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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드림팀 선정성논란, 누가 화를 키웠는가?

바람을가르다 2011. 8. 8. 09:35







7일 방송된 KBS2TV 예능 <출발드림팀 시즌2>가 선정성논란에 휩싸였다. 여름특집 드림걸즈 최강전이란 타이틀을 걸고, 걸그룹 달샤벳-걸스데이-씨스타-레인보우 등 아이돌 멤버들과 방송인 이파니-김나영 등을 출연시킨 이날 방송에서, 경기도중 가슴라인 등 신체부위가 일부 노출돼, 보기 민망했다는 의견과 선정성을 거론하기엔 지나치다는 의견이 충돌해 해당프로그램 시청자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기 때문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출발드림팀2가 선정적이었다는 사실을 피할 수는 없다. 여자연예인이 방송에서 수영복을 입고, 가슴의 굴곡이 드러났다고 해서 선정성을 띠었다고 볼 순 없다.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는 것이 당연하고, 게임을 하다보면 얘기치 않게 특정부위가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작진의 불순한 의도에 있다. 여성의 가슴이 부각될 수 있는 게임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가슴에 집중할 수 있는 얼음슬라이딩, 원통을 넘을 때 가슴노출이 두드러지는 수상장애물달리기가 그러하다. 굳이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아도, 어떤 장면이 카메라에 담길지는 제작진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얼음슬라이딩이나 수상장애물달리기는 이미 예전에 예능에서 써먹었던 게임이다.

즉 제작진이 선택한 게임은, 여성의 가슴 등 신체부위의 노출을 미끼로 시청자를 사로잡겠다는 꼼수로 볼 수 있었다. 선정성논란이 야기될 것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이러한 게임을 준비한 것은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출발드림팀의 제작진이 해명을 하고 사과를 하면 끝나는 문제일까. 아니다. 오히려 ‘선정적이지 않았다.’는 반대여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출발드림팀 선정성논란, 누가 화를 키웠는가?

출발드림팀 ‘여름특집 드림걸즈 최강전’은, 선정적이란 말이 나올 법했다. 그러나 시청자사이에선, ‘성인방송수준이다’와 ‘예능프로그램을 감안할 때 무난했다’가 양분되어,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오히려 후자에 대한 반응이 큰 목소리로 다가올 정도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인가. 바로 선정성에 대한 기준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정적이다’란 말이 방송뿐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유는 방송에서, 뭐만 하면 ‘선정적이다’, ‘민망하다’식으로 걸고 넘어지는 언론과 일부네티즌들에게서 비롯된다. ‘선정성’이란 단어자체를 오남용해, 오히려 화를 키우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아이돌수영대회’를 돌아보면, 방송 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방송에서 수영을 미끼로 아이돌을 대놓고 벗길 작정이냐며 선정적이라고 몰아세웠다. 수영이란 스포츠가 왜 선정적인가. 예능에서 아이돌은 수영을 하면 안 되는가.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지 말고 무엇을 입으라는 얘긴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선정성’이란 단어를 오남용할수록, 시청자도 갈수록 선정적이라는 말에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 상황마저, ‘야하다’, ‘민망하다’는 단어로 포장할수록, 오히려 네티즌의 거부감을 자초하는 빌미가 된다. 정작 ‘선정적인 방송이다.’라고 한목소리를 내야 할 순간마저 의견이 양분되고, 결론없는 결과속에 문제의 상황은 잊혀진다.



아이돌수영대회는 된다. 그러나 얼음슬라이딩은 안 된다. 어떤 확실한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다 싸잡아서 안 된다고 하면, 방송은 안 되는 거 천지다.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도 의견수렴과정이 필요하지만, 시청자와 네티즌이 ‘선정성’에 대해 기준을 제시할 만큼,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평가의 잣대를 내세워야 한다. 그래야 선정적인 방송이 범람하지 않는다. 여론이 모호한 기준이나 이중잣대에 휘둘릴수록 그만큼의 반대여론이 부상하고, 선정성의 경계는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결론나지 않는 갑론을박은 결국 출발드림팀의 재탕을 부를 뿐이다.

방송은 시청자에 의해 좌우된다. 시청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게 돼있다. 시청자가 외면하는 방송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다면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이나 아이돌 기획사의 문제를 꼬집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청자가 올바르고 명확한 잣대로 칭찬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개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어야겠지만, ‘나’에서 비롯되기에 앞서, ‘우리’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열린 자세도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