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헌터 이민호-박민영, 욕실러브가 부른 파장?
30일 방송된 시티헌터 12회에서는, 김종식의 수하에게 총상을 입은 김나나(박민영)가 동물병원원장 진세희(황선희)의 수술로 구사일생했다. 물론 여기엔 이윤성(이민호)의 수혈이 결정적이었다. 결국 사랑때문에 부상을 입고 흘렸던 피는, 같은 크기의 사랑으로 채운 셈이다.
덕분에 회복한 김나나는 공언한대로 시티헌터 이윤성 인생에서 사라져 주겠다는 말과 함께 붙잡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떠나려하지만, 비장의 카드 이윤성의 백허그가 작렬해 그 자리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속내를 감추느라, 비켜가고 어긋났던 그들의 감정이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김나나의 눈물은 나쁜 남자인 척 자신을 밀어내던 이윤성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편 양부 이진표(김상중)와 김상국(정준)의 대화를 우연히 엿들은 이윤성는 대폭발했다. 그동안 엄마 이경희(김미숙)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이진표가 복수를 위해 자신을 납치해 인간병기로 키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분노한 이윤성은 더 이상 이진표의 복수계획에 가담하지 않겠다면서, 자신의 방식으로 5적을 처단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김종식(최일화)과 김영주(이준혁)검사사이에서도 폭발했다. 명문대학교 이사장 김종식이 학생들의 등록금 2000억을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한 사실이 검사인 아들에게 발각됐기 때문이다. 과연 원칙주의자 김영주가 아버지에게도 법의 심판대에 사심없이 올릴 수 있을까.
묘하게도 아버지-아들의 갈등이 양쪽에서 터진 셈이다. 피를 동반한 복수를 원하는 이진표vs권력비리를 캐내 국민에게 알리고 법의 심판으로 복수를 원하는 이윤성. 다른 한쪽에선 아버지니까 비리도 봐달라는 김종식vs법대로 하겠다는 김영주. 언뜻 보면 둘의 관계도는 유사하지만, 한쪽은 다른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복수의 결탁에서 파기로 돌아선 이진표-이윤성을 감안하면, 김종식-김영주는 단절에서 결합을 그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와 별개로, 이윤성-김나나-배식중(김상호)은 김종식의 2000억을 빼돌려, 반값등록금을 위해 투쟁중인 학생들에게, 택배를 통해 일일이 돌려주어 통쾌함을 선사했다. 헐리우드에 슈퍼맨-배트맨이 있다면, 한국엔 씨티헌터가 있음을 보여준 순간이기도 했다. 다만 뒷목잡고 쓰러진 김종식의 치졸한 반격이 예상된다.
시티헌터 이민호-박민영, 욕실 러브가 부른 파장?
위에 내용처럼 시티헌터 12회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보여줬다. 동시에 복수를 둘러싼 인물간에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윤성-김나나의 애정행각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거품복수를 부른 이윤성-김나나의 욕실러브신이다. 그리고 욕실에서 벌어진 그들의 사랑이 적잖은 파장(?)을 예고했다.
1. 연기가 아닌 리얼이다?
총상입고 한동안 머리를 감지 못했던 김나나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이윤성. 김나나의 헤어를 다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두피 건강을 위한 마사지까지 서비스로 제공하는 이윤성의 세심하고 현란한 손놀림. 그 정성. 이에 김나나는 간지럽다는 듯 이윤성에게 거품을 묻혔고, 그도 뒤질세라 김나나에게 거품복수를 시작했다. 주고받는 거품속에 사랑은 커지고...
특히 욕실러브를 찍는 이민호-박민영이 연기가 아니라 리얼로 보였다는 사실이다. <우리결혼했어요>에서도 그렇게 자연스럽고 행복한 표정이 쉽게 안 나올텐데. 시티헌터표 ‘우리 머리 감았어요’는 이민호-박민영커플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마치 시청자에게 시위라도 하는 듯 했다. 나중에 스캔들이 난다해도 책임 못질 정도였다.
2. 시티헌터는 로맨틱코미디?
욕실러브는 로맨틱코미디와 무척 어울리는 씬이다. 때문에 이윤성-김나나가 장르를 망각하고 과한 애정행각을 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게다가 시티헌터 이윤성이 좀 고민이 많은가. 물론 정황상 머리는 감겨줄 수 있다. 다만 거품까지 날릴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건, 거품장난의 시작은 김나나였다는 사실이다.
이윤성의 캐릭터는 남들 눈에 바람둥이에 나쁜 남자다. 그러나 사실은 이진표에 묶여, 사랑하면 안 되는 운명을 타고났다고 여기는 순수한 남자다. 진짜 사랑을 느낀 건 김나나가 처음이다. 사랑하는 그녀를 대하는 게 서툴고 조심스럽다. 그걸 김나나가 간파하고 이윤성을 리드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억제된 본능을 자꾸 건드리고 끄집어내려 들었다. 고민도 걱정도 함께 나누고 싶은데, 자꾸 속내를 감추고 혼자서 모든 짐을 떠안으려는 이윤성을, 나나는 사랑의 터치로 자극하고 표현하기 시작했고 그도 마음을 열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윤성이 계획한 복수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선 이겨내야 할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김종식을 비롯한 대놓고 악당들, 복수의 방향이 다르지만 그래도 아버지인 양부 이진표, 자신을 추적하는 법과 원칙 김영주검사, 그리고 사랑하는 김나나.
특히 사랑은 힘이 되기도 하지만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미 김나나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가 있었고, 그 때마다 이윤성이 살려내고 지켜주었다. 12회 엔딩에서도 김나나를 향해 돌진하는 복수밖에 모르는 남자 이진표가 있었다. 김나나는 또 다시 목숨이 오가는 위기에 빠졌고 순탄치 않은 13회를 예고했다.
그동안 시티헌터에서 표현된 이윤성-김나나의 사랑은 목숨을 구해내고 구원받는 관계에 머물렀다. 사랑은 목숨의 보존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사랑’ 그 자체가 가진 행복을 누림에 있어서 이윤성-김나나는 늘 겉돌고 있었다. 때문에 12회에서 보여준 욕실러브같은 장난스러운 애정행각이나 신혼부부를 방불케하는 마트신 등은 필수불가결하다. 더한 신도 나올 수 있다. 사랑하는 연인간에 적극적인 표현과 일상에 누릴 수 있는 크고 작은 행복이 담긴 에피소드들도 함께 쌓여야, 이윤성-김나나의 사랑도 깊어지고 그만큼 위기에 닥쳤을 때 더욱 절실해진다. 시티헌터도 사람인데 매번 치고 받고 싸울 순 없다. 사랑의 절실함이 빛나기 위한 사전공작이 이뤄진 12회가, 긴장감은 다소 떨어져도 재미면에서 선방했을 뿐 아니라, 반드시 필요했던 에피소드로 볼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