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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남자 정종(이민우), 김승유(박시후)를 대신해 죽을까?

바람을가르다 2011. 9. 8. 09:13





7일 방송된 ‘공주의 남자’ 15회에서는, 수양대군(김영철)이 보는 앞에서, 김승유(박시후)를 대신해 신면(송종호)의 화살을 대신 맞고 쓰러진 이세령(문채원)의 죽음보다 강한 사랑으로 시작했다. 조선판 줄리엣다운 액션을 보인 이세령과 복수를 꿈꾸기엔 아직은 어설픈 김승유의 어리둥절이 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그래서 김승유를 향한 조석주(김뢰하)의 일침이 통쾌했다. 혼란 속을 걸으며 술을 마셔대는 승유를 향해, 뭐가 그렇게 괴롭냐며, ‘죽도록 바랬던 복수를 못해서?’, ‘화살맞은 여인(이세령)이 죽었을까봐?’라며 추궁에 들어갔다. 그리곤 수양대군 집까지 찾아 발로 뛴 결과물 ‘그 여자 살았다!’로, 승유를 안심시킨 친절한 조석주씨.

이어 조석주는 복수를 위해서 그 여자(이세령)를 데려온 것인지, 그녀가 남(신면)의 연인이 되는 게 두려워서 데려온 것인지에 대해 물으며, 승유의 정곡을 찔렀다. 이에 멱살잡이에 나선 승유를 가볍게 패대기쳤고, “정신 차려! 지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복수는 무슨?”이란 통쾌한 대사를 승유에 안면에 작렬했다. 조석주덕에 정말 속이 다 시원할 정도였다.



김승유는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난속에 아버지와 형을 잃었다. 아무리 죽도록 사랑했던 세령이 마음에 걸린다해도, 수양대군을 향한 복수에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나 승유는 세령의 앞에서인지는 몰라도, 수양대군을 향해 지체없이 활을 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런 연약한 마인드에 복수가 가당키나 하나. 시청자는 더 강해진 주인공을 원하는데, 승유는 세령의 치마폭을 벗어나지 못해 2% 부족한 아쉬움을 주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세령이 자신을 대신해 활까지 맞고 죽음직전까지 몰렸다. 게다가 세령은 승유에게 자신의 목숨을 취한 후, 아버지 수양대군을 향한 분노를 삭히고 용서를 구하길 원했다. 그것은 아버지를 생각한 딸의 마음과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는 사랑하는 남자의 목숨을 온전히 지키고픈 여자의 마음이 더해진 것이었다. 상황이 갈수록 김승유의 복수를 힘들게 만든다.

비록 공주의남자 15회 말미에 김승유가 역적 온녕군을 죽이고자 잠입해 칼을 목에 들이대며 끝이 났지만, 여전히 로미오 김승유에겐 복수 DNA가 부족하다. 앞으로도 계속해 승유의 눈에 세령이 밟힐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또 다른 자극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대상은 절친 정종(이민우)의 죽음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주의남자 정종(이민우), 김승유(박시후)를 대신해 죽을까?

단종(노태엽)이 눈물속에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넘기겠다며 양위를 천명하면서, 극은 또 한번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수양대군을 제거하기 위한 정종-경혜공주(홍수현)-금성대군(홍일권)의 계획이 이미 상대에게 발각돼 수포로 돌아간 시점에서, 어리고 연약한 단종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양위를 결심한 단종의 선택은 정종과 경혜공주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어떻게든 양위는 막아야 한다. 그러나 정종-경혜공주에겐 그럴만한 힘과 능력이 없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오열과 분노의 몸서리가 다였다. 그들조차 예상했던 순간이 조금 더 일찍 다가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정종의 절친 김승유(박시후)가 돌아왔다. 정종-경혜공주에겐 더 없는 천군만마였다. ‘공공의 적’ 수양대군을 제거할 최종병기 김승유카드가 부마 정종의 손에 쥐어진 셈이다. 덕분에 나약했던 정종은 확실히 달라졌다.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무서운 법이라며, 김승유의 복수극에 동참 사인을 보낸 것이다. 이어 수양대군의 목숨을 취하기 위해서라면, 그 과정에서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김승유를 살리기 위해, 정종이 누명이든 뭐든 뒤집어쓰고 김승유를 대신해 죽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종이 김승유에게 말했던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무섭다.’ 이 말은 곧, 김승유는 비호세력이 많은 수양대군을 치기 위해선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얘기다. 일거수일투족이 수양대군에게 노출되기 쉬운 단종-정종-경혜공주는, 직접적으로 일을 꾸미고 움직일 수가 없다. 수양대군을 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금성대군마저, 내부의 적에 의해 일이 흐트러져 한성부에 끌려가 수난을 당하고, 결국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양위를 제안하는 빌미만 내주고 말았다.

이제 정종이 믿을 사람은 김승유뿐이다. 수양대군이 바라던 옥좌에 오를지라도, 정종은 물론 단종-경혜공주의 목숨을 담보할 수 없다. 씨를 말리려들 수양대군의 생각을 정종이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달라진 정종이 먼저 손을 써야 한다. 자신이 지키고 보호해야 할 단종과 경혜공주를 위해, 김승유를 아낌없이 지원할 것은 자명한 일. 다만 아직 드라마는 10회 가량이 남았고, 수양대군을 치기 위한 정종-김승유의 계획이 틀어졌을 때, 비극은 김승유보다 정종에게 먼저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껏 부마로서의 존재감을 말에 의존했던 정종이,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할 공산이 커졌다. 그 행동의 발로는 경혜공주와 단종의 목숨 보전시키기 위함은 물론이겠고, 수양대군을 향한 김승유의 복수극을 완성시키길 바라면서, 자신보다 강하며 행동반경이 넓고 무예가 뛰어난 김승유를 대신한 죽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정종의 목숨을 친구 신면이 거두느냐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즉 공주의남자 15회에서 이뤄진 정종과 김승유의 재회는, 반가운 동시에 비극을 예감케 했다. 정종이 김승유에게 던졌던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무섭다.’는 말속엔, 훗날 정종이 수양대군에게 두려움과 타격을 줄 수 있는 절친 김승유를 지키기 위해, 대신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고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