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시청자투어, ‘강호동’ 대박 수난퍼레이드!
해피선데이 1박2일 시청자투어 3탄에 막이 올랐다. 4일 방송된 1박2일에서는, 여행지 부산으로 떠나는 시청자투어 3탄에 참가자들을 소개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1세부터 100세까지 각 연령별로 한명씩 선발된 총 100명에, 최고령 참가자로 기록된 102세에 할아버지까지 포함된 터라, 소개만으로 한회 분량인 약 90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안방에서 지켜보는 시청자에 따라 ‘재미있었다.’와 ‘지루했다.’로 나뉠 수 있었다.
그러나 소개로 한회 분량을 뽑은 나영석PD와 제작진의 선택은 당연했다. 참가를 신청한 시청자수가 69,633명이었다. 그중에서 101명이 선발됐다. 약 700분에 1의 확률을 뚫고 선택된 사람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이번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는지 시청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시청자투어에 참가신청서를 내고 탈락한 분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절차였고, 동시에 참여한 101명의 참가자들에게도 형평성을 염두하고 포커스를 맞춤으로써,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내는 일이었다.
1박2일 시청자투어, 만만한 강호동? 대박 수난퍼레이드!
1박2일 시청자투어3탄 1편이 참가자들에 대한 소개로 끝난 격이지만, 개인적으론 재미면에서도 무척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웃음과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예능이란 관점에서도 볼 때,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일반인들이 만들어 낸 웃음은 솔직하고 소탈한데다 친근감이 느껴져, 국민예능 1박2일의 힘을 재차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중심에 그들에게 최고의 재료가 된 만만한 메인MC 강호동이 있었다.
전현무의 소개로 영유아가 소개되고 20대에 이르는 소개까진 1박2일 막내 이승기의 독무대였다. 강호동은 이승기와 인기대결을 펼치듯 인기투표 무리수를 연발했지만, 젊은이들의 사랑은 예상대로 이승기가 독차지했다. 강호동은 젊은이들의 외면속에 망가질 줄 알면서도, 이승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재료가 되었다. 동시에 강호동은 분량을 뽑기 손쉬운 성시경과 이승기의 대결구도로 몰지 않고, 성시경이나 10대 조장 백지영 등 이승기에 밀려난 다른 연예인들을 비교대상에서 은근슬쩍 내려놓고 스스로 수난(?)을 겪는 메인MC다운 역할에 충실했다.
그리고 강호동이 일반인들의 웃음의 재료로 더욱 빛난 건 50대가 넘어가면서부터였다. 조장 김병만의 인터뷰가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강호동과 악수를 자처하던 50대 아저씨. 강호동이 씨름으로 천하장사에 등극하던 시절에 김해공항에서 본 적이 있다며 친근감을 과시했고 두 사람은 진한 포옹을 했다. 그리고 반전의 멘트 한방.
“(강호동에게) 담배피우죠?”
당황하며 어쩔 줄 모르는 강호동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아저씨는, 시베리아 야생수컷 호랑이 강호동 담배피던 시절에 대한 폭로(?)로, 이 날 방송에서 가장 강력한 웃음을 터트린 주인공 중에 한사람이 되었다.
강호동의 수난은 90대에서도 폭발했다. 성시경은 한 할머니에게 1박2일에서 누구를 가장 좋아하시냐는 질문을 했고, 할머니는 난데없이 강봉옥씨라고 대답해 큰 웃음을 주었다. 졸지에 강호동은 강봉옥이 되었다.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강봉옥이란 이름은 강호동과 절묘하게 매치가 되어 웃음을 낳았던 셈이다. 이어 이승기도 알아볼 정도로 정정하신 102세 할아버지가, 강호동을 보자마자 ‘야, 강호동!’라고 외친 부분도 끝내주는 리액션이었다.
이렇듯 중간중간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어 준 참가자들의 맹활약에, 지루하다는 인상보단, 신선하고 재밌다는 반응이 나올 법 했다. 특히 방송이 낯선 그들이 거리낌없이 자기 표현을 드러낼 수 있게끔, 친숙한 모습으로 가장 맛좋은 재료가 되어 준 강호동은, 수난 아닌 수난퍼레이드를 겪은 셈이지만 1박2일에서의 존재감은 확실히 남다름을 보여주었다.
1박2일 시청자투어 3탄은, 많은 인원이 참여했고 연령대도 1세부터 100세까지 다양하다. 게다가 서로가 낯선 사람들이다. 때문에 1박2일안에 예능적인 재미를 뽑아낸 것이 상당히 힘든 게 사실이다. 재미보단 안전 그리고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제작진과 멤버들에겐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시청자에 따라 재미적인 요소가 빈약하다며 아쉬움을 느끼는 사례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그러나 시청자가 덜 재밌더라도, 참가자가 이번 여행이 재밌다고 느꼈다면 충분히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송이다. 예능 1박2일에서 영유아가 뭘 하고 노인들이 뭘 할 수 있을까를 우려하는 시선도 교차한다. 8세 아이가 대박을 외치고, 90세 할머니가 구구단을 하겠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나이는 달라도 시청자투어에 참가하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1박2일 시청자투어만큼 단순히 재미가 아니라, 참가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다는 기획의도에 시청자도 함께 접근해, 좀 더 관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