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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남자 ‘박시후-문채원’, 사랑보다 잔인한 건?

바람을가르다 2011. 8. 19. 12:39




 

 

18일 방송된 공주의 남자’ 10회는, 모든 걸 잃은 남자 김승유(박시후)의 분노와 오열이 진하게 베어 있었다. 그는 수양대군(김영철)에 의해 아버지 김종서(이순재)를 잃고 형을 잃었으며, 배신으로 물든 친구 신면(송종호)의 칼에 벼랑끝으로 내몰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승유가 괴로울 수밖에 없었던 건, 바로 아버지의 원수인 수양대군의 딸이, 그가 목숨을 걸어도 좋을 만큼 사랑했던 이세령(문채원)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때문에 승유를 걱정하며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옥으로 찾아 온 세령을, 승유의 두 손은 무섭게 그녀의 목덜미를 조르고 있었다.  

 

승유의 살기 가득한 손놀림에도 세령은 저항하지 않았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는, 차라리 그의 손에 죽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다는 눈빛이었다. 이미 복수에 눈이 먼 승유가 과연 세령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을까?

 


공주의남자 박시후-문채원’, 그들에게 사랑보다 잔인한 건?

 

김승유가 사랑하는 이세령을 용서하지 못한 채, 죽이고자 덤빈 것은 그녀가 원수 수양대군의 딸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승유가 그토록 잔인할 정도의 본능적인 행동을 취한 것은, 그의 심장엔 사랑보다 무서운 오해가 뜨겁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김승유는 이세령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 모든 걸 잃은 승유가 생각하는 세령은 어쩌면 조선 최고의 팜므파탈일지도 모른다. 만일 수양대군의 딸 세령이 없었다면, 정종(이민우)에 앞서 부마내정자였던 승유는 경혜공주(홍수현)와 결혼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계유정난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승유가 세령을 만나 사랑한 후에도, 그녀는 자신이 수양대군의 딸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그녀의 몸종 여리의 이름을 빌려 쓰며 승유를 속여왔다. 그런 그녀가 계유정난이 발생하던 날, 승유에게 혈서를 보냈다. 승유는 혈서에 적힌 승법사를 찾아갔지만 세령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집을 비운 사이, 아버지와 형은 수양대군과 그의 측근들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렸고, 억울하게도 역모죄를 뒤집어 썼다.

 

승유는 세령의 혈서를 오해할 수 있었다. 분명 세령은 계유정난을 발생할 것을 알고, 승유의 목숨만은 살리고자 임기응변의 한 수를 둔 셈이지만, 승유로선 아버지인 수양대군의 지시대로 세령이 자신을 승법사로 보낸 것이란 오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 인가. 계유정난이 일어나기 전, 세령이 승유의 집을 찾아가 그에게 사실을 밝히려 한 것도 모른다. 또한 승유의 목숨을 살리고자, 부모앞에서 긴 칼을 목에 대고 자결을 불사하겠다던 여인이 세령이다. 즉 승유가 몰랐던 건, 세령의 본명과 그녀가 원수인 수양대군의 딸이란 사실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 모두가 몰라줘도 승유만큼은 알아줘야 할, 미친 사랑의 결정체 세령의 언행들이 수면밑으로 가라앉아 있다.

 


단순히 세령이 수양대군의 딸이라서, 승유가 그녀의 목을 조르며 분노를 폭발했다고 보이진 않는 이유다. 사랑했던 한 여자에게 느낀 배신감. 아버지 수양대군을 위해 자신을 이용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사랑에 눈이 멀었던 자신을 책망하던 본능이 그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용서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공주의 남자를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표현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선 어느 한쪽의 부모가 죽진 않는다. 그러나 공주의남자에선 김승유의 아버지 김종서가 수양대군에게 목숨을 잃었다. 김종서의 존재감이 워낙 컸기 때문에, 현재로선 승유-세령의 사랑을 온전하게 몰입하며 응원하는 데엔 한계가 느껴진다. 오히려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내몰리게 될 정종-경혜공주의 비극적인 사랑에 안타까움이 앞선다.  

 

극중에서 김승유가 살아야 하는 건 비단 복수때문이 아니다. 애절한 사랑보다 잔인하게 떠오른 세령에 대한 오해를 승유가 어느 시점에 알게 될 것인지. 그리고 그 오해가 풀렸을 때,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변주되고 시청자의 심금을 울릴 것인지에 포커스가 옮겨간다. 과연 로미오와 줄리엣을 뛰어넘는 위대한 사랑이 탄생할 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