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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밤샘촬영이 부른 관매도 잔혹사?

바람을가르다 2011. 7. 5. 11:15







3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에 관매도 2편에서는, 미션에 실패한 멤버들을 상대로 밤샘촬영이 이어졌다. 설마 했던 밤샘촬영이 나영석PD의 고집으로 이뤄진 셈이다. 그리고 멤버들의 체력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수에 가까웠던 밤샘촬영은 ‘관매도 잔혹사’를 부르고 말았다.



1박2일, 밤샘촬영이 부른 관매도 잔혹사?

1. 배터져 죽을 뻔한 이수근-이승기

비록 짝짓기게임에 실패해 잠 한 숨 못자고 밤샘촬영이 희생양이 된 이수근- 이승기는, 다른 게임에선 압도적인 승리를 맛보았다. 이수근-이승기는 강호동과 팀을 이룬 저녁식사복불복을 비롯해, 디저트복불복-야식복볼복까지 승승장구하며 제작진이 내놓은 음식을 싹쓸이했다.

그러나 먹는 것조차 고생이었다. 게임마다 이겼던 이수근은 ‘또 먹으라구요?’, ‘이기고 먹어야 하는 게 벌칙이야!’라며 제작진에게 뱃살시위를 했다. 그리고 정작 한 시간만이라도 잘 수 있었던 갯벌 3종 경기에서는, 이수근-이승기팀이 강호동-엄태웅팀에게 패하는 비운을 맛봤다. 먹고 입수하고, 잠 한숨 못잔 이수근-이승기는 잔혹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반면 음식복불복에서 필패했던 엄태웅은 닭싸움에서 승리해 한 시간의 달콤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2. 강호동, 피곤엔 장사없다?

다음날 아침, 관매도 6경과 7경을 보러 나선 멤버들. 강호동은 우리들은 고단하고 지쳐 있을 여유가 없다면서, 밤을 새고 체력이 고갈된 멤버들을 독려하는 멘트를 날렸다. 그러자 이승기가 형(강호동)이 제일 고단해 보인다는 센스로 받아쳤다. 덕분에 웃음보가 터지긴 했으나, 이승기의 지적은 공감이 갔다. 강호동이 제일 피곤해보였다.

강호동하면 힘이고 체력이다. 그런 그도 밤샘촬영에선 힘들어보였다. 이미 입술은 부르텄고 눈에는 피곤이 가득했다. 오직 리더로서 1박2일에 대한 책임감과 정신력으로 버티는 인상마저 주었다. 천하장사 강호동도 그 정도인데, 엄태웅-이승기-이수근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악조건속에도 웃음을 만드는 재주는 대단하다. 그러나 밤샘촬영은 멤버들의 체력을 고려하지 못한 나영석PD의 무리한 강행군이었다는 생각이 앞선다.



아무리 미션 실패를 담보로 한 약속이었지만,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도 아니고, 전라남도 진도까지 내려가 체력적으로 지칠 수 있는 멤버들을 상대로, 진짜 밤샘촬영을 강행하다니 나영석PD도 참 독한 사람이다. 덕분에 분량을 뽑아내기 했어도, 시청자입장에서 멤버들이 고생하는 모습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피곤한 그들의 집중력은 떨어져 보였고, 정신력으로 웃음을 뽑는 인상마저 느껴져, 재미는 오히려 반감된 면도 없지 않았다.

고생의 열매가 달콤할 때가 있다. 대표적으로 지리산둘레길, 설악산 등반 등을 꼽을 수 있다. 멤버들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그리고 여기엔 제작진의 철저한 계획이 뒤따랐다. 그러나 돌발상황으로 빚어진 밤샘촬영은 단지 고생에서 시작해서 고생으로 끝났다. 그다지 영양가없는 고생으로 비춰졌고, 고생에서 나온 웃음도 마냥 즐겁진 않았다.

오히려 3분 만에 끝낸 ‘1박2일,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토론을,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모닷불 피워놓고 진솔하게 다뤘으면 어땠을까 싶다. 1등 예능이라고 왜 걱정과 부담감이 없겠는가. 단발 웃음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멤버들의 솔직한 얘기를 제작진과 나누고 시청자와 공유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면, 몸을 던져가며 밤을 꼴딱 새웠던 그들이 덜 안쓰러웠을 것 같다.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웃음도 질도 건강해진다. 무조건 길게 촬영하고 힘들게 고생한다고 해서 재미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지난 명품조연특집에서 ‘짝짓기게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 게임 하나로 삼십분씩 분량을 뽑아내는 것을 생각하면, 결국 양질의 웃음도 체력과 집중력에서 나옴을 알 수 있다.

물론 밤샘촬영을 하면 제작진도 멤버들처럼 함께 고생을 한다. 그러나 제작진은 시청자보다 앞서서 멤버들의 체력을 감안해야 한다. 이동거리나 일정 등에 따른 멤버들의 체력을 늘 염두에 두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끔 유연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관매도 1편은 정말 재밌었다. 그러나 밤샘촬영을 강행한 관매도 2편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감독 나영석, 주연 강호동-이수근-이승기-엄태웅, 조연 은지원-김종민의 ‘관매도잔혹사’는 완성되고 공개됐다. 얼마나 많은 시청자에게 박수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1박2일 뿐 아니라, 예능에서 고생과 재미가 늘 비례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