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헌터, 김나나(박민영)가 죽는 새드엔딩인 이유?
21일 방송된 시티헌터 18회에서, 김영주(이준혁)검사가 시티헌터 이윤성(이민호)의 얼굴에 총구를 겨누었다가 대책없이 총을 뺏기긴 했지만, 그의 마스크를 벗겨내는 소득을 올리면서 끝이 났다. 결론적으로 시티헌터의 정체가 김영주검사에게 탄로난 셈이다. 그렇다면 19회의 시작은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먼저 짚어봐야 할 것은 시티헌터의 신비감이다. ‘시티헌터=이윤성’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시티헌터의 매력도 반감되지만, 시티헌터란 이름자체가 거추장스럽게 된다. 즉 시티헌터가 아닌 이윤성으로 무게감이 전도된다. 덕분에 시티헌터의 존재이유도 미약해진다.
현재 이윤성이 시티헌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윤성에게 잡힌 천재만의 부하 석두식. 양부 이진표(김상중)와 그의 부하 김상국(정준), 이윤성의 조수 배식중(김상호)과 그가 사랑하는 여자 김나나(박민영)에 불과하다. 그리고 석두식을 제외하곤, 그들은 1983년 싹쓸이작전을 지시했던 5인회에 복수한다는 목적으로 뭉쳤다. 때문에 복수의 결말이 어떻게 나든, 이들은 결국 해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윤성이 시티헌터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배식중은 살아남아 그의 곁을 지킬 것이다. 고담시 배트맨으로 살아가는 브루스 웨인에게도 알프레드가 있었듯이, 시티헌터에게 배식중은 필수가 됐다. 다만 양부 이진표는 복수의 마침표를 위해 죽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떻게 죽느냐가 관건일 뿐, 이진표는 99% 죽을 운명이다. 그것이 복수의 싹을 자르는 방법이다.
석두식은 배트맨의 로빈처럼 시티헌터를 돕는 조력자가 되던가, 아니면 자신을 버린 천재만과 엮이면서 어떤 경로로든 죽어야 한다. 석두식이 이윤성의 정체를 알게 된 이상, 법으로 심판할 단계는 넘어섰기 때문이다.
시티헌터, 김나나(박민영)가 죽는 새드엔딩인 이유?
다시 돌아와, 김영주검사가 시티헌터의 마스크를 벗겨냈고, 그가 이윤성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김영주는 시티헌터 이윤성을 두고 어떠한 대처를 할 것인가. 법대로 시티헌터를 구속하고 수사할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시티헌터는 신비감이 생명이다. 그리고 김영주는 이윤성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무의식적으로 시티헌터 이윤성의 활약을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시티헌터가 이윤성이란 사실을 외부에 공개할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그 사실을 덮기 위해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김영주검사와 시티헌터 이윤성이 서로를 돕는 관계로 발전하기도 힘들다. 김영주는 법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인물이고, 이윤성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시티헌터이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공조할 순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한배를 탈 운명은 아니다.
이윤성과 김영주의 관계는, 드라마 ‘추노’속에서 이대길(장혁)과 무사 송태하(오지호)의 관계를 살짝 비틀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추노꾼 이대길은 상금이 걸린 송태하를 잡으려 했지만, 그가 원손을 지켜내고 세상을 바꾸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돕는다. 즉 송태하가 지켜야 할 ‘원손’이, 김영주검사에겐 ‘법’이다. 그리고 대길이처럼 이윤성도 궁극적으론 피가 아닌 법에 의지하게 된다.
시티헌터 비긴즈에서 이윤성이 죽을 일은 없겠지만, 이대길과 송태하가 다른 운명에 놓인 것처럼, 이윤성과 김영주는 결국 흩어질 수밖에 없다. 단지 김영주검사가 시티헌터의 정체를 알았다고 해서 그 사실을 외부로 발설할 인물도 아니고, 그가 죽을 가능성도 없다. ‘김영주=법’인데, 김영주가 죽는다면 대한민국 법이 죽는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티헌터 18회에서 가장 주목할 인물은 경호과장 박호식(백승현)이다. 그는 이윤성이 시티헌터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예감했다. 그리고 박호식은 이윤성에게 청와대는 대한민국 안보의 중심이라면서, 다른 목적으로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것도 모자라 이윤성에게 총을 겨누며, 발자국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동물적인 감각까지 보여줬다.
그렇다면 박호식은 엄청난 반전을 쥔 인물일까. 아니다. 그는 그저 청와대 경호과장에 불과하다. 단지 본인의 직업정신에 투철한 인물이고 충실할 뿐이다. 다만 그 사실이 이윤성과 김나나에게 위협이 될 전망이다.
드라마를 2회 남겨둔 시점에서, 마지막은 피의 복수 이진표VS최응찬(천호진)으로 압축된다. 그리고 피를 막아야 할 자가 바로 시티헌터 이윤성이라고 볼 수 있다. 좀 더 들어가 최응찬대통령을 지켜야 할 사람은 박호식과 김나나고, 이진표를 살리고 막아야 할 편에 이윤성이 있다. 김나나는 이윤성이 시티헌터라는 사실도, 이진표가 위험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박호식은 이윤성이 시티헌터일지도 모른다는 추측만 할 뿐인데다, 이진표에 대해서도 모른다. 그것이 무서운 거다. 박호식 경호과장은 발자국소리가 나지 않는 이윤성에게 느닷없이 총구를 겨눴듯이, 그는 언제든 누구에게도 총을 쏴댈 수 있는 인물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응찬대통령에 대한 복수의 시작은 이진표에게서 시작되겠지만, 끝은 박호식에 의해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통령이 죽는 비상사태가 벌어질 리 만무하다. 즉 중간에 낀 경호원 김나나가 사느냐 죽느냐에 달렸다.
마지막으로 짚어볼 건, 시티헌터 18회에서 수족관에 빠져 죽을 뻔한 김나나의 목숨을 구한 이윤성이, 그를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김나나에게 했던 말이다. 곧 끝날테니 기다려달라는 말. 즉 5인회에 대한 복수가 끝나면, 이윤성은 시티헌터의 마스크를 벗고 사랑하는 김나나의 남자로 평범한 인생을 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티헌터 비긴즈에서, 그가 평범한 인생을 사는 남자가 되는 결말이 가능할까?
복수가 끝났음에도 이윤성이 시티헌터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결말로 매듭지어야 한다. 때문에 해피엔딩이 아닌, 사랑하는 여자 김나나를 잃은 이윤성이 어두운 도시의 시티헌터로 살아가는 새드엔딩을 예상하게 된다. 결국 복수의 씨앗을 뿌린 이윤성의 친부 최응찬대통령과 5인회, 그리고 그들을 피로써 처단하려던 이윤성의 양부 이진표. 덕분에 과오가 대물림된 이윤성만 사랑하는 여자 김나나를 잃고 마는. 용서와 화해를 떠나, 잘못된 시작과 복수라는 감정은 결국 원치 않는 피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결말. 누구보다 해피엔딩을 원하지만 흘러가는 분위기가 새드엔딩을 예감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