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강호동 은퇴효과, 위기에 처한 MC들?

바람을가르다 2011. 9. 14. 10:23






국민MC 강호동이 세금문제로 잠정적 은퇴를 선언한 뒤, 방송3사는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그가 진행 중인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은 이미 6개월 뒤 종영을 발표하고도 그 시한을 앞당길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만약 강호동이 없는 상황에서 시청률이 곤두박질친 채로 종영한다면, 블루칩 예능 1박2일 시즌2에 대한 구상마저도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는 더욱 심각하다. 강호동의 캐릭터가 진하게 가미된 무릎팍도사는 뚜렷한 차별성이 없는 토크쇼 승승장구가 아니다. 대체할 MC가 사실상 없고, 게스트섭외에 난항을 예고해 폐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SBS ‘스타킹’의 경우,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입장이라 할 수 있으나, ‘강심장’은 홀로 남은 메인MC 이승기의 부담감이 너무 크다.



이승기의 MC자질은 ‘강심장’을 통해 어느 정도 입증된 게 사실이다. 진행과 멘트가 또래에선 독보적이다. 문제는 강호동이란 그림자다. '1박2일'에서 ‘강심장’까지, 이승기가 마음껏 치고 나오도록 적당한 먹이가 되어준 강호동의 캐릭터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파트너와 호흡을 맞춘다면, 과연 현재 ‘강심장’ MC 이승기의 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만일 새MC가 강호동수준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어린 이승기는 진행과 멘트에 있어, 나이와 직업이 천차만별인 게스트를 대할 때 지금보다 부담을 느끼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청자는 강호동없는 이승기에게 소극적인 자세가 아닌 적극적인 변화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이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이승기는 메인MC로서 성장이 아닌 정체 혹은 퇴보했다는 비판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 강호동의 하차와 맞물려 이승기도 ‘강심장’을 떠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호동 은퇴효과, 위기에 처한 MC들?

바로 강심장의 케이스가 메인MC 강호동의 희소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톰과 제리’에 있어, 전형적인 톰의 캐릭터가 강호동이다. 매번 제리를 힘으로 제압해서 이기려 들지만, 결국 제리의 꾀에 당하는 캐릭터가 강호동이다. 문제는 대한민국 예능계엔 제리가 넘쳐나는데, 톰의 매력을 보유한 메인MC가 강호동을 제외하곤 사실상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과거엔 이경규가 톰의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그의 악당(?)기질이 빛난 일밤 ‘몰래카메라’, ‘대단한도전’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오십줄에 접어든 이경규는 체력적인 부담을 견디지 못한다. 제리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톰이 아니라, 단지 성질만 내고 쫓아가는 흉내에 머무를 뿐이다. 때문에 적지 않은 시청자가 이경규를 캐릭터로 봐주기 전에, 게으르다는 식으로 비판부터 쏟는 것이다. 스승 이경규가 제자 강호동을 커버할 수 없는 이유다.



박명수는 국민MC 유재석과 좋은 콤비를 이루지만, 늘 2인자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다. 캐릭터는 좋은데 진행 실력이 모자라다. 강호동처럼 전체를 끌어가고 장악하는 카리스마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게스트들이 박명수를 메인MC로 대접하지 않는다. 제리를 위협하는 톰이 아니라, 스스로 궁지에 몰려 버럭 한번하고는 꼬리를 내린다. 박명수가 보조가 아닌 메인MC를 보면 반전이 없고 투박한 이유다. 강약조절이 안 되니, 진행이 밋밋하거나 산만해진다.

과거의 탁재훈이라면 강호동 캐릭터의 대안중에 하나로 꼽힐 수 있었겠지만, 해외원정도박 물의를 빚고 퇴출당한 파트너 신정환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고, 최근 잇따른 프로그램폐지가 반복되면서 기대치가 바닥을 달리고 있다. 캐릭터의 매력과 정체성을 잃고, 좀처럼 방송에서 볼 수 없어진 남희석은 말할 것도 없고.



혹자는 강호동이 은퇴하면 유재석의 부담이 가중되고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을 한다. 이것은 잘못된 계산이다. 강호동이 없어도 유재석은 정상에서 롱런할 수밖에 없다. 유재석이 위기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유재석을 닮으려는 MC들이 위기가 가속화될 수 있다. 배려의 아이콘 유재석의 진행스타일을 쫓는 MC들은, 강호동의 공백과 맞물려 식상함에 노출되기 쉽다.

이미 박수홍-서경석-지석진에, 최근 김용만-김제동까지 위기에 몰렸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유재석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MC로 발돋움함에 있어 컨셉은 서로 달랐다해도, 결국 착한 이미지를 앞세워 배려하는 MC스타일로 수렴했다. 그러나 진행스타일이 유재석과 중첩되면서, 오히려 맡았던 프로그램은 조기종영이 잦았고 활동이 뜸해지거나 메인MC로 프로그램을 잡지 못한 채 외면당하고 있다. 반면 유재석은 여전히 승승장구를 거듭한다. 대중은 원조를 쉽게 버리지 못한다. 원조나 대표성을 부여받은 자에게 식상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컨셉에 2인자, 3인자들을 식상해하고 관심을 거둬갈 뿐이다.

그렇다고 강호동과에 속하는 메인MC들이 부상하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언제 복귀할 지 알 수 없는 강호동과의 비교대상에 오르내리기 쉬운 터라, 득보단 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강호동의 빠른 복귀를 예상하는 것이다. 종편까지 가세한 마당에, 방송국간에 치열한 섭외전쟁은 불 보듯 뻔하고, 예능 간판이자 절대반지 강호동-유재석이 궁극적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강호동의 잠정적 은퇴 효과로 예능계가 흔들리고 있다. 메인MC 한 사람의 공백으로 인해, 이렇다 할 대안없이 예능국이 휘청거리고 방송사에 비상이 걸린다. 강호동을 앞다투어 비판하던 사람들마저, 그가 잠정적 은퇴를 선언하자, 은퇴만은 반대라며 만류의 글을 올리고 있다. 여기엔 기존 MC들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치가 그만큼 떨어져 있음을 반증한다. 누가 위기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이번 강호동의 은퇴선언을 계기로 국내 예능계에 현주소가 또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위기지만,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례로, 과거 대마초사건으로 방송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최고의 MC 신동엽에 공백을, 애드립개그의 달인 남희석과 컨츄리꼬꼬(탁재훈-신정환)가 메웠던 것처럼, 향후 예능계에 불어 닥칠 강호동의 공백을 기존 MC들로 대체하기보단, 신선한 MC를 발굴해 새로운 프로그램에 기용하는 게 방송사입장에선 효과적일 수 있다. 시청자가 바라는 것도 강호동-유재석을 닮아가는 MC가 아닌, 본인만의 개성과 장점이 뚜렷한 MC이기 때문이다. 방송사로선 확실한 시청률제조기 강호동-유재석을 잡지 못해 초록동색 토크쇼와 오디션예능에 몰두하기 보단, 실험정신을 토대로 다양한 컨셉의 프로그램개발뿐 아니라, 예능MC도 일정부분 세대교체를 통해 변화를 구해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