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1박2일, 숨바꼭질보다 재밌던 건?

바람을가르다 2011. 7. 18. 09:04






17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선 전북 고창 농활특집 2편이 이어졌다. 지난 주 잠자리복불복에 패했던 은지원-엄태웅-김종민 팀이 폐가에서 취침해 기대감을 모았지만, 모기만 잔뜩 출현해 재미는 커녕 뽑아낼 분량도 없었다. 대신 멤버들의 캐릭터가 빛났던 저녁식사복불복과 기상미션에서 충분한 재미를 보상받을 수 있었다.



저녁식사복불복 - 이승기VS은지원, 1박2일 최고의 브레인은?

풍천장어를 놓고 펼친 저녁식사복볼복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였던 멤버는, 1박2일의 대표 브레인 은지원과 이승기였다. 은지원은 영화제목을 맞추는 초성퀴즈에서 '웰컴투동막골', '식스센스', '공동경비구역JSA'에 이르기까지 막힘없이 풀어내 은천재의 명성을 이어갔다.

그러나 은천재를 뛰어넘은 멤버는 허당 이승기였다. 이승기는 사물퀴즈에서 엄태웅의 '꽈리', 강호동의 '또아'를 듣고, 한번도 본적 없다던 '똬리'를 유추해 강호동-이수근에게 장어를 시식할 기회를 선사했고, 음악퀴즈에선 베이비복스의 '겟 업(Get up)을 맞춰 결정적인 순간마다 팀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킬러본능을 과시했다.



나무젓가락 6개를 이용해 길이와 크기가 같은 정삼각형 4개를 만들라는 창의력 퀴즈에서도, 이승기는 가장 먼저 해답을 찾아내는 명석함을 뽐냈다. 결국 전방위로 맹활약을 펼친 이승기는 이 날의 MVP로 손색이 없었고, 1박2일의 대표브레인으로 재차 확인받는 기쁨을 누렸다.

여기에 기상미션인 숨바꼭질에서 도망자 입장에 놓인 팀을 위해, 이승기는 분장을 해서 은지원팀을 따돌리자는 1차원적인 아이디어를 내면서, '이승기=허당'이란 본래의 캐릭터를 잃지 않았던 것도 인상깊었다. 은지원이 은초딩과 은천재를 오가듯이, 이승기도 상황에 따라 천재와 허당을 오가는 멤버로서, 혼자서도 시시각각 반전의 재미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시청자에게 보여줬다. 이렇듯 1박2일 이승기는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는 캐릭터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은지원VS이승기의 브레인대결은 끝나지 않았다. 수면위로 떠오른 그들의 경쟁은 앞으로도 1박2일의 흥미진진하고 치열한 재미를 담보할 최고 흥행카드중에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미션 - 1박2일, 숨바꼭질보다 재밌던 건?

한편 1박2일에서 오랜만에 기상미션이 제몫을 단단히 했다. 나영석PD가 제안한 숨바꼭질에 강호동-이승기-이수근 팀은 도망자가, 은지원-김종민-엄태웅 팀이 추격자가 되었다. 20분 안에 강호동 팀을 찾아야 하는 기상미션에서, 2분을 남기고 엄태웅이 강호동을 발견했다. 승리한 은지원-엄태웅-김종민은 고창투어를, 패한 강호동-이승기-이수근은 고추를 1000개씩 따는 농활체험을 했다.

기상미션이 재밌었던 건, 은지원팀이 강호동팀을 찾아내는 과정에도 있었지만, 사실 전날부터 숨을 장소를 고민하고 준비하던 강호동-이승기-이수근의 아이디어 토크와 게임이 끝난 후 한자리에 모여 나누었던 뒷이야기 토크에도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강호동 팀은, 숨을 장소를 놓고 새벽 4시까지 갑론을박하던 와중에 이수근은 이랬다저랬다를 반복해, 팔랑귀 이수근, 국민앞잡이 이수근의 면모를 고스란히 드러내 강호동과 이승기를 배꼽잡게 만들었다. 이어 숨을 장소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자, 차라리 셋이서 개인전을 해 먼저 잡힌 한 사람이 고추 삼천개를 따게 만들자는, 전형적인 앞잡이 멘트로 웃음의 2연타를 날렸다.     

기상미션이 끝난 후에 벌였던 토크도 마찬가지였다. 엄태웅은 강호동을 발견했을 때, 마치 베트콩을 발견한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강호동은 숨바꼭질에서 '졌다.'라는 생각이 나야 맞는데, 엄태웅을 보곤 '어, 죽었다.'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며 박장대소했다. 그러자 이번엔 이승기가 거들었다. 남들은 들키면 일어서는데, 강호동은 오히려 바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면서, 도대체 왜 그런 거냐며 또 한번 웃음의 방점을 찍었다.

기상미션 숨바꼭질 자체가 긴장감과 설레임을 주었다면, 숨바꼭질을 준비하는 단계나, 끝나고 난 뒤엔 커다란 재미와 웃음을 낳았던 셈이다. 때문에 기상미션이 재미있었고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던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자체도 재밌지만, 여행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며 느끼는 설레임이나 잔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뒤, 일상으로 돌아와 여행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재미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여행을 놓고 할 얘기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기억에 남고 재밌었던 여행으로 남는다.

즉 이번 숨바꼭질 기상미션에서 알 수 있는 건, 제작진의 아이디어가 신선하거나 준비를 잘 해서 내놓으면, 역량있는 멤버들이 알아서 재미를 만들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매번 똑같았던 깃발 찾아내기와 같은 기상미션에선, 날고 기는 멤버들조차 식상함을 느끼기 쉬워 매번 다른 재미를 뽑아낼 여건을 만들기가 버거웠다. 그러다보니 때때로 억지를 부렸고 그것이 종종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재미는 단순한 것이다. 1박2일 멤버들이 과정을 즐기고 재밌어 하면 시청자도 쉽게 그들의 재미속에 빠져들었다. 즉 멤버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제작진이 참신한 미션과 복불복게임을 준비하는 게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기상미션의 성공을 계기로 제작진의 진화된 역량을 앞으로도 꾸준히 볼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