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강호동, 왕따를 극복한 힘은?
7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선, 여름특집으로 대한민국 폭포특집 2편이 이어졌다. 제주도에 모인 멤버들은, 제작진이 미션으로 준비한 여섯 군데에 폭포를 찾아서, 또 다시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나 바보당의 앞잡이 이수근이 은지원과의 약속대로 무섭당에 합류했고, 엄태웅에게 2만원을 빌려줬던 김종민마저 무섭당의 편에 섰다. 결국 강호동은 1:5의 위기를 맞았고, 이승기의 소원은 그대로 실현되는 듯했다. 허나 1박2일의 리더 강호동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예능을 읽는 그의 천재성이 빛을 발했다.
1박2일 강호동, 왕따를 극복한 힘은?
강호동은 1등 기업이 2,3등 기업을 교체할 수 없다는 '기업론'을 내세웠고, 이승기는 제작진이 곧 정부라는 입장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기업 중 한곳에 우선협상권을 줄 수 있다는 '정부론'으로 맞불을 놓았다. 그러자 방향을 튼 강호동은 '올림픽론'을 앞세워, 재차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금메달리스트가 은메달-동메달을 임의로 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호동의 '올림픽메달론'은 기세등등하던 '승기주식회사'를 입다물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이승기-은지원에게 힘을 실어주려던 나영석PD조차 진땀을 빼게 만들었다. 강호동의 '올림픽론'은, 1:5로 왕따가 된 그를 구원해주기엔 너무나 적당한 예시였기 때문이다. 왕따마냥 홀로 남아 당황할 수 있던 상황에, 흔들리지 않은 강호동의 천재성이 빛난 셈이다.
그러나 아무도 강호동의 올림픽론에 '천재'라는 수식어를 부여하지 않았다. 은지원이나 이승기가 '올림픽론'을 주장했다면 제작진은 '천재' 등의 자막으로 포장하기 바빴겠지만, 강호동은 바보당의 수장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코멘트를 넣지 않았다. 오히려 바보당의 2인자 이수근이 주장한 램프의 '지니론'에 제작진은 힘을 실어주었다.
그럼에도 강호동의 '올림픽론'에 흔들렸던 나영석PD는, 나름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재안을 내놓았고, 결국 은지원 2등, 강호동-이수근-김종민이 3등 지분을 '4:4:2'로 나누는 대타협이 이뤄졌다. 그리고 폭포를 찾아 뿔뿔이 흩어진 멤버들이 배불리 식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2등 은지원의 소원이 받아들여져 해피엔딩이 되었다.
다만 예능이란 관점에서 봐도, 강호동을 왕따로 만든 분위기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멤버 모두가 강호동의 반대편에 선 그림도 사나웠지만, 제작진마저 자막을 동원해 강호동을 배신자로 몰아세우며 그를 외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강호동이 왕따취급을 당한 시간이 너무 길게 방송됐다. 이것은 바보당 이수근-김종민에 대한 아쉬움으로도 직결된다.
사실 이수근은 은지원과의 사전약속대로 강호동을 떠날 수 있었지만, 김종민은 눈치껏 강호동옆에 붙었어야 했다. 강호동을 혼자 두고 반대편에 멤버들끼리 웃고 즐거워하는, 자칫 왕따로 비춰질 수 있는 화면을 만들어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종민이 강호동의 옆에 남았다면, 배신을 주도했던 자신의 목소리도 높여가며 재차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차버리고 간 승기주식회사에선 한마디도 거들지 못한 병풍으로 전락했다. 최근 김종민은 예전에 비해 나아지곤 있지만, 전체를 보는 시야는 여전히 어둡다는 게 아쉽다.
떠난 이수근도 좀 더 빨리 강호동에게 돌아왔으면 어땠을까. 이수근은 1박2일에서 앞잡이 캐릭터를 맡고 있다. 앞잡이 캐릭터가 빛나려면, 팔랑귀를 바탕으로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이수근은 강호동의 입에서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다!'란 강압적인 경고멘트가 떨어지자, 그제서야 미적거리며 마지못해 강호동의 옆에 앉았다.
예전에 앞잡이 이수근이라면, 강호동의 '올림픽론'이 터져 나왔을 쯤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강호동에게 돌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수근은 마치 무섭당의 리더마냥 '지니론'을 내세우며, 오히려 강호동에게 강한 태클을 걸고 있었다. 졸지에 강호동에게 맞서야 할, 은지원-이승기-엄태웅의 역할도 사라졌다. 때문에 강호동의 대재앙발언이 나왔고, 이수근은 앞잡이 본능을 발휘할 타이밍을 놓친 채, 도살장 끌려가듯 강호동에게 불었다. 즉 이수근의 상황판단미스가, 스스로를 앞잡이가 아닌 똘마니캐릭터로 굳어지게 만든 셈이다.
리얼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순발력, 상황대처능력이다. 왕따에서 천재가 된 강호동의 원맨쇼에 기대하기보단, 무섭당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수 있는 바보당의 힘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강호동이 왕따당한 상황을 웃음으로 발전시켜 눈물겹게 극복하긴 했지만, 타이밍을 놓친 바보당 이수근-김종민의 뒤늦은 합류로 재미를 극대화시킬 순 없었다. 결국 나영석PD의 밋밋한 중재안이 접수되고 말았다.
강호동이 쿨하게 소원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만일 이수근을 배신하고 2등이 된 강호동이 1:5의 왕따를 당한 채로 굴복했다면, 차후 1박2일 미션에서 배신을 통한 재미는 만들 수 없다. '배신자=꼴지'로 만든다면, 누가 캐릭터를 바탕으로 제작진이 요구한 미션에서 배신하려 들겠는가. '올림픽론'까지 앞세우며, 끝까지 악역을 수행하고 '배신'이란 아이템을 외롭게 지켜낸 강호동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멀리 내다볼 줄 아는 1박2일의 리더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