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담망왕자(정태우), 왜 성격파탄자가 되었나?
13일 방송된 광개토태왕 21회는, 후연의 장수 풍발(정호근)이 쏜 화살에 담덕(이태곤)이 맞고 말에 쓰러지는 장면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것은 풍발-설도안(김규철)-설지(김정화)-가리지(오욱철)의 합작품으로, 그들은 발정이 난 암말로 담덕의 말을 유인해 암살하려했고 성과를 거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작전을 눈치 챈 자가 있었으니, 담덕의 도우미 고운(김승수)이다. 고운은 담덕을 살해하려는 배후(풍발-설도안-가리지)를 알아내기 위해, 일종에 ‘가케무사’의 트릭을 쓴 것이다. 즉 풍발의 화살을 맞은 자는 담덕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만일 담덕이 화살에 맞았다면, 제작진은 화살 맞은 담덕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아 여운을 극대화했겠지만, 화살에 맞은 사람의 얼굴을 끝까지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보아, 고운이 미리 손을 써 담덕을 어디론가 빼돌렸음을 예상할 수 있다.
안타까운 건, 담덕대신 화살 맞고 살해당했을 병사(?)였다. 아무리 담덕왕자의 목숨이 귀하다하나, 병사의 목숨도 하늘이 주신 존귀한 생명인데 왕자대신 화살을 맞고 허무하게 죽어야하는 드라마 속 현실이 씁쓸하달까.
광개토태왕 담망왕자(정태우), 왜 성격파탄자가 되었나?
이에 앞서 20회에 담망왕자(정태우)를 습격한 자객의 정체가 21회에 화두였다. 담망왕자는 담덕을 의심했다. 마치 국상 개연수(최동준)를 비롯한 조정대신들이 들르라는 듯이, 담망왕자는 담덕이 자객인양 단정짓고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러나 담망왕자가 자객으로 변장해 담덕을 살해하려 했다. 때문에 담덕은 자신을 노린 자객을 제압한 뒤 복면을 벗겼을 때, 자객이 담망왕자라는 사실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표면적으론 자객의 출현은 담망왕자의 자작극임이 드러난 것이다. 다만 담망왕자의 처소에 나타난 자객과 담망왕자는 분명 다른 인물이란 사실이다. 즉 담망왕자가 자객을 따로 고용했거나, 담망왕자가 자객을 흉내냈을 뿐, 그도 모르는 제 3의 인물이 자객일 수도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
그렇다면 담망왕자는 왜 자객으로 변장해 담덕을 죽이려했을까? 그것도 모자라 뒤틀린 형의 마음을 돌리려는 담덕의 눈앞에 칼을 던지면서, 자결을 강요하기까지 했다. 고운이 중간에 막지 않았다면, 담덕은 그대로 자신의 목을 베었을 것이다. 아무리 담망이 태자자리에 욕심이 크다 하여, 동생 담덕을 죽일 만큼 나쁜 형으로 몰아가는 제작진의 의도는 뭘까. 형의 잘못을 덮어주려는 아우의 진심을 외면하는 담망은 성격파탄자와 다를 바 없었다.
물론 벽서사건과 한혈마 사건으로 담망이 담덕에게 극심한 콤플렉스를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벽서사건이 불거졌을 때 담망은 담덕을 불신했지만, 담덕의 진심을 알고 분노를 거두었다. 게다가 둘은 함께 민심투어에 나섰고, 담망의 잠자리를 걱정해주던 아우 담덕에게, 담망은 담덕이 전쟁터를 누비며 고생할 때, 자신은 온실 속 화초같은 생활을 해왔다며 자책했다. 그런 담망이 한혈마사건으로 눈이 뒤집혔다는 게, 납득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성격파탄자로 비친 담망에 대한 의문이 조금씩 풀렸다. 담망은 자신과 담덕사이를 이간질하는 세력을 찾아내려 왕권에 눈이 먼 성격파탄자인양 쇼를 했던 것이 아닐까. 특히 고무장군(김진태)에게 혼이 난 직후, 가라지가 등장했을 때, 생각에 잠겨 있던 담망이 오바란 오바는 다 떨며 담덕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장면이 그랬다. 벽서사건의 범인으로 담덕이 의심하던 가라지에게, 담망도 담덕처럼 의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담덕을 해하려는 가라지와 그 주변인물을 색출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담망이 그동안 쇼를 했던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건, 22회에 예고편이다. 담망왕자는 ‘맹세했다. 담덕이만 살아서 돌아올 수 있다면, 다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고구려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동생 담덕을 아끼는 형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도영(오지은)에게는 ‘먼 길’을 떠난다고 밝혔다. 도영은 국상의 딸로 담망왕자와 국혼 얘기가 오가던 처자다. 담망왕자가 도영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는 건, 왕위계승에 욕심이 없음을 나타낸다. 무엇보다 ‘먼 길’이란 고구려 국내성을 떠나겠다는 말도 되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결국 담망왕자는 향후 고구려를 이끌 담덕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었다. 자신보다는 담덕이 태자로 어울리다는 판단. 그리고 이는 성격파탄자에서 일순간에 개과천선했다고 보기보단, 처음부터 태자가 되기 위해 눈이 뒤집힌 양 연기를 하며 조정에 불순한 무리를 찾으려던 행동으로 보는 게 맞을 듯싶다. 동시에 담덕의 진심도 읽고 싶었던 형 담망의 지혜로운 한수가 아니었을까. 물론 이것도 확실치는 않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담망왕자를 소화중인 정태우의 연기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