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자격 이충희, 청춘합창단의 복병인 이유?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 ‘청춘합창단’에 최종멤버가 확정됐다. 오디션을 통해 총 40명이 뽑혔고, 남격멤버 이경규를 비롯한 여섯명, 그리고 음악감독이자 지휘자 김태원과 그를 도와 줄 보컬트레이너 임혜영, 박완규 등 총 49명이 참여하는 청춘합창단이 출범했다.
오디션에서 알 수 있듯이, 전반적으로 참가자들의 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다는 사실에서 청춘합창단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또한 합격자들의 사연이 청춘합창단에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에서, 참가한 대회에 성적과 관계없이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과정이다. 청춘합창단엔 52세 이상이란 공통점외엔, 전혀 다른 인생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과연 김태원의 지휘아래 얼마만큼의 완성된 하모니를 만들어 갈까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 과정이 곧 재미와 감동을 부르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즉 청춘합창단 자체가 성장스토리다. 그리고 멤버 한사람 한사람에서 시작되어 하나의 노래속에 합쳐진다.
남자의자격 이충희, 청춘합창단의 복병인 이유?
지난 주 방송에서, 청춘합창단에 눈에 띄는 합격자가 있다. 바로 전설의 농구스타 이충희 감독이다. 이충희가 누구인가. 슛도사로 명성을 날렸던 국보급 포워드다. 그가 아내 최란의 권유로 청춘합창단 오디션에 나타난 것이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자신이 신청한 최성수의 ‘동행’을 두고, 피아노 반주에게 무슨 노래라고 되물었던 것이다. 덕분에 큰 웃음을 자아냈다. 노래방기계반주에 익숙했던 이충희는 피아노반주가 생소했던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충희의 음감은 떨어져 보였다. 스스로도 음정과 박자에 약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충희의 노래실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김태원의 말처럼 합창단에 녹아들 수 있을 만큼 부드러운 음색을 지녔다. 다만 자신감이 없어 보였고 그것이 노래로 나타났다.
사실 오디션에서 이충희는 노래실력보다 솔직함이 묻어난 멘트로 예능에서 3점슛을 꽂아 넣었다. 김태원은 ‘어디서 음치라는 소리는 안 들으셨죠?’라고 물었고, 이충희는 ‘들었어요.’라고 대답했다. 솔직했던 이충희의 답변은, 반주를 못 알아들은 것에 이어, 또 한번 대박웃음을 낳았기 때문이다.
특히 김태원과 주고받은 멘트들이 인상깊었다. 두 사람은 만담콤비를 해도 좋을 만큼, 서로에게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으며, 시청자가 예상치 못하는 타이밍에 의도하지 않았던 웃음을 뽑아냈기 때문이다. 김태원과 이충희의 캐릭터가 묘하게도 잘 어울렸다. 솔직함에서 비롯된 계산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반전의 재미를 주었다. 앞으로도 두 사람의 부딪힘(?)이 기대감을 부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충희는 분명 합창단에 복병이다. 다른 합격자들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태원뿐만 아니라, 보컬트레이너인 임혜영과 박완규의 지도가 절실하다. 하지만 복병 이충희가 불안한 음정과 박치에서 벗어나, 합창단원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시청포인트가 됐다.
이충희는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부럽다며, 자신도 노래를 잘 하고 싶다며 청춘합창단에 지원한 동기를 밝혔다. 그런데 이충희는 실력이 다소 부족하나 기본적인 자질을 보여줬다. 보컬트레이너의 지도에 충실하게 쫓아간다면, 누구보다 노래를 잘 할 수 있다.
현재 이충희는 농구해설을 맡고 있지만, 언제든 다시 농구감독을 맡아야 할 사람이다.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슛도사 이충희가, 자질은 있으나 실력이 모자란 선수를 바라볼 때, 문제점의 해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을 가르치고 발전시키느냐는 감독의 몫이다. 그리고 선수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 강한 선수로 만들고, 팀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 감독이다.
스타감독 이충희가 합창단에 지원한 것은, 비단 노래를 잘 하고 싶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약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 합창단원들과 소통하고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몸소 깨닫는 것. 농구감독으로서 자신이 고집했던 리더십과 김태원과 같은 다른 분야에 리더들과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상대방의 장점은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는 농구계에 리더이기 때문이다.
합창단을 통해서 얻는 것은, 비단 노래의 하모니뿐이 아니다. 사람간에 이뤄지는 하모니도 포함된다. 때문에 남자의자격 청춘합창단의 도전이 더욱 의미가 있고, 합창이 끝나고 해체된 후에도 단원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남는 게 많다는 사실이다. 남아있는 것을 가져가는 양은 개개인의 몫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