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헌터 마지막회, 이윤성(이민호)사망설 왜 나왔나?
시티헌터 이윤성(이민호)과 양부 이진표(김상중)가 서로에게 총을 겨눴다. 그렇게 이윤성은 1983년 싹쓸이계획을 주도했던 5인회 수장이자 자신의 친부인 최응찬(천호진)대통령을 죽이려는 이진표를 가로막았다. 이윤성의 눈가엔 눈물이 고였고, 총을 쥔 손은 떨리고 있었다. 이윤성은 자신을 길러 준 이진표와 평범하게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모든 게 꿈이었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마지막회 최고의 순간이었다.
만약 이윤성이 머리에 총구를 박은 채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면, 충격적인 반전이고 결말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시청자에겐 잊을 수 없는 새드엔딩의 명장면으로 오랫동안 기억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윤성의 방아쇠를 멈추게 한 사람이 있었으니, 최응찬대통령과 그가 사랑하는 여자 김나나(박민영)였다. 즉 두 사람은 이윤성을 살리기 위해 나타난 일종에 장치였다. 드라마에서 이윤성이 죽어야 했다면 이진표앞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알을 박았을 것이다.
때문에 이진표는 이윤성이 아닌 최응찬대통령에게 총을 쐈고, 이윤성이 몸을 날려 대신 총을 맞았다. 이진표가 최응찬에게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복수를 하고 싶었다면, 최응찬의 친아들 이윤성을 쏴야 했다. 눈앞에서 아들이 죽는 모습을 지켜 본 최응찬이 씻을 수 없는 죄책감으로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 그러나 이윤성이 비록 원수의 아들이긴 하나, 그는 이진표에게도 친아들과 다를 바 없었다. 기른 정이 무섭다고, 28년이다. 이진표는 절대 이윤성을 다치게 할 순 없었다. 만약 친부 최응찬이 눈앞에서 죽여, 이윤성이 느끼며 살아갈 상처는 또 어떡하나. 결국 최응찬을 향한 이진표의 복수계획은 시작부터 모순이었다.
뒤늦게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 이진표는 김나나의 총에 맞고 죽어갔다. 이진표는 죽는 순간까지 혹여 아들 이윤성에게 피해가 갈까봐, 청와대경호원들 앞에서 자신이 시티헌터라고 밝혔다. 시티헌터가 벌려 놓은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시티헌터가 5인회를 비롯,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경제인을 잡아넣었고, 덕분에 국회에선 최응찬대통령의 탄핵소추안까지 제출됐다. 이진표는 이윤성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복잡한 상황을 막아준 셈이다.
시티헌터 마지막회, 이윤성(이민호)사망설 왜 나왔나?
근데 뜬금없게도 시티헌터 이윤성의 사망설이 제기됐다. 이진표의 총에 맞고 이윤성도 죽었다는 설이다. 마지막에 이윤성과 김나나와의 재회조차, 그녀 혼자만의 상상이라는 것. 시티헌터 제작진의 열린 결말로, 이윤성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시청자 상상에 맡겨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티헌터는 원작이 있는 드라마고, 갓 태어난 아기였던 이윤성이 이진표에게 납치된 시점부터 시작한다. 즉 시티헌터 제작진과 주인공 이민호가 공개적으로 밝혔듯이, 드라마 시티헌터는 ‘시티헌터 비긴즈’로 봐야 맞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부정부패를 처단하는 본격적인 활동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할 시티헌터가, 그릇된 양부의 복수와 함께 죽는다?
원작을 빼놓고 말해도 시티헌터의 사망설은 납득할 수 없다.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진표가 만일 이윤성의 죽음을 확신했다면, 굳이 자신이 시티헌터라고 청와대경호원들 앞에서 위장발언을 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총격 후 쓰러진 이윤성-이진표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지만, 이진표는 총을 맞고 그대로 즉사해 눈이 정지된 반면, 비록 피칠갑을 했으나 이윤성은 양부 이진표를 바라보는 눈빛이 살아있었다.
게다가 이윤성이 시티헌터라는 사실을 확실히 일고 있는 이들이 죽었다. 이진표도, 천재만도, 김영주(이준혁)검사도, 덕분에 시티헌터의 신비감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친아버지인 최응찬이 아들이 시티헌터라는 사실을 밝히겠는가, 그의 조력자 배식중(김상호)-김상국(정준) 등이 떠벌리겠는가. 아니면 김나나가 내남자는 시티헌터라고 광고하겠나. 이윤성은 개인의 복수가 아닌, 진짜 시티헌터가 된 셈이다. 마지막에 자동차를 몰고 도시를 질주하는 장면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작진이 벌려놓은 일들을 마지막회에서 전부 해소하는 과정에서, 급하게 엔딩을 메꾸느라 이윤성과 김나나의 구체적인 교감을 그리지 못했을 뿐, 이윤성은 멀쩡하게 살아있다. 이윤성사망설이 설득력을 갖게 되면, 최고의사랑에 독고진(차승원)도 심장수술중에 죽은 것이고, 구애정(공효진)이 그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도 그녀 혼자만의 상상으로 취급할 수 있는 열린 결말인가.
물론 시티헌터 이윤성 사망설은 받아들이는 시청자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뜬금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드라마의 마지막회치곤 진부하고 임팩트가 없었다는 사실이 실망스럽다. 출생의 비밀부터 드라마를 처음부터 본 시청자에겐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그대로 반복하고 설명한 앞부분은 지루했고, 중간에 이윤성-최응찬의 도덕교과서같은 대화는 지루하고 따분했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내용들이 말로 설명이 되니 설득력도 반감되고, 재미면에서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윤성이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장면이 마지막회에서 건진 유일한 볼거리였다. 진짜 사망설은 주인공 이윤성이 아니라, 이민호와 김상중의 연기대결밖에 건질 게 없었던 시티헌터 마지막회 대본이 그동안의 퀄리티를 죽인 사망수준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