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적 은퇴 강호동, 끝나지 않은 여론재판!
9일 강호동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 중 눈물을 보이기도 한 강호동은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며, 자숙하는 시간동안 세금문제뿐만 아니라,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살아온 건 없는지, 인기에 취해 오만해진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현재 강호동은 KBS해피선데이 ‘1박2일’, MBC황금어장 ‘무릎팍도사’, SBS스타킹과 강심장을 진행중으로, 제작진과 상의를 통해 방송사와 시청자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에서 하차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사죄하며, 지금껏 받아왔던 분에 넘치는 사랑을 절대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겠다는 말로 은퇴를 발표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잠정적 은퇴 강호동, 끝나지 않은 여론재판!
이번 강호동의 은퇴발표는 사실상 예견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은퇴의 직접적 원인이 된 세금탈루 의혹은, 이유야 어쨌든 강호동은 결과적으로 과소 납부를 했고, 국세청이 수억원대에 추징금을 부과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세금이 누락된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하더라도, 명확하게 드러난 사실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국민의 입장에선, 추징금이 부과된 강호동에 대해 실망감이 앞서 작용하기 마련이다.
다만 강호동은 이중장부 등 편법을 이용해 수입을 누락시키고 고의적인 탈세를 범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어,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조세범은 아니었다. 문제가 된 비용 과다계상은 국세청의 조사에 따라 부과한 추징금을 납부하면 해결된다. 인기가수 신승훈과 김건모도 과거에 강호동과 유사한 케이스로, ‘비용 과다계상’이 문제가 되어 억대의 추징금을 납부하고 탈세논란을 벗어난 적이 있었다.
때문에 강호동의 이번 은퇴결정은, 아무리 대중에게 친숙한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접근해도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강호동의 입장은 달랐다. 가수 신승훈과 김건모뿐 아니라, 배우 김아중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앨범을 내고 방송활동을 하는 가수나, 영화나 드라마를 찍어야 대중과 만나는 배우와 달리, TV를 통해 매일같이 만나는 MC강호동의 경우, ‘탈세’라는 이미지가 수면아래로 쉽사리 가라앉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수나 배우와 같이 자연스런 공백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강호동의 잠정적 은퇴를 앞당길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강호동의 말처럼,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 내야 할 MC가 매일같이 논란의 중심에서 불편함을 양산한다면, 결국 강호동 본인은 물론 프로그램도 함께 추락할 수밖에 없다. 즉 강호동은 물론, 시청자에게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죄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연예인이란 직업이 갖는 이미지의 문제다. 방송에서 연예인이 말실수를 했다고 법정에 세워지진 않는다. 그러나 시청자의 불만이 쏟아지면, 해당 연예인은 방송 출연이 힘든 것과 다를 바 없다. 강호동이 조세범은 아니지만, 많은 시청자에게 실망감을 주었기에 불거진 논란이었고, 결국 국민MC로 불렸던 강호동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비판적 여론의 결과물이었다.
이번 강호동의 잠정적 은퇴 결정은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에너지가 넘치고 누구보다 열심히 방송에 임하는 강호동을 방송에서 볼 수 없다는 건 한편으론 아쉽지만, 그가 방송에 출연한들 논란과 비판이 아물지 않는다면, 강호동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그를 소리없이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상처의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심사숙고 끝에 잠정적 은퇴를 결정한 강호동에게 여전히 쏟아지는 악의적인 비난의 목소리다. ‘잠정적’이란 단어에 꼬투리를 잡고서, 여전히 그를 놓아주지 않는 일부 네티즌들에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모든 프로그램을 하차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는 강호동에게, 잠정적이란 단어는 일종에 꼼수라며 여론재판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심각한 착각을 하고 있다. 강호동이 잘못을 했다 손치더라도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잠정적 연예계 은퇴선언을 했다. 스스로에게 가혹한 처방을 내린 것이다. 얼마나 더 그가 피눈물을 흘려야 만족할 것인가. 일부에서 불거진 여론재판은 죄가 없는 이에게, 죄값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한 방송인을 식물인간으로 만들려는 추악한 의도마저 느껴진다. 개인의 자유를 송두리째 뽑아내려 하고 있다.
‘잠정적’이란 단어는 신중함을 포함하고 있다. 시청자가 원한다면 연예계로 돌아올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강호동의 방송복귀가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를 뿐이다. 단순히 시청자가 원한다고 돌아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강호동 본인도 원해야 이뤄질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감을 의미한다. 때문에 강호동의 은퇴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겐 그의 결정이 충격이고 아쉬움일 수 있다. 가급적 그의 빠른 복귀를 바라고 있다. 강호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를 옹호하고 은퇴를 반대하는 이들도 국민이고 여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호동의 은퇴결정이 있기까지 벌어진 일련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사실중에 하나는, 사건에 대한 정당하고 올바른 비판태도가 아닌 인격살인에 가까운 비난과 욕설을 무차별로 쏟아내는 인터넷의 잔인함을 재차 확인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명확하게 입증된 사실관계가 아닌, 자의적인 비교와 추측을 마치 사실인양 둔갑시키는 치우친 언론의 보도행태와 극단적인 여론몰이가 부른 씁쓸한 여론재판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