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강호동, 누구를 위한 이미지 관리였나?
31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서는, 여름특집으로 대한민국 폭포특집을 마련했다. 제작진이 정한 장소 제주도의 엉또폭포를 찾아가는 미션에, 1,2,3등으로 도착한 멤버들에겐 소원권이 주어졌다. 결과부터 말하면, 1등은 이승기, 2,3등은 강호동-김종민이 차지했다. 그러나 1등으로 엉또폭포에 도착한 이승기외에 2,3등을 한 강호동-김종민의 소원권은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유는 은천재 은지원의 기막힌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미션을 위한 레이스의 시작 당시, 나영석PD는 개인전이라고 밝혔지만, 고백점프게임에 따라 분배된 용돈금액에 따라 팀이 나누어졌던 것. 비행기를 모두 탈 수 있는 용돈을 획득한 바보당 강호동-김종민-이수근이 뭉쳤고, 용돈을 합쳐봐야 한사람만이 비행기와 제주도에서 택시를 탈 수 있는 은지원-이승기-엄태웅은 무섭당을 결성했다. 때문에 바보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전개됐다.
그러나 은지원은 이승기가 1등을 해서, 소원으로 2,3등을 은지원과 엄태웅으로 바꾸면 된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결국 무섭당의 계획대로 이승기는 1등으로 엉또폭포에 도착했다. 결국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무섭당의 끈끈한 단합아래, 이승기의 질주, 남은 만원까지 보태준 엄태웅 엄마본능, 은지원의 천재성이 빛난 레이스였다.
반대로 실핏줄같은 부자연대 강호동-이수근-김종민의 바보당은 싸늘한(?) 배신속에, 무섭당에게 실리는 실리대로 내주었고, 배신으로 깍인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 강호동과 이수근간에 치열한 설전을 펼쳤다. 그리고 그들의 설전과 상황극속엔 웃음과 재미도 있었지만, 시청자에게 부탁하는 메시지도 담겨있었다.
1박2일 강호동, 누구를 위한 이미지 관리였나?
바보당 강호동-이수근-김종민이 제주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40분전에 이승기는 경차를 렌트해 엉또폭포로 향하고 있었다. 이를 알라차린 세사람은, 남은 2,3등을 차지하기 위해 동맹을 깨버렸다. 김종민이 먼저 택시를 잡기 위해 도망쳤고, 강호동이 김종민을 쫓아가 합승했다. 이수근을 태울 수도 있었지만, 강호동과 김종민은 매정하게 이수근을 버렸다.
덕분에 택시비가 모자란 이수근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이수근은 ‘배신’이라는 씁쓸한 심경을 담은 한편의 시를 남겼다. ‘배신’이라고 쓰고 ‘호동-종민’이라 읽는다라며 탄식했다. 그러나 이수근은 은지원의 포섭에 ‘무조건’을 외치며 잽싸게 무섭당으로 갈아타, 역시 국민앞잡이다운 본능에 충실했다.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바보당은 깨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승기의 1등이 확실했기 때문에, ‘나만 아니면 돼.’에 충실한 바보당은, 누군가 배신의 쓴잔을 마시게 될 것이란 사실. 그 희생양이 이수근이었다. 그러나 단순 배신으로 종결됐다면, 강호동-김종민은 이수근의 말처럼 시청자들의 댓글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오히려 역으로, 이수근이 강호동의 이미지를 운운하며 공격했던 상황극이 빛을 발했다.
강호동은 배신의 명분을 예능에서 찾았다. 강호동은 예능에서 배신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옆에 있던 김종민은 ‘큰 죄 아니에요, 직무유기?’라며 거들었다. 덧붙여 예능에선 악역도 필요하다며, 해피선데이 1박2일은 예능프로그램이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고 이수근을 몰아부쳤다.
이에 이수근은 강호동이 이미지관리에 들어갔다면서, 댓글 공격이 걱정하고 있느냐며 정곡을 찔렀다. 이어 강호동과 김종민의 이간질에 들어간 앞잡이 이수근의 말에, 강호동은 괴로워하며 ‘코미미언 아니가.’를 외치며 특유의 과장된 눈물연기에 들어갔다. 덕분에 배신을 주제로 한 두 사람의 상황극은 큰 웃음을 낳았다.
그렇다면 배신으로 개운치 않았던 강호동의 이미지관리는 누구를 위해서였을까. 강호동 본인을 위해서? 물론 시청자의 댓글공격을 좀 더 완화시킬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강호동과 이수근이 대놓고 시청자 댓글을 운운하며, 1박2일은 다큐가 아니라 예능이라고 강조했던 것은, 결국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포석이었다.
1박2일과 같은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시청자가 가장 놓치기 쉬운 게, 리얼뒤에 놓인 ‘버라이어티’다. 매번 리얼을 강조하고 비판의 날을 세우면, 뒤따르는 ‘버라이어티’는 죽을 수밖에 없다. 예능을 무시한 시청자의 요구가 늘어나면, 결국 강호동의 말처럼 1박2일은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로 수렴하게 된다. 배신을 위한 배신은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재미를 위한 배신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선 곤란한 이유다.
이승기가 여섯명이면 재미가 없고, 강호동이 여섯명이어도 마찬가지다. 예능 1박2일에서 재미를 만들기 위해 악역을 자처해 배신을 하고, 때문에 이미지가 훼손될까 관리에 들어가야 하는 강호동을 보면 안타깝다. 개그콘서트에서 치고받는다고 가학으로 보지 않고, 상대방을 배신하고 무안을 줬다고 해서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청자는 웃음을 터트린다. 1박2일도 개그콘서트와 같은 예능프로그램이다. 리얼보다는 캐릭터가 존재하는 말그대로 예능에 충실한 예능프로그램이다.
내용이 재미가 없다면 비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1박2일에서 누군가 악역을 맡고, 그 악역을 통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다면, 악플과 비난이 아니라 칭찬을 하고 응원을 해줘야 마땅하다. 그래야 앞으로도 폭포특집과 같이 미션에서 재미를 만들어내고, 그 재미를 시청자와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