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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해'의 윤은혜, 논란의 핵심은?

바람을가르다 2009. 8. 20. 08:15

드라마 <>, <커피프린스1호점>으로 안방극장의 흥행보증수표로 떠오른 윤은혜 <내조의 여왕>윤상현, <일지매>정일우, <찬란한 유산>문채원이 가세한 KBS 수목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 19일 수요일 첫방송을 탔다.

 

<아가씨를 부탁해>. 약칭 아부해는 재벌가의 상속녀로 많은 하인과 하녀를 두고, 공주처럼 살아가는 도도한 아가씨 강혜나 역의 윤은혜와 전직 제비출신으로 강혜나의 수발이 되는 집사 역할의 서동찬윤상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로맨틱코미디. 캐릭터만 놓고 볼 땐, 윤은혜 <꽃보다 남자>구준표 이민호, 윤상현은 금잔디 구혜선을 떠올리면 매칭이 될 듯 싶다.

 

문제는 첫방이 끝난 직후, 네티즌을 중심으로 또 다시 가열된 윤은혜의 발음을 비롯한 연기논란에 이은 미스캐스팅. 동시에 식상한 느낌을 주는 드라마의 내러티브가 도마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아가씨를 부탁해> 첫방송이 시청자에게 보여 준 것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바로 윤은혜의 연기와 드라마의 내용적인 측면.


 

일단, 윤은혜의 연기가 강혜나의 캐릭터에 온전히 녹아들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을 것 같다. 보기 부담스러울 정도의 짙은 화장과 아이라인으로 도도하고 날선 이미지를 부각하려 들었다는 점이 미스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비호감스런 화장의 문제로 남지 않는다. 짙은 화장이 불러오는 강한 인상에, 세련되지도 매끄럽지도 못한 윤은혜의 발음이 더욱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청자는 윤은혜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찾아 집중적으로 포커스를 맞추게 된다. 오히려 옅은 화장에 엉덩이를 지나치게 실룩거리던 워킹만으로 초반 캐릭터를 잡아갔다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윤은혜의 발음이 불러오는 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됐던 고질병으로 이번 드라마라고 해서 달라질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캐릭터가 도도하고 예민한 성격인 만큼 대사처리는 짧게 가줘야 맞지 않았을까? 유난히 윤은혜의 대사는 설명조가 많다. “나가!” 한마디면 될 것을 일일 나가야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대사가 길어지면 윤은혜의 꼬리는 잡히게 되어 있다. <환상의 커플>한예슬처럼 짧게 끊어칠 수 있다면 윤은혜의 발음문제도, 캐릭터도 어느 정도 숨통을 틔울 수 있음에도 지금은 강혜나는 단점만 구축하고 있다.

 

두번째, 드라마가 가진 식상한 스타일. 비단 <꽃보다 남자>만이 오버랩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아가씨를 부탁해>만 가진 문제도 아니다. 멜로나 로맨틱코미디엔 남자가 되든 여자가 되든 재벌 2세가 출현해야 스토리가 갖춰지는 한국드라마의 병폐. 이러다보니, 드라마가 전개는 뻔해질 수 밖에 없다. 에피소드 역시 오십보 백보. 막장드라마와 다를 게 무엇인가? 단지 로맨틱코미디가 가진 경쟁력으로 시청자를 붙잡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아무리 화려한 캐스팅으로 계산서를 맞추려해도 가계부는 구멍나게 되있다. 다시 말해, <아가씨를 부탁해>가 성공하려면, 캐릭터가 아닌 내용에서 얼마만큼의 차별화를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같은 로맨틱코미디이면서도, 재벌2세가 똑같이 등장하는 <내조의 여왕>이나 <환상의 커플>이 성공했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미스캐스팅. 아직 부각되진 않았으나, <일지매>정일우 <찬란한 유산>문채원의 경우,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듯 보인다. 또한 <내조의 여왕> 태봉이 윤상현 역시 연기력이 받쳐주니, 서동찬의 역할에 무리가 없다. 반면, 주로 서민적인 캐릭터를 소화했던 윤은혜가 성격이 모난 재벌 상속녀로 등장하자,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미스캐스팅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또 다시 이전의 캐릭터를 고수했다면 윤은혜에게 식상함이 느껴진다며 집중포화가 이어지진 않았을까.

 

그녀에게도 연기변신의 기회가 주어져야 성공이든 실패든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미스캐스팅이 아닌, 윤은혜의 연기가 또 다시 검증을 받는 과정이며 칭찬도 비판도 그녀의 몫이다. 분명 대사전달력에 문제가 있고, 어설픈 연기가 부담스럽다. 그러나, 이제 1회가 끝난 만큼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아가씨를 부탁해>가 첫발을 내딛은 이상, 실족하지 않으려면 연기자들의 장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본이 나와줘야 한다. 어차피 연기력이란 캐릭터를 통해 평가받게 되있다. 부담을 주는 무리한 설정에 연기자를 가두지 말고, 출연진이 가진 장점부터 뽑아내야 시청자가 드라마자체에 몰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