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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금메달에 쑨양이 웃을 수 없었던 이유?

바람을가르다 2011. 7. 25. 08:37






마린보이 박태환이 또 다시 기적같은 역전드라마를 써내며 온 국민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선사했다. 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1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400m 자유형 결승에서, 박태환은 3분42초04의 기록으로 라이벌 쑨양과 파울비더만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 내년 런던올림픽 2연패에 청신호를 켰다.

특히 박태환이 결승에서 배정받은 1번 레인은, 3,4,5번 등에 비해 불리하다. 중간 레인의 선수들이 일으키는 물결에 영향을 크게 받을 뿐 아니라, 경쟁자들을 견제하기 힘들다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그럼에도 박태환은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는 전략속에, 그의 전매특허 막판스퍼트로 시원한 질주본능까지 보여주며 완벽한 우승을 일구었다. 세계신기록보유자 파울비더만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박태환의 레이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박태환금메달에 쑨양이 웃을 수 없었던 이유?

사실 오전에 있었던 예선전에서, 박태환은 전체 7위의 성적으로 불안하게 예선을 통과한 반면, 중국의 에이스이자 올시즌 400M신기록 보유자 쑨양은 1위를 마크해, 박태환의 우승에 놓고 우려의 시각이 높았다. 이를 입증하듯 국내언론들은 박태환의 금메달 가능성을 놓고 부정적인 전망을 쏟기 시작했고, 중국언론들은 앞다투어 박태환의 실력을 평가절하한 기사를 쏟아내며 쑨양의 우승을 확신했다.

양국언론들과는 반대로 박태환선수에 대한 경계심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자가 라이벌로 꼽힌 쑨양선수였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예선전이라 박태환이 기량을 숨긴 채 페이스조절을 했고, 결승전에선 분명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쑨양선수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박태환의 반전극장에 언론뿐 아니라, 절대 다수의 한국인과 중국인이 낚인 반면, 쑨양선수는 박태환의 시나리오를 미리 읽고도 현격한 차이로 패배했다.



쑨양은 결승전을 마친 후,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어서 유감이라면서, 자신의 주종목은 자유형 1500M라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물론 박태환에게 금메달을 내주어 아쉽지만,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은메달도 충분히 값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상식에서 보였던 쑨양의 얼굴은 인터뷰마냥 태연하지도 못했고, 웃음기가 가신 얼굴에, 표정은 시상식내내 굳어 있었다. 쑨양의 얼굴에서 박태환에게 늘 패배했던 2인자 장린선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자유형 400M결승에서, 박태환선수의 우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쑨양이, 박태환에게 먼저 다가가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웃음을 보였던 반면, 이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쑨양은 경기가 끝났음에도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볼 수 없어, 전혀 딴 사람으로 보였다. 3위를 하고도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던 파울비더만과 비교해도 쑨양의 태도는 메달리스트답지 못했다. 그렇다면 불과 1년만에 쑨양의 인간성이 180도 변한 것일까.

쑨양이 달라졌다기보단, 그에게 주어진 짐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이번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면서, 첫 번째 금메달을 남자 자유형 400M에 걸었다. 그만큼 쑨양의 우승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이 개최했던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을 돌아보면, 대회 첫 번째 금메달이 나오는 종목은 자국선수가 절대 유리한 우슈와 같이 금메달이 확실시 되는 종목을 앞세웠다.



중국은 남자보단 여자수영이 강세다. 여자수영은 세계 수영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첫 번째 금메달이 나오도록 일정을 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대회를 놓고 쑨양에 대한 중국의 기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일 뿐 아니라, 쑨양의 금메달을 확신했던 것에서 비롯한다.

여기에 베이징올림픽과 광저우아시안게임 등 자국에서 개최한 경기에서조차, 아시아의 자랑이자 세계수영의 간판스타 박태환에게 매번 패배했던 장린과 중국수영의 아픔과 한계를,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는 쑨양을 통해 되갚고 싶은 심리가 매우 강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공한증 박태환을 극복하기 위한 절호의 찬스를 홈인 상하이에서 맞았다. 그러나 그것은 곧 쑨양에게 커다란 부담이었고, 세계 2위를 하고도 카메라앞에서 끝내 마음껏 웃지 못했다.

지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선 중국수영계가 쑨양이 아닌 장린에게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에, 쑨양은 박태환에 밀려 2위를 하고서도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선, 남자 자유형 400M를 대회의 얼굴로 내세웠을 정도로 쑨양에 대한 중국에 기대치가 높았다. 그 분위기는 예선전까지 화끈하게 붙이 붙었지만, 결국 결승에서 박태환의 압도적인 레이스에 쑨양뿐 아니라, 중국수영계가 찬물을 뒤집어 쓴 꼴이 됐다.



때문에 세계 2위를 하고도 결코 웃을 수 없었던 쑨양이 인간적으로 불쌍하고 안쓰러웠다. 쑨양은 스무살이란 어린 나이에 자국민의 엄청난 기대를 품어내야 했다. 이것은 박태환선수를 바라보는 우리나라 국민의 바람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박태환은 국민의 기대로부터 출발하는 부담감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수영선수권대회까지, 매번 피나는 연습과 노력으로 감동의 역사를 써내려간 것이다.

우리는 여름엔 박태환, 겨울엔 김연아를 떠올린다. 월드스타 박태환과 김연아가, 만약 우리나라선수가 아니고, 쑨양과 아사다마오가 우리나라선수였다면 해당선수는 물론이거니와 응원하는 입장에서 슬픔과 충격이 얼마나 클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껏 올림픽을 비롯해, 매번 국민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고 기쁨과 감동을 선사했던 박태환과 김연아가 대한민국선수라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이며 고마운 일인가.

박태환선수에겐 아직 자유형 100M와 200M 경기가 남아 있다. 벌써부터 언론에선 3관왕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이미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충분한 감동을 주었다. 이제는 우리도 경기결과에 너무 연연할 것이 아니라, 즐길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대를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선수에게 부담을 줄 정도로 앞서가진 않았으면 한다. 자랑스런 박태환선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