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주말드라마 <스타일>애서 흥미롭게 지켜보는 배우가 있다. 엣지녀 김혜수도 왕자 류시원 아닌, 포토그래퍼 김민준 역의 이용우. 주인공 서우진(류시원)이 박기자(김혜수)와 이서정(이지아) 사이를 오가는 러브라인이 스토리의 중심축인 <스타일>에서 이용우를 주목하게 된 이유는 그의 특별함이다. 이상하게 들릴 진 모르겠지만, 그에게서 특별함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특별함은 무엇인가?
모든 드라마가 그러하지만, 특히나 트렌디드라마의 경우 남자 배우의 캐릭터가 드라마의 성패를 가를 때가 많다. 남자배우들이 주시청자층이라 볼 수 있는 여자의 마음을 얼마만큼 흔들 수 있느냐는 시청률로 직결된다는 사실에서, 칼자루를 든 여성시청자들로 인해 주인공의 비중이 커지거나 작아지기도 하며, 때로는 주객이 전도되기도 한다.
일례로, 故최진실과 안재욱 주연의 MBC미니시리즈 <별은 내가슴에>의 경우, 방영전까지만 해도 최진실과 차인표의 러브라인에 안재욱이 써포트를 하는 설정이었으나, 1,2회에서 보여준 거친 반항아이자 인기 가수 강민으로 나온 안재욱의 초반 포스가 여성들의 로망으로 급부상하자, 차인표가 아닌 안재욱을 드라마의 전면에 내새우는 급수정을 꾀해 드라마는 빅히트를 치게 된다. 또한 故이은주와 이서진 주연의 <불새>에선, 에릭(본명 문정혁)이 이서진의 인기를 능가하는 결과를 낳으며 빅스타로 도약한다.
차인표와 이서진을 능가했던 안재욱과 문정혁의 공통점은, 화려한 배경에 부잣집 도련님이란 사실과 때론 거칠면서도 이면에 나약한 모성본능을 자극하고, 사랑하는 여자에겐 적극적인 표현을 주저 않으며 수려한 외모와 매너는 필수, 올림픽에 나갈(?) 정도의 만능스포츠맨. 한마디로 품절 안 된 완소남으로 등장했기에 주인공의 캐릭터를 밟고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겐 바로 이러한 특별함이 존재했다.
현재의 <스타일>을 보면, 방영초기부터 이서진과 차인표의 롤을 이어 받고, 안재욱과 문정혁의 장점을 고루 물려받은 류시원(서우진)이 당연히 돋보여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브라운관을 바라보는 女心은 류시원이 아닌 이용우에게 쏠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신인인 이용우가 드라마를 주도할 힘은 아직 갖추지 못했기에, 류시원을 써포트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용우의 매력은 이미 류시원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이다.
이용우가 맡은 김민준은 런던유학시절 잘 빠진 몸매로 모델 활동 경력을 갖추고 있으며, 뛰어난 패션감각을 바탕으로 잡지사 스타일의 포토그래퍼로 근무한다.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듯 하면서도 어딘 지 모르게 무뚝뚝한 면을 가진 훈남. 그러나 그의 말투는 어설프기 그지 없다. 동시에 이러한 모습이 이용우를 빛나게 한다. 그는 분명 재벌을 논할 정도의 부잣집 도련님이 아니며, 사랑에 있어 질투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서툰 모습까지 노출할 정도로 그다지 쿨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준수한 외모에 자신의 일에 있어서 만큼은 프로페셔널하다. 또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에서 완벽함을 떠난 인간미를 느끼게 만든다.
전형적인 판타지를 깨는 또 다른 스타일의 왕자님이라고 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재벌 2세가 아닌, 더 이상 동화속이 아닌 우리 주변의 직장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인물이란 점에서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동시에 신데렐라스토리에 두손두발 든 남성시청자들 마저 왕자님 콤플렉스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공감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이용우의 캐릭터에 한 표를 던지게 한다.
이용우가 제 2의 안재욱과 문정혁이 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그가 <스타일>을 통해, 진정한 엣지남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선 반론의 여지가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