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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 독한 MC와 일어서라>

바람을가르다 2009. 4. 10. 00:50


음악의 아버지 바하. 호통의 양아버지 박명수.

유행이란 것도 시기가 있고, 호통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호통에 갇혀있던 박명수는 여전히 2인자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그를 향한 대중의 관심도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유재석에 기생한다는 비난마저 쏟아져, 그를 궁지로 몰아가는 사면초가.

더 이상 유재석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아달라는 원성이 뒤를 잇는 진퇴양난.

 

과연 국민MC가 아닌 국밥MC 박명수의 돌파구는 진정 없는 걸까?

 

우선, 지난 날 그가 급하게 말아 드신 프로를 짚어보자.

MBC 일밤의 <동안클럽>, <지피지기>, <브레인 배틀>

KBS <두뇌왕 아인슈타인>, <경제비타민>

유재석과 함께 하는 <무한도전>, <해피투게더>가 건재한 대신,

MC유의 곁은 떠난 프로는 하나같이 조기종영 및 폐지의 쓴맛을 보고 만다.

 

정말 유재석없이는 안 되는 걸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유재석만한 파트너를 못만난 것도 부인할 순 없지만,

박명수가 프로그램 선택에 일단 문제가 있지 않았나 복기한다.

프로그램과 자신의 캐릭터가 물과 기름 같지 않았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무한도전> 인기에 편승한 채, 무작정 그를 소비하려 달려 든 일선 PD들이

박명수의 경력 및 캐릭터를 고려하긴 했던걸까라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박명수 또한, 조급하게 서두른 면도 간과할 수 없지만 말이다.

  

2인자에서 1인자.

즉 메인MC가 되려면 첫 프로의 초이스가 매우 중요하다.

PD는 박명수를 메인MC로 앉힐 땐, 분명 그의 경력을 따져야 한다.

박명수 또한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첫 프로를 택해야 한다는 거다.

자신의 캐릭터를 그대로 살리면서 진행이 가능한 프로.

이것은 대수롭지 않은 것 같지만,

시청자에게 어색함을 줄이고, 캐릭터를 통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기본 캐릭터가 강한 잔상으로 남아 있는 데, 그와 어울리지 않는

진행을 한다면 저건 박명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진솔한 느낌이 죽으며.

박명수의 진행에서 단점부터 찾게 된다.

 

사람이라면 사물을 볼 때, 장점보다 단점이 눈에 더 띄기 마련이다.

특히 첫 프로다. 새것을 접할 땐 외형부터 체크하기 마련이다.

기스라도 살짝 나 있으면, 가격을 흥정하기 전에, 머릿속엔 기스가 남는다.

 

박명수의 첫 프로는 MBC 일밤의 <동안클럽>이다.

첫프로의 무게감이 장난아니다. 일요일 저녁이다. 그리고 <일밤>이다.

평일타임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가야 하는데, 준비운동없이 역기를 든다.

 

프로그램 포맷자체도 박명수에게 맞지 않는 옷이다.

박경림과 진행하던 <동안클럽>은 건강정보가 가미된 인포테인먼트 프로다.

8명, 그 이상되는 다수의 게스트에게 일일이 호통치는 프로가 아니다.

8명의 재치와 끼를 이끄는 동시에, 건강이라는 상식을 안방으로 배달한다.

<경제야 놀자>를 진행하던 김용만이나 신동엽과 같은 세련된 MC가 어울리는

자리다.

PD는 박명수를 살리기 위해 박경림을 빼고, 이휘재를 기용한다.

이휘재가 올라운드 플레이를 펼치니, 되레 박명수의 입지는 더 좁아진다.

어느 덧 MC 이휘재와 패널들은 박명수를 병풍취급하고,

중간에 오히려 맥을 끊는다며 그의 진행 미숙을 탓하는 시청자도 늘어났다.

중간중간 빵 터트리는 박명수의 호통개그는 흘려버리고, 단점을 뇌리에 각인시킨다.

첫프로로 택한 <동안클럽>은 박명수에게 자신감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첫단추를 잘못 꿰었다.


다음이 월요일 11시 <지피지기>.

나름대로 박명수가 소화하기에 어쩌면 무난한 자리였다.

정통토크쇼라 볼 수 없으며, 게스트의 근황과 연애 등을 주제로 신변잡기를 다루는.

가벼운 프로로, 현영과 보조MC 정형돈이 가세해 진행에 큰 부담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캐릭터를 부담없이 보여줄 수 있는 MC자리다.

게스트 역시 딱딱하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수다떠는 기분으로 참여할 수 있다.

<무릎팍도사>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라, 박명수의 캐릭터도 먹힌다고 본 거다.

간간히 호통을 살려가며 게스트를 쥐락펴락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PD의 기대가 숨어있다.

이번만큼은 잘 해야겠다는 박명수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간다.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 했던 거 같다.

진행이 원활하지 않으면 호통이나 애드립이 밑도 끝도 없이 작렬하고,

그것마저 안 먹히면 패널과 게스트는 박명수에게 면박을 사정없이 줘버린다.

믿었던 파트너 정형돈과 현영마저 가세해서 박명수의 발등에 도끼를 내려 찍는다.

그때마다 경직된 얼굴로 쓸데없이 손을 만지작거리는 등의 상황극을 연출하는 박MC.

<놀러와>가 <개그야>가 되는 순간이다.

 

일단 웃기고 보자는 강박속에 컨셉을 잘못 잡고, 자신마저 스스로를 불안한 MC로 몰아간다.

어찌보면 참 죽이 잘 맞는 프로다. 박명수 죽이는데 모두가 십시일반 거들며 일심동체가 된다.

박명수 본인마저 자신의 관을 짜는 중이란 걸 아는 지 모르는지, 부지런히 톱질을 해대고 있으니.

 

시청자들은 어땠을까?

중요한 건 이미 <동안클럽>으로 박명수의 진행에 불안과 부담을 느낀 직후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다. 콩
트나 개그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소한의 메인MC

로서의 무게감을 보여주는 진행이 되었어야 했다.

<동안클럽>을 무난하게 소화했다면, 박명수가 <지피지기>에서 보여 준

자기 가학적 상황극도 웃으면서 봐줄 수  있었을 것이다.

박명수의 진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박명수를 가지고 콩트를 찍고 있으니.

결국 그의 진행에 대한 불신만 더 쌓이고,

사이드의 현영과 정형돈의 진행에 점수를 준다.

필자의 눈엔 현영과 정형돈이 칭찬받을 정도는 아닌데도 말이다.

오히려 그 둘이 박명수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고, 자신들만 살겠다고 보였다.

 

회가 거듭될수록 보조MC와 패널, 게스트들은 눈에 띄게 메인MC 박명수를 무시한다.

스튜디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박명수는 병풍 MC, 메인 MC가 될 수 없다는 분위기로 몰아간다.

1회성으로 끝나야 할 박명수의 메인 MC자질이 매회 수시로 반복 재생산된다.

아무리 자질에 하자가 있더라도 방송중엔 거론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무리 농담이고, 컨셉이라도 동료들이 분위기를 그렇게 지속적으로 몰아가면

박명수는 입지가 좁아지고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화면으로 받아들이는 시청자의 선택은 두가지다.

그들의 말에 공감하며 메인 MC를 병풍MC 취급하며 프로그램에 몰입하거나,

채널을 돌리거나.

어느 덧 프로는 정체성을 잃고 한 시간 토크마저 벅찬 지 1,2부로 나눠

2부엔 트레이닝복 입고 이상한(?) 게임도 한다.

게임은 종료됐고, 박명수는 또 다시 패배의 쓴 잔을 마신다.

지피지기는 어떻게든 살렸어야 한다.

결정타라고 본다.

 

<일밤>에서도, 평일 예능의 메이저 타임 11시 심야프로 <지피지기> 마저 말고서,

일요일 오전 마이너 시간대로 흘러가 <두뇌왕 아인슈타인>.

재기를 꿈꾸는 박명수와 상식이 요구되는 퀴즈프로라? 상극이다.

초이스고 뭐고, 메인만 시켜주면 무조건 할려고 달려드는 거 같다.

이젠 그가 깃털마냥 너무 가벼워 보인다.

딱딱하고 경직된 스튜디오 안에서 박명수가 호통을 칠 타임도 안 나오고.

무턱대고 밑도 끝도 없는 애드립을 날릴 수도 없는데...

<서프라이즈>, <육감대결>에 완패 후 조기종영.

<두뇌왕 아인슈타인>이란 프로도 있었나? 하는 사람이 대다수라 여겨진다.

이쯤되면 재생불가능.

 

일요일 낮 <브레인배틀> 살리고 말고 할 프로그램도, 시간대도 아니다.

남은 계약기간 때우는 듯한 인상을 보이며, 깔끔하게 말아 잡수시고 원래의 사이드로 돈다.

신동엽의 사이드 <비타민>도 폐지되고,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와 <해피투게더>와 <무한도전>으로 연명하는 2인자.

그것마저 시청자의 눈에 불편하게 비친다니 가혹하게도 느껴진다.

 

폐지되긴 했으나 <경제비타민>에서 보여 준 모습을

<지피지기>에서 보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동엽의 보조MC였으나, 명사의 집을 방문하는 박명수의 코너는 봐줄 만 했다.

어느 정도의 유머와 진지함이 적절히 녹아든 모습이 <지피지기>에서 나와 줬다면.

 

박명수에게 메인 MC란?

핫도그에 묻은 케찹 한 번 혀로 살짝 핥아보고

알맹이는 입에 넣기도 전에 땅바닥에 떨어뜨린 꼴이랄까?

 

첫 메인으로 일밤 <동안클럽>을 택한 박명수와 <절친노트>를 택한 김구라.

박명수는 김구라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김구라는 박명수와 무척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다.

게스트와 패널로 돌다가, 자신의 캐릭터를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라디오스타>로 입성해 입지를 다진다. 이어 <명랑히어로>.

메인MC의 구분이 필요없는 집단 MC체제에 합류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뒤,

첫 메인 MC로 <절친노트>라는 프로그램을 맡는다.

얼마나 탁월한 선택인가? 자신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으니.

몸에 좋다고 넙죽 받아먹을 게 아니다.

체질이 맞아야 몸에 받는 거 아닌가? 프로그램에도 궁합이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

박명수의 캐릭터는 “호통”이다.

호통이란 상징성은 “강하고, 권위적이며, 부정적인 색깔”을 띤다.

바보캐릭터와 쌍벽을 이룰만할 강하고 독한 캐릭터다.

예를 들어, 주연을 맡은 어느 배우가 일주일에 드라마를 두 개 한다.

한쪽에선 바보연기를, 다른 드라마에서는 젠틀한 훈남 연기를.

시청자는 바보연기때문에 도무지 그의 젠틀한 연기에 집중하기 힘들다.

바보만큼이나 호통은 강하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했다.

박명수는 호통으로 흥해서 호통으로 망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호통으로 웃긴 자가 호통이 사는 프로로 스타트를 끊어야 했는 데.

풍부한 상식, 부드럽고 매끄러운 인텔리한 진행이 필요한 인포테인프로가 왠말인가?

호통이란 물이 든 색깔을 천천히 조금씩 빼내야 한다.

유사 케이스인 막말 김구라나 성질 이경규처럼 조금씩 천천히. 

옷이 더럽다고 락스를 들이부으면 안 되듯이...

 

박명수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본다.

필자는 그 기회를 박명수의 밑도끝도없이 막던지는 애드립에서 찾고 있다.

호통이 적절히 가미된 막치는 개그.

지난 주 <절친노트>에서 보여 준 그의 개그는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김구라에게 쏟아부은 개그는 박명수가 죽지 않았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너 입조심해, 삼진아웃이야!”

“정치하시는 분들이 너 가만 안 둔대, 국민정서 흐린다고!”

 

이밖에도 주옥같은 막개그가 박명수의 입에서 작렬한다.

막개그는 막개그로 받아야 웃음이 배가된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 부정 + 부정 = 긍정 ” 이란 공식이 있듯이.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이경규와 박명수가 보여준 비난배틀.

이번에 <절친노트>에서 김구라와 박명수가 서로에게 주고받던 막말개그.

박명수의 효과를 오히려 극대화시키는 건, 막 던지는 개그가 이어질 때다.

박명수의 막치는 개그를 유재석은 순화시켜 돌려 받아친다.

50 언저리에 흘려 놓은 박명수 개그의 나머지 반을 유재석이 채워 준다.

유재석은 깨끗하고 정제된 개그를 구사한다.

진흙탕에 묻은 박명수의 개그를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개그.

그 개그가 좋았던 시절이 있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대충 라인이 나오고, 리액션이 예상된다.

  

<절친노트>에서 보여준 박명수의 막 던지는 개그는 80까지 올라간다.

말리는 사람도 정리해 줄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박명수가 막치는 개그라, 나름 조리있는 김구라는 말리지 않는다.

80까지 듣고나서 유재석처럼 나머지를 채워주지도 않는다.

그리고 김구라는 김구라대로 박명수를 상대로 80까지 개그를 쳐 버린다.

배려없이 서로에게 막 던지는 개그가 박명수와 김구라에게서 터져 나온다.

 

직구로 승부하는 그들의 개그에 신선함이 있다.

직구와 변화구를 동시에 가진 투수가 마운드에서 유리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직구에 스피드가 있고 힘이 있을 땐 계속 직구로 승부하는 거다.

타자가 알면서도 못치는 힘이 직구에 있다.

 

박명수가 유재석에게 떨어져 나와 함께할 사람은 누구인가?

어쩌면 비슷한 비난스타일의 김구라같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성질 이경규와 막말 김구라의 조합을 유사사례로 들 수 있다.

<불량아빠클럽>부터 오랫동안 좋은 호흡을 보여주었다.

다만 프로를 함께 자주 뛰다보니 식상함이 쌓여가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이경규와 김구라는 상하관계가 있다.

김구라는 규라인이고, 어쨌든 이경규는 선배이다.

반면, 박명수와 김구라는 또래이고, 부담없이 막 던질 수 있다.

서로 마음이 맞는다면, 같이 투 MC로 프로를 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솔직히 <절친노트>에는 문희준보다 박명수가 어울린다.

 

HOT시절부터 같은 머리를 고수하는 문희준에게 던졌던 박명수의 애드립.

“넌 언제까지 머리를 널고 다닐거야?”

 

유재석의 천사개그에 언제까지 악마개그로 서로의 밧데리를 소진하고 말것인가? 

기존의 투 MC를 보던 이휘재, 박수홍이 아닌

박명수는 자기와 비슷한 성향의 파트너를 만나 투 MC 를 이뤘으면 한다.

바보끼리 뭉쳐도 환상의 조합이 가능한 
덤앤더머를 떠올려 보라.

<나이트메어>의 프레디와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이 만나 호러영화를 찍는
세상이다.

비난도 비난끼리 뭉쳐서 성공할 수 있는 진행스타일로 거듭나라.

 

굳이 진흙탕속에 깨끗한 옷을 입은 유재석을 억지로 끌고 갈 필요가 없다.

저기 진흙탕에서 놀고 있는 김구라가 보인다.

옆에 누군지 모르겠는데 몇 명 더 있는 것도 같다.

박명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옷을 보라. 새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부담없이 진흙탕을 뛰어놀아라.

 

막장드라마도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막장 개그도 급조된 애드립도 아무나 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철저한 계산과 자질이 받쳐줘야 나오는 것이다.

1,2년의 반짝 내공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박명수는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같은 개그를 살려야한다.

박명수 옆에 유재석이 아니라면, 다른 젠틀한 진행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박명수옆에 같은 코드를 가진 그림이 놓인다면 오히려 자신의 장기가 폭발하

지 않을까?

박명수는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과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

 

다시 1인자로 도약하는 와신상담 박명수의 제 18의 전성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