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강호동과 이별여행 정말 필요할까?
연예계 잠정은퇴를 선언한 강호동으로 인해 방송사마다 비상이 걸렸다. 현재 강호동이 진행했던 프로그램 제작진은 대체 MC를 물색하고 있지만, 그가 프로그램에 미치는 존재감이 워낙 컸을 뿐 아니라, 강호동의 후임MC를 맡는다는 것도 새로 가세할 MC에겐 득보단 실이 클 수밖에 없어 캐스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로선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를 필두로, SBS ‘강심장’과 ‘스타킹’도 사실상 폐지수순을 밟을 확률이 매우 높다. 반면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은 강호동의 하차와 관계없이 내년 2월까지 방송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나영석PD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멤버의 충원없이 5인체제 '이수근-엄태웅-이승기-은지원-김종민'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밝혔다.
나영석PD는 강호동의 공백을 걱정하면서도, 나머지 멤버들과 의기투합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피력했다. 또한 1박2일 시즌2와 관련해서는, 내년 2월 종영시점까지 추이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한편 1박2일에서의 강호동과 마지막 녹화에 관련해서는, 시청자가 고별특집방송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강호동의 상태도 걱정되기 때문에 방송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나영석PD의 조심스러운 입장과는 다르게, KBS예능국에선 강호동의 고별방송을 추진중에 있다고 전해졌다. 예능국 고위층이 직접 나서서 강호동을 꾸준히 설득중에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 1박2일 시청자투어 3탄 방송분까지 녹화를 마친 상태로, 23일 1박2일 녹화에 과연 강호동이 출연하게 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박2일, 강호동과 이별여행 정말 필요할까?
강호동은 연예계 잠정은퇴 기자회견을 열기 전에, ‘강심장’에 하차의사를 전달하고 마지막 녹화에 참여했다. 강심장제작진도 그의 결정을 존중했다. 그리고 ‘무릎팍도사’와 ‘스타킹’도 충격에 빠진 강호동을 고려해, 남은 분량을 방송에 내보기로 결정하고 더 이상 강호동과의 녹화는 없다고 밝혔다. 근데 1박2일 제작진과 KBS예능국은 강호동에게 마지막녹화에 참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별여행이란 테마로, 1박2일 제작진과 멤버들, 그리고 시청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별여행. 단어자체는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이별여행을 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강호동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별여행을 준비하는가. 강호동의 기자회견을 귀가 아닌 코로 들었나.
강호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상황에 자신이 방송에 나온들 어떻게 시청자앞에서 마음 편하게 웃고 떠들 수 있겠냐며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이번 사건을 통해 심적으로 얼마나 상처를 받고 힘이 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상처가 아물기엔 시간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사실을 동거동락했던 1박2일 제작진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런데 그와 마지막 녹화를 진행하겠다니, 눈에 보이는 시청률이 그렇게 욕심났는가.
1박2일만 하차하는 것이 아니다. 토크쇼의 새 지평을 열었던 ‘무릎팍도사’, 그리고 일반시민이 주인공이었던 ‘스타킹’도 메인MC 강호동에겐 소중한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해당제작진은 강호동을 걱정해, 마지막 고별방송분을 요구하지 않은 상황이다. 제작진과 예능국입장에선 강호동 고별방송이 자사에서 이뤄지길 원했겠지만, 강호동이 받은 상처를 감안해 별도의 마지막 녹화를 추진하지 않고 배려했다. 근데 유독 ‘1박2일’만이 강호동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모양새다. 강호동없이 1박2일을 최소한 내년 2월까지 계속 이어가겠다는 발표는 제일 먼저 내놓고도 말이다.
강호동의 매력은 전체를 아우르는 카리스마와 에너지가 충만한 진행에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강호동의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어필하고 사랑받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일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잠정은퇴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했던 것이다. 만일 마지막으로 1박2일 녹화에 참여해, 예전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안쓰러운 뒷모습을 남긴 채 공백기에 접어든다면, 그는 잠정은퇴보다 더 많은 걸 잃게 된다. 즉 예능 방송에서만큼은 강호동의 캐릭터에 흠집을 남겨선 안 되는 것이다. 국민예능을 만들었던 1박2일 제작진과 예능국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강호동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별여행을 미끼로 마지막까지 상처입은 강호동을 이용하겠다는 KBS예능국과 1박2일 제작진 태도는 최악일 수밖에 없다. 시청자를 위한 이별여행이란 핑계따윈 접어야 한다. 강호동을 설득할 시간에, 나영석PD를 필두로 한 5인체제로 강호동없는 1박2일을 잘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소한 ‘6시내고향’은 만들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시청자의 외면속에, 내년 2월 시즌2는 구상은 커녕, 소리없이 퇴장하기 싫다면 더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