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이태곤, 완벽한 왕연기에도 약점이?
KBS대하드라마 <광개토태왕>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앞서 예상밖에 부진을 면치 못했던 <근초고왕>과는 달리, <광개토태왕>은 시청률 꾸준한 상승세를 바탕으로 정통 사극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극의 전개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고, 퓨전사극 ‘추노’같은 파격도 없다. 과거에 한번쯤은 본 듯한 정통사극의 정형화된 스토리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다음 편이 궁금할 정도로 쫄깃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광개토대왕 담덕 역할에 이태곤은 굉장한 흡인력을 담보하는 연기로 단연 드라마의 일등공신이다.
이태곤은 선굵은 연기와 카리스마로, 그동안 왕전문배우로 통했던 ‘태조왕건’ 최수종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카리스마가 넘쳤던 왕중의 왕 ‘용의눈물’ 유동근과 비견될 만하다. 오랜만에 영웅담에 어울리는 왕다운 왕을 보았다고 할까. 이태곤의 '왕연기가 왕입니다요.'다. 그만큼 현재까지 광개토대왕은 이태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광개토태왕 이태곤, 완벽한 왕연기에도 약점이?
광개토태왕은 사실상 담덕 이태곤의 원톱드라마다. 게다가 극을 이끄는 주요배역들이 대부분 남자배우들로 짜여졌다. 덕분에 주변 남자들을 압도하는 이태곤의 카리스마가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굳이 소리를 내지르지 않아도 될 만한 장면에서조차, 거침없이 내뿜는 이태곤의 연기에 설득력이 느껴진다. 야수를 방불케 하는 담덕의 목소리와 눈빛에, 다른 인물들이 소인배수준으로 전락하는 대비효과가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덕(이태곤)이 매번 전장에 나서 말갈족의 설도안(김규철)이나 후연의 모용수(김동현)패밀리와 싸울 순 없다. 또한 국상 개연수(최동준)를 비롯한 반대편의 대신들과의 갈등만으로 채울 수도 없다. 그들을 상대할 때 빛났던 이태곤의 카리스마를 중간중간 넣어둬야 할 시간도 찾아온다. 담덕도 고구려왕자이기 전에 남자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연애도, 결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담덕의 여자로, 말갈대족장 설도안의 여동생 설지(김정화)와 고무(김진태)장군의 딸 약연(이인혜), 개연수의 딸 도영(오지은)이 대기중에 있다. 이들 중 설지와 약연은 담덕을 향한 짝사랑에 머무를 예정이나, 도영은 담덕과 고구려표 ‘로미오와 줄리엣’를 재현할 예정이다.
아직 시작되진 않았으나 곧 뒤따를 예정인 담덕의 로맨스는, 이태곤에겐 국상이나 말갈족보다도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담덕의 로맨스를 이태곤이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지금껏 보여줬던 완벽한 왕연기가 재평가될 수 있다. 주색에 강한 영웅이 멜로연기에 약점을 보인다면 낭패가 아니겠나.
그동안 이태곤의 연기력에 시청자가 인색했던 이유는, 그가 출연했던 ‘황금물고기’나 ‘보석비빔밥’ 등에서 보여준 멜로연기나 대사톤이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캐릭터를 잘못 만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시청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배우의 책임도 회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본 담덕 이태곤은 완벽했다. 배우의 힘이 느껴질 정도로, 드라마의 장악력이 단연 돋보였다. 이태곤의 재발견이라 할 만큼, 현재 광개토태왕으로 연기력을 제대로 인정받은 그로선, 앞으로 펼쳐질 담덕의 로맨스가 예상치 못한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담덕 이태곤의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멜로에선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가 또 다른 시청포인트로 볼 수 있다. 특히 연적 국상의 딸 도영과의 사랑은, 내용면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배경이라 그의 멜로연기에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