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강호동, 왜 대형사고치고 울었나?
해피선데이 1박2일이 200회를 맞았다. 그러나 그 기쁨을 누릴 여유도 없이,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들은 전북 고창에서 농활체험을 하며, 시청자에게 받았던 사랑을 진한 땀방울로 보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작진이 준비한 복불복게임에 의해 순서대로, 이승기-김종민은 옥수수, 강호동은 수박, 엄태웅은 복분자, 은지원은 감자, 이수근은 복숭아 농장에 투입돼, 농민들을 도우며 의미있는 하루를 보낸 것이다.
역시 국민예능다운 기획이란 평을 받을 만 했다. 특별해야 할 200회를 요란하게 자축하기보단, 1박2일 프로그램의 기반이고 원동력인 지역 음식, 여행지, 그곳에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추었다. 한마디로 겸손하며 예의가 있고 근본이 있는 예능이다. 시청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의 길을 걷는다.
다만 1박2일은 웃음이 주가 되는 예능이란 사실이다. 과연 야생로드버라이어티에서 살짝 빗겨난 농활특집으로 ‘체험 삶의 현장’을 찍고, 그 안에서 얼마나 재미를 줄 수 있을까. 게다가 시청률 경쟁을 예고한 일밤 ‘나는가수다’가 2부로 옮겨 1박2일과 정면승부가 이뤄진 첫날이다. 다행히 다큐특집이 될 뻔한 1박2일 농활특집을 살린 건, 강심장의 명콤비 강호동-이승기와 고창에 자랑 중에 하나인 복분자였다.
1박2일 강호동, 왜 대형사고치고 울었나?
한시간내내 농사일 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박수는 쳐줄 수 있지만 재미를 느끼기엔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일을 돕겠다고 와서 생판 모르는 지역주민들과 예능을 찍을 수도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도 중간 중간 시청자의 눈길을 사고 채널을 사수하게 만들,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만들어야 하는 게 멤버들의 몫이다.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역량으로 눈치껏 풀어가야 하는 데, 이 날은 강호동과 이승기의 활약이 빛났다.
1. 강호동 - 수박으로 대형사고 친 이유
가장 힘들다는 수박농사에 참여한 맏형 강호동. 땀을 흘린 그에게 어린 아이가 물 한컵이 대접했다. 강호동은 일하고 난 뒤 마시는 물만큼 시원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켜 본 사람들은 웃었다. 그 물컵을 가져다 준 아이가, 계속 컵속에 혀를 담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강호동은 졸지에 원효대사가 됐고, 순간 좌절하며 어쩐 지 물에서 단맛이 났다고 토로하며 웃었다.
이어 의욕적으로 일하던 강호동은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수박을 나르다가 엎어진 것. 수박에 손상이 갔다. 어쩔 줄 모르던 강호동은 특유의 오버가득한 표정으로 울상을 짓고 드라마를 찍었다. 다큐를 예능으로 전환시킨 순간이었다.
그러나 강호동의 대형사고는 고창 수박을 홍보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고창 수박은 약간의 흠집조차 용납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아무리 겉보기에 멀쩡하다해도 재배하는 농민의 눈썰미는 피할 수 없고, 문제의 수박은 절대 소비자에게 공급하지 않는다는 사실. 만일 강호동이 사고를 치지 않았다면, 무심코 넘어갔을 일이다. 영리한 강호동이 의도한 사고로 보였을 정도다. 어찌됐든 문제된 수박은 제작진이 가져간 만큼, 예능분량도 뽑고 고창 수박도 홍보하는 일석이조효과를 낳았다.
2. 이승기 - 복분자로 뽕을 뽑다
남자에게 그렇게 좋다는 복분자. 방송에서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는 복분자. 그래서 복분자는 예능 아이템으로 적절하다. 엄태웅이 복분자 농사에 열심히 참여해 성과를 냈지만,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재주는 2%이상 부족했다.
반면 옥수수밭에서 일한 이승기는 새참에 복분자쥬스가 딸려오자, 뽕을 뽑을 정도로 예능감을 녹여냈다. ‘복분자에 세수하고 싶다’는 신선하고 주옥같은 멘트들을 쉴새없이 쏟아냈다. 최근 1박2일에선 이승기의 예능감이 가장 물이 올라 있음을 복분자로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동시에 고창 복분자 홍보도 엄태웅을 대신해 수컷(?) 이승기가 제대로 해낸 셈이다.
1박2일 멤버들은 붙어 다녀야 시너지효과를 낸다. 그러나 농활특집처럼 불가피하게 흩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찾아온다. 그리고 ‘체험 삶의 현장’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할 순 있지만, 예능감을 보태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멤버들의 역량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같은 소재, 예능으로 풀기엔 열악한 환경에서도 재미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센스는 강호동-이승기-이수근이 특히 돋보인다.
200회를 맞아 농활특집에서 멤버들은 모두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나 그들이 반나절 일한다고 해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실질적으로 그들이 해야 하고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홍보에 있다. 땀을 흘리는 것에 앞서, 고창의 자랑거리를 홍보하는 게 우선되어야 맞다.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인상적인 장면들을 뽑아야 한다. 이를 위한 기폭제는 웃음이 될 수 있다.
물론 엄태웅-은지원-이수근-김종민도 열심히 농사일을 도왔다. 그러나 강호동-이승기는 일도 열심히 했지만, 중간 중간 예능적인 재미도 놓치지 않는 내공을 선보여, 예능 1박2일도 살리고 홍보도우미로서도 만점이었다. 비록 농활특집이 큰 재미는 없었지만 가뭄에 단비같았던 강호동-이승기의 활약에 어느 정도 선방할 수 있었다. 웃음이 집중될 만한 아이템, 다음 주 폐가에선 다른 멤버들의 활약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