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헌터 이민호, 망가질 수밖에 없다?
6일 방송된 시티헌터 13회에서, 복수에 방해가 될 김나나(박민영)를 노린 이진표(김상중)는 이윤성(이민호)의 임기응변에 총구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진표는 언제든 김나나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다시금 이윤성에게 남긴 셈이다. 때문에 이윤성은 예민해졌고, 그런 그를 안심시키려 애쓰는 김나나의 응원이 마냥 달갑지 않았다.
시티헌터 이윤성은 속으로 그랬을 것이다. ‘김나나! 넌 아버지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몰라. 장난 아니거든!’이라고 수없이. 그러나 김나나는 이윤성이 말로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여자가 아니다. 게다가 오히려 나나가 이윤성을 늘 걱정하고 그의 곁에 머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랑이 무서운 거다. 그렇다고 이진표를 피하고 설득하려 김나나를 집에서 내보낸다면, 그녀를 노리는 또 다른 악당 김종식(최일화)을 걱정해야 한다. 다각도로 위험에 노출된 김나나는, 결국 남자 이윤성이 곁에서 지켜줘야 그나마 안심이 되는 사랑이고 사람이다.
그렇게 이윤성이 김나나에게 정신을 쏟는 찰나, 그의 든든한 조력자 배식중(김상호)이 위기에 노출됐다. 비리혐의가 국민에게 공개된 김종식은, 자신의 수하에게 김나나든 배식중이든 발견하는 대로 죽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김종식의 차량이 배식중을 그대로 받아버렸다. 그것이 김종식 수하의 짓인지, 김나나 사살에 실패한 이진표가 이윤성을 자극하기 위해 벌인 짓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이윤성이 기억하는 김종식의 차량번호와 배식중을 치고 달아난 차량번호가 일치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윤성은 이성을 잃기 시작했고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찼다. 이를 눈치 챈 김나나가 피를 부르는 복수를 염려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그의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지만, 눈이 뒤집히면 귀가 막힌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
배식중의 사고는, 이윤성을 처음으로 법이 아닌 피로 되갚는 이진표의 복수방식을 택하게 만든다. 이윤성은 몰래카메라 촬영본을 검사들앞에 공개해, 김영주(이준혁)검사와 그의 아버지 김종식을 쌍으로 묶여 의혹과 망신을 주었다. 이어 김종식을 위협하며 궁지로 몰아넣었고, 결국 김종식은 이윤성과 김영주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리위에서 추락사했다.
시티헌터 이윤성(이민호), 망가질 수밖에 없다?
시티헌터 13회를 돌아보면, 소중한 사람(가족, 연인, 친구)을 잃는 것에 대한, 인물들의 감정변화를 구체적으로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전개와 짜임새가 상당히 좋았음을 알 수 있다. 덕분에 앞으로의 방향을 조금이나마 미리 그려볼 수 있다.
13회의 시작은 시티헌터 이윤성의 내사랑 김나나를 그의 양부 이진표가 죽이려 들었지만 실패한다. 여기서 이진표가 얻은 건 뭘까. 바로 이윤성이 거부하는 피의 복수를 가능케 하는 건, 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죽게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재차 확인 것이다. 1983년 싹쓸이작전에서 이진표가 소중하게 여겼던 동료들을 잃고 품었던 복수와 같은 방향으로 이윤성을 이끄는 것. 그렇다면 왜 이진표는 아직까지 김나나를 살려주었을까. 바로 피를 부르는 복수의 대상은 자신이 아닌 김종식을 비롯한 5인회가 먼저여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배식중을 들이 받은 차량안에는 김종식의 수하가 아닌 이진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설사 김종식의 차가 아니더라도 차량번호판 바꾸는 것은 이진표에게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조력자인 배식중의 교통사고로 이윤성은 이성을 잃고, 이진표의 복수방식을 택해 김종식을 처단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이윤성은, 김나나를 떠올린다. 피를 부르는 복수방식이 틀렸다는. 그렇다. 이윤성은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피는 피를 부른다. 자신이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생이별을 했던 원인은 피가 부른 복수였다. 자신과 똑같은 희생양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이 적대적관계인 김종식과 김영주검사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윤성이 깨달은 건 한발 늦었다. 김종식은 추락했고, 그 광경을 김영주가 지켜봤다.
김영주검사는 표면적으로 법과 원칙, 정의를 늘 우선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비리앞에선 매번 그도 갈등하며 눈감을 수밖에 없었다. 남들이 욕을 해도 아버지 김종식은 그에게 소중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종식은 죽어야 할 운명이다. 지금처럼 김영주의 발목을 잡는다면, 시티헌터 이윤성을 잡아야 할 명분도 약해지고, 두 사람이 세워야 할 대립각도 마모될 수밖에 없다.
13회 엔딩에 나타난 김종식의 추락사는, 시티헌터 이윤성에겐 혼돈과 죄책감을, 김영주에겐 시티헌터에 대한 분노와 복수를 심는 계기가 됐다. 배식중의 사고로 분노했던 이윤성처럼, 아버지의 죽음은 김영주의 눈을 뒤집히게 만들 것이다. 이제는 냉정했던 김영주가 얼마나 야비하게 변하고, 시티헌터 이윤성을 얼마나 괴롭힐 지 궁금한 시점으로 이동한 것이다. 만일 김영주가 이윤성과 김나나의 관계를 알아차린다면, 김나나도 이윤성을 제거하기 위한 김영주의 미끼가 될 공산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시티헌터 이윤성이 걱정이다. 14회에선 이윤성이 망가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김종식의 추락사는 이윤성이 바라던 결과가 아니었다. 13회 초반 이진표의 행동에, 자신의 방식을 지키겠다고 김나나에게 말했던 이윤성이다. 그러나 자신도 결국 증오했던 양부 이진표와 똑같은 사람이 되었다. 그 자괴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세상이 시티헌터를 살인자로 오해하고 내모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정말 만일 사랑하는 김나나마저 이윤성의 진심을 몰라주고, 실망한 채 돌아선다면 이윤성은 너무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혼수상태에 빠진 배식중이 이윤성의 말을 들어주고 위로해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백혈병에 걸린 어머니 이경희(김미숙)가 자의든 타의든 죽음을 맞게 된다면, 이윤성은 폭풍눈물과 함께 그대로 몰락이다. 시티헌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건 물론이거니와, 망가지고 방황하는 타락천사 이윤성을 지켜봐야 한다. 어쩌면 승승장구하던 시티헌터 이윤성의 최대위기는 14회부터 몰아칠 것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