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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이경규-한혜진, 미녀징크스 깰까?

바람을가르다 2011. 7. 3. 07:12






SBS예능 <밤이면밤마다>가 폐지되고, 후속프로그램으로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가 결정됐다. ‘힐링’이란 컨셉에 맞춰, 확 트인 야외에 1일 힐링캠프를 만들고, 인기스타를 초대해 힐링체험을 하고 소박한 토크를 더한 건강토크쇼를 지향한다. MC로는 이경규-한혜진-김제동으로 확정됐다.

여기서 주목할 MC는 이경규이다. 월요일 토크쇼의 터줏대감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 영향도 있겠지만, 이경규는 ‘불량아빠클럽’, ‘해피버스데이’가 잇따라 폐지됐던 월요일에 다시금 토크쇼로 돌아왔다. 과연 이경규가 한혜진-김제동을 동반해, 시청자를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을까. 앞서 이경규가 새내기MC 한혜진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가 더 궁금하다. 왜?



힐링캠프 이경규-한혜진, 미녀징크스 깰까?

이경규는 단독MC, 혹은 김용만-김국진 등 주로 남자MC와 파트너를 이뤄 재미를 봤다. 리얼예능 <라인업>, <남자의자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초성향이 강한 MC가 이경규이다. 물론 백승주-정미선-문지애 등 여자아나운서와도 종종 호흡을 맞추긴 했으나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경규가 여자MC를 만나면 낯가림이 심해 줄곧 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미녀징크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앞서 폐지된 ‘불량아빠클럽’엔 황지현이, ‘해피버스데이’엔 김지호가 있었다. 모두 예능MC로는 초보였다. 베테랑 이경규의 도움이 절실했지만, 제대로 된 어시스트를 받지 못했다. 김용만-김구라 등 남자MC가 이경규를 만나, 시너지효과를 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해피버스데이>에서 김지호는 이경규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얘기하지 못한다면서, 좀 더 편하게 대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었다. 본인이 편안하지 못하면 상대방도 불편해진다. 그럼에도 이경규는 어색함을 쉽게 극복하지 못했고, 주로 이수근과 줄기차게 토크를 이어가, 결국 김지호를 병풍MC로 만들고 말았다.



예능MC로 첫 데뷔였던 김지호에게 많은 걸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김지호는 무난함 이상의 진행능력을 보여줬다. 자기 몫은 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베테랑MC 이경규의 적극적인 써포트만 있었다면, MC김지호의 역량을 충분히 극대화시킬 수도 있었다. 그럴 능력이 있는 파트너가 산전수전 다 겪은 이경규다.

그러나 김지호와 이경규는 호흡과 소통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게스트를 앞에 두고 메인MC들부터 따로 놀았던 셈이다. 중간에 보조MC 이수근만 바빠졌는데, 어느 순간 이수근조차 이경규에게 올인하느라 김지호를 팽개쳐두고 말았다. 결국 김지호는 별다른 이정표를 남기지 못한 채, 드라마출연을 이유로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한혜진도 김지호과라고 볼 수 있다. 연기력만큼이나 똑소리나는 이미지를 가졌다. MC를 해도 잘할 것 같은 느낌이 있어 기대감을 동반한다. 여성MC와 호흡이 좋은 편에 속하는 김제동이 있어, 한결 수월하게 풀어갈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한혜진과 이경규의 소통과 호흡에 있다.



이경규가 한혜진을 딸처럼 혹은 여동생처럼 편하게 대한다면,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 이러한 간단한 해결방법을 그동안 이경규가 몰라서 풀지 못한 게 아니다. 여성앞에선 내성적으로 변하는 그의 성격을 현장에선 생각만큼 쉽게 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경규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그램도 살고, 본인과 한혜진도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청률의 문제가 아니라, 한혜진과의 호흡여부에 따라 향후 MC이경규가 선택할 프로그램의 폭이 좁아지느냐 넓어지느냐가 결정된다. 그와 파트너를 이루었던 여자아나운서들에 이어, 황지현, 김지호에 한혜진까지 병풍으로 돌려세운다면, 이경규의 미녀징크스를 달가워하며 캐스팅할 제작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용만이나 김태원만큼의 호흡은 바라지 않는다. 김제동을 대하듯이, 한혜진을 대할 수 있어야 한다. MC한혜진의 장점을 끌어낼 수 있도록 스스럼없이 자꾸 부딪히는 방향에서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 상대방의 장점은 표면에 드러나는 관찰이 아니라, 행동과 경험에서 뽑아내야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한혜진도 오픈된 마인드로 이경규를 접근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연예계에 대선배를 모시고 진행한다는 생각이 앞서면 이경규가 불편해진다. 실제로 이경규는 적극적인 여성게스트들과는 상당히 좋은 호흡을 보여왔다. 한혜진도 MC라는 동등한 입장에서 최대한 격이 없어야 한다. 새내기MC에게 바라는 건 정형화된 스타일의 MC가 아니다. 자신의 개성, 캐릭터를 진행안에 녹여 시청자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제동의 역할도 중요하다. 유연한 진행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필요하되, 이경규와 한혜진의 연결고리가 되겠다는 강박증은 없어야 한다. MC는 소개팅주선자가 아니다. 의욕이 앞서 불필요할 정도의 연결고리를 자처하다간, 오히려 이경규와 한혜진사이의 통로를 가로막아 둘 사이를 더 어색하고 소극적으로 만들 수 있다.

시청자를 모으는 기본적인 토대는 프로그램의 컨셉이나 내용에 앞서 MC간의 유기적인 호흡이다. MC사이에 꿍짝이 맞아야, 게스트도 살리고 재미도 살릴 수 있다. MC끼리 손발이 안 맞으면, 재미있는 내용조차 전달이 빡빡해지고 산만해진다. 그렇다고 대본의 의존도를 높인다면 자연스러움이 엷어진다.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이경규-한혜진의 MC궁합을 첫손에 꼽는다. 얼마나 색다른 토크쇼로 이끌 것인가.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좋은 맛을 내기 위해선 먼저 잘 섞여야 하듯이, 이경규-한혜진 조합의 농도는 프로그램 발전가능성에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이경규가 한혜진을 통해 예전과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일까. 과연 미녀징크스를 털어낼 수 있을까. ‘힐링캠프’ 또 하나의 시청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