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시청자투어, 역대 최악이었던 이유?
18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선, 시청자투어3탄 3편이 이어졌다. 그리고 3편의 주된 내용은 이번 시청자투어를 기획한 제작진과 멤버들의 준비부족이 여실하게 드러난 장기자랑으로 채워졌다. 왜 이번 시청자투어가 정작 시청자에겐 최악으로 평가받으며 칭찬대신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지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1박2일 시청자투어 신청자 수는 약 6만 5천 명으로 과거에 비해 줄었지만, 참가자 규모는 역대 최고로, 101명 이상(영유아 어머니포함)이 여행에 동참했다. 스케일은 커졌지만, 내용적인 측면이나 재미는 반비례했다. 물론 연예인이 아닌 방송이 낯선 일반인이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청자로서도 재미의 측면은 일정부분 포기하고 이해하며 볼 수 있다. 문제는 제작진이 기획한 의도와 전혀 어울리지 못한 시청자투어가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1박2일 시청자투어, 역대 최악이었던 이유?
1. 제작진의 편파적인 편집
이번 시청자투어3탄은 객원MC 전현무-성시경특집으로 비춰졌다. 재미의 중심축이 된 이들의 활약은 시청자대캠프부터 시청자투어까지 꾸준하게 이어졌다. 동시에 그들이 맡았던 영유아와 90대에 집중적인 포커스가 맞춰졌다. 반면 같은 객원MC 김병만과 백지영은 물론, 그들이 맡은 50대와 10대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특히 김병만은 통편집의 희생양으로 나영석PD보다 방송에 덜 나오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영유아와 90대가 분량을 독차지 할 만큼 특별한 재미를 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영유아와 90대에 초점을 맞춘 제작진의 편파적인 편집은, 나머지 10대부터 80대를 병풍으로 전락시켰다. 영유아와 90대를 제외하면 모두가 1박2일 자원봉사자로 보였다. 4주인지 5주인지 시청자투어 자체의 분량은 엿가락처럼 늘어났는데, 화면은 특정연령대에 집중됐다. 왜 굳이 1세부터 100세까지 참가신청을 받았는지, 기획의도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2. 제작진과 멤버들의 미흡한 준비
소개-이동-식사-장기자랑? 지난 1편에 참가자들 자기소개는 필요했다고 봐도, 2편은 통편집해도 무관할 만큼 여행지 부산으로 가는 이동과정이 지루했다. 그리고 이어진 3편의 연예인 장기자랑. 이번 시청자투어에 제작진과 멤버들의 준비와 열의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장기자랑 연습과정을 보자. 덕분에 조장인 연예인MC들과 일반인들이 각각 따로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단체로 지원했던 지난 시청자투어와 다르다. 낯선 사람들이 모인 만큼, 조장들은 가급적 참가자들과 시간을 보내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에 충실해야했다. 그러나 조장들은 장기자랑연습으로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장기자랑을 위해서 시청자투어를 떠난 것인가. TV밖으로 나온 시청자와 정을 나누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 것인가. 주객이 한참 전도됐다.
장기자랑이 그렇게 중요한 과제였다면, 제대로라도 보여줘야 했다. 초대가수 현철-비스트-코요태를 굳이 불러야 했을까. 조장인 성시경이 노래를 부르자, 충분히 만족했던 90대를 보면 답이 나온다. 현철과 비스트가 가요무대-뮤직뱅크라면, 이승기나 객원MC 성시경은 1박2일이었다. 준비여하에 따라 자체해결을 할 수 있음에도 게스트의 의존도를 높인 건, 자신감도 열정도 예전보다 떨어져 이미 달라진 1박2일의 현재를 보여준다.
강호동은 백지영-전현무의 ‘DASH(대쉬)’무대를, 무려 2주 동안 준비했다며 소개했다. 지난 시청자투어 2탄 강호동-백지영의 ‘내귀에 돼지’는 한 달 가량 준비해서 내놓았다. 확실히 둘은 차이가 났다. 연습과 고생의 흔적이 느껴질 정도로 강호동과 백지영은 마치 한 몸처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최고의 재미를 선사했다. 반면 전현무는 무대에서 꽈당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을 뿐 아니라, 재도전의 기회에서도 실수를 연발하는 엉성한 실력으로 백지영과의 호흡이 제로에 가까웠다. 말이 2주지, 이틀 연습한 것으로 보였을 정도다.
돌이켜보면 시청자대비캠프는 왜 했을까 싶다. 장기자랑 등 시청자투어 준비를 위해 모인 것 아니었나. 결국 시청자대비캠프는 시청자투어를 염두했던 것이 아닌, 여배우특집-남자조연배우특집에 맛들린 1박2일 제작진이, 그 연장선인 연예인게스트특집을 진행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제작진의 아이템이 이미 바닥났음을 방증한다.
왜 많은 사람들이 1박2일 시청자투어에 참가신청을 했는지 제작진은 상기할 필요가 있었다. 단순히 여행을 떠나고 싶어서만은 아니었다. 1박2일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뽑혀서 참여한 80대 할머니는 입수까지 각오하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혔고, 90대 할머니는 구구단이 자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철저히 복불복을 배제해 참가자들의 의욕을 꺽었고 방청객으로 만들었다. 연령대별 핸디캡을 적용해서 얼마든지 복불복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진행할 수 있었지만, 제작진에게서 고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기획만 거창했지, 준비는 전혀 안 된 제작진. 장기자랑을 1박2일 시청자투어의 전통이라고 했지만, 시청자의 참여가 전혀 없어 전통이란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정작 1박2일의 대표적인 아이템 복불복은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1박2일은 ‘국민예능’이란 타이틀에 도취돼 초창기 정체성을 잃어갔다. 매번 스케일을 키우기 바쁘다. 올해는 혹한기-혹서기 대비캠프도 없었다. 제작진은 장거리여행만 고집하면서, 새벽부터 멤버들을 불러 놓고 체력을 바닥까지 떨어뜨리는 자충수를 연발했다. 비효율의 극치였다. 결국 1박2일을 통해 멤버들이 여행을 즐길 수 없도록 만들며, 집중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렸다. 시청자의 눈에 보이는 멤버들의 고생보다 보이지 않는 고생이 훨씬 많았지만, 식상하고 재미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번 시청자투어3탄도 다를 바 없었다. 최대인원 최대규모로 진행됐지만 기획한 제작진 스스로 감당하지 못했다. 새벽에 시작했지만, 소개로 시간을 잡아먹고, 부산까지 이동하며 버렸던 시간이 상당히 길고 지루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만큼 굳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여행지를 택할 필요가 없었건만, 매년 광고로만 500억 이상을 버는 1박2일은 전세기를 빌려서 간다는 자화자찬여행. 의미가 퇴색한 장기자랑. 참여한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기 위한 여행이 아닌, 단지 1박2일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한 시간때우기 쇼(?)에 불과했고, 국민예능이란 명성에 먹칠 한 이번 시청자투어에, 시청자는 공감과 박수대신 실망을 쏟을 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