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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헌터, 반전결말을 좌우할 열쇠는?

바람을가르다 2011. 7. 15. 09:19







14일 방송된 시티헌터 16회에서, 이윤성(이민호)은 김나나(박민영)에게 좋아한다는 고백과 동시에 자신을 잊어달라는 이별을 얘기했다. 충격을 받은 김나나는 할 말을 잃고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이윤성의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혼잣말도 했다.

두 사람이 갑작스런 이별은 한 셈이지만, 오히려 더 자주 부딪혔고 예전보다 서로를 더 의식하고 걱정했다. 특히 이윤성은 김나나가 있는 곳엔 어디든지 나타나, 그녀가 쉽사리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제작진은 왜 저 둘을 이별하게 만든 걸까. 이별하고도 서로 그리워하고 뼛속까지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수시로 쑤셔 넣으면서 말이다. 그 의문은 김나나가 최응찬(천호진)대통령의 경호원을 발탁되면서 풀렸다.

최응찬대통령이 누구인가. 1983년 싹슬이작전 당시 안기부장을 맡았던 5인회의 수장이다. 즉 이진표(김상중)가 노리는 실질적인 타겟이고, 시티헌터 이윤성이 처단해야 할 마지막 인물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경호해야 할 김나나와 그에게 복수해야 할 이윤성이 또 다시 총을 겨누어야 하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사랑하는 남녀주인공의 비극적인 운명을 예고하는 수순처럼 보였다.



시티헌터, 반전결말을 좌우할 열쇠는?

시티헌터 16회는 앞으로의 전개방향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소들이 드러난 한 회였다. 특히 이윤성의 출생의 비밀이 그렇다. 콩밥에 콩을 걸러낸 사람은 이윤성뿐이 아니었다. 최응찬대통령과 그의 딸 최다혜(구하라)도 콩을 걸러냈다. 그들은 콩뿐이 아니라 피로 맺어진 사이였음을 알 수 있다.

콩밥에서 콩을 걸러낸 이윤성을 보며, '(아버지랑) 똑같네.'라고 무의식적으로 뱉었던 이경희(김미숙). 5인회의 수장이자 마지막 인물 최응찬대통령은 이윤성이 반드시 복수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이진표. 이윤성을 보며 자신이 젊었을 때랑 많이 닮았다던 최응찬대통령. 대통령의 약점(과거 이경희와의 스캔들)을 유일하게 알고 있다면서, 이경희를 수소문중인 천재만회장. 결국 시티헌터는 이윤성도 박윤성도 아닌, 최윤성이었다는 사실을 암시한 셈이다.



시티헌터 이윤성은, 피로 갚아야 할 동료들의 복수에 올인한 이진표로 인해, 친부인 최응찬대통령을 처단해야 할 운명의 장난에 놓인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을 경호하게 된 사랑하는 여자 김나나와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

이 상황에서 시청자가 놓치기 쉬운 게 한 가지가 있다. 최응찬대통령은 1983년 싹쓸이작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이진표)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회에서 이진표는 당시 안기부장 최응찬을 급습해 칼로 위협하며 죽이려 했지만 실패하고 사라진다. 그리고 28년이 흐른 뒤, 싹슬이작전을 계획했던 5인회에 이경완-서용학-김종식이 차례로 시티헌터에게 당했고, 천재만은 싹쓸이작전을 사실과 다르게 꾸며 언론에 공표했다.

그렇다면 최응찬대통령이 바보가 아닌 이상, 시티헌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복수를 다짐했던 이진표가 시티헌터와 관련된 인물이란 사실정도는 이미 파악했을 거란 얘기다. 동시에 매번 대통령의 유일한 약점을 거론하는 천재만의 말에, 이경희의 존재를 최응찬이 과연 모른 척 외면만 하고 있었을까. 천재만처럼 이경희를 수소문하진 않았을까.



때문에 시티헌터 16회의 엔딩이 인상깊었다. 청와대도서관에서 이윤성은 아버지 故박무열의 사진이 담긴 1983년 경호처 경호원의 앨범을 찾고 있었다. 그 때 최응찬대통령이 불쑥 나타나 이윤성을 의미심장하게 응시하며, '이걸 찾나?'라며 앨범을 내밀었다. 이윤성으로선 당황할 수 있었고, 최응찬대통령도 이윤성박사에게 의심을 품을 상황이었다.

최응찬대통령은 천재만 등 비리로 얼룩진 다른 5인회사람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싹쓸이작전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에 대해서도, 잘못에 대한 죄값을 치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던 사람이 최응찬이다. 그러나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다. 싹쓸이작전을 감행했던 5인회의 수장이었던 그가, 넋놓고 시티헌터가 잡아가 순순히 죄값을 치루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까. 반전을 내포한 최응찬만의 또 다른 계획은 없을까.

시티헌터 17회부터는 이윤성-최응찬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임을 예고했다. 현재로선 극적인 결말을 위해 두 사람간에 오해와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무엇보다 최응찬대통령이 이윤성은 자신의 아들인 동시에 자신을 노리는 시티헌터라는 사실을 언제쯤 알게 될 것인지가 시청포인트가 됐고, 출생의 비밀은 결말을 좌우할 열쇠가 되었다. 최응찬의 행보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이윤성이 최응찬의 아들이 아니라면 그것도 쇼킹한 반전이 되겠지만 말이다. 덕분에 이경희가 매우 중요해졌다. 



돌아가 이윤성-김나나의 운명은 정말 비극으로 치달을까? 시티헌터는 새드엔딩일까. 속단할 순 없다. 다만 시티헌터 비긴즈라고 홍보한 드라마에서, 시티헌터 이윤성이 죽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김나나가 죽는다? 이미 그녀는 이윤성을 대신해 총을 맞은 전과가 있다. 김나나가 또 다시 누군가를 대신해 총을 맞고 이번엔 죽는다?

오히려 해피엔딩의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맞추면, 단순한 예로, 이진표가 이윤성에게 얘기했던 '사랑도 하고 사랑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으냐?'는 말이 틀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진표가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얘기한 것이라면, 시티헌터 이윤성은 '사랑도 하고 사랑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