며, 기상미션의 취지를 살린 유일한 사람도 강호동이었다. 조장들의 담합 취지는 아름답지만 참가자가 소외되어 재미가 없었고, 강호동은 희생을 통해 재미를 주고 떠났지만, 그가 없는 1박2일의 5인체제에 기대보다는 허전함이 앞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