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성시경, '강호동-이승기'잡고 대박쳤다?
지난 주 해피선데이 1박2일은 큰 진통을 겪었다. 강호동의 하차설로 논란을 빚은 데 이어, 결국 KBS예능국이 6개월 뒤 1박2일 종영을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반응은 엇갈렸다. 나영석PD의 말처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1박2일 폐지를 반대하며, 종영의 도화선이 된 강호동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주의 끝자락에 1박2일은 또 다시 시청자에게 찾아왔다. 그리고 21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은 예전 같은 재미와 감동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중심에는 박찬호와 성시경이 있었다.
메이저리그를 떠나 일본에서 제 2의 야구인생을 걷고 있는 박찬호를 이승기-이수근이 찾아갔다. 방송에서 박찬호가 집을 공개하고 아내(박리혜)와 두 딸을 소개시켜 준 일은 아마도 처음이지 않나 싶다. 그만큼 박찬호가 1박2일에 특별한 애정을 가졌다는 걸 알 수 있다. 딱딱한 토크쇼가 아닌 1박2일이어선인지 몰라도, 동생인 이수근-이승기와 제작진을 반갑게 맞아 준 박찬호와 그의 아내가, 더욱 친숙하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이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조성할 수 있다는 게 국민예능 1박2일에 커다란 장점이다.
비록 20여 분에 불과한 짧은 분량이었지만, 박찬호는 자상한 아빠, 귀여운 남편의 모습도 보여줬고, 야구선수로서 걸어온 길과 나아갈 방향을 들려주었을 땐 ‘멋지다, 훈훈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렇게 1박2일은 박찬호의 따뜻한 감동메세지로 문을 열었고, 바통을 이어받은 건 시원한 웃음을 선사해 준 성시경이었다.
1박2일 성시경, '강호동-이승기'잡고 대박쳤다?
익숙해서인지는 몰라도, 역시 1박2일의 오프닝은 강호동의 우렁찬 목소리와 넘치는 에너지로 열어야 제 맛이다. 강호동의 오프닝과 함께, 1박2일 시청자투어 3탄 대비캠프가 시작됐다. 1세부터 100세까지 나이별로 각 1명씩 참가자격이 주어진 이번 시청자투어 3탄은, 객원 MC로 백지영-전현무-성시경-김병만을 합류시켰다. 뒤늦게 합류한 김병만을 제외한 나머지 세사람은 1박2일 멤버들과 일종에 신고식(?)을 치뤘다.
백지영-전현무는 강호동에게 철저히 리드됐다. 백지영을 남친 정석원으로, 전현무는 저렴한 아나운서로 능수능란하게 분량을 뽑은 강호동. 그러나 성시경은 달랐다. 강호동은 성시경을 ‘발라드계의 올리브유’로 소개한 뒤, 시청자가 아는 럭셔리 성시경은 잊어달라며, 본 모습은 과대포장된 와인보단 막걸리에 어울린 남자라고 선제공격을 했다.
이에 성시경은 강호동이 방송과 실제가 똑같다며 '정말 모른다.'는 짧은 멘트로 그를 순식간에 바보당의 당수로 돌려세웠다. 상대의 어떤 멘트에도 쉽게 당황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센스있게 받아칠 줄 아는 성시경은, 역시 강호동에게 천적이며 윈윈이란 사실을 재차 입증했다. 언뜻 강호동에게 받아치는 멘트가 이승기와 닮았다. 그러나 성시경은 확실히 이승기와 다르다.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이승기보다 독하고 날카로운 색깔을 지녔다.
성시경의 장점은 적당한 유머에 순발력이 좋고 시야가 넓다는 데에 있다. 혹여 이승기와 캐릭터가 중첩되어 보일까봐, 먼저 이승기에게 선전포고하는 모습에서도 그의 예능감을 읽을 수 있다. 성시경은 흠결없는 이승기의 단점과 실체를 밝히기 위해 시청자투어에 참여했다면서, 이승기와 확실한 선을 긋고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포지션을 쉽게 잡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 1박2일에 처음으로 이승기의 라이벌이 생긴 셈이고, 둘의 구도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성시경이 이번 방송에서 대박을 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나영석PD와 벌인 협상에 있다. 그동안 1박2일에 멤버들은 철저하게 제작진에게 끌려 다녔다. 주로 맏형 강호동이 협상가로 나섰지만 주먹구구식이 많았고, 결과는 대부분 약자인 멤버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니 시청자는 협상자체가 식상하고 결과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성시경은 10분 미션을 앞두고, 설득력있는 논리를 조리있게 주장하면서, 강자 나영석PD를 굴복시켰다. 그의 모습에 색다름이 있고 통쾌함이 있었다. 물론 과정에서 성시경도 잠시 흥분한 나머지, 끼어든 전현무에게 ‘가만 있어봐.’라며, 형에게 반말을 하는 실수도 보였지만, 그러한 돌발상황은 오히려 전현무에게 리액션할 기회를 제공한 셈이고, 예능감 좋은 전현무가 잘 받아서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1박2일 지침서’까지 대박을 터트린 성시경은 게스트로서 예능을 준비하는 태도도 돋보였다. 확실히 이 날 방송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전방위로 활약한 성시경은 눈부셨다. 1박2일이 6개월 뒤에 종영한다는 사실을 잊게끔 만들었을 정도니까. 동시에 그가 만일 게스트가 아닌 1박2일 멤버였다면 어땠을까란 아쉬움도 남는다. 방송내내 거의 한마디도 거들지 못한 ‘엄태웅-김종민’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