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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헌터 김나나(박민영), 심하게 변한 여주인공?

바람을가르다 2011. 6. 30. 07:29






29일 방송된 시티헌터 11회는 아이러니했다. 전개상 필요한 부분들이 이어진 건 맞는데, 지난 주에 비해 뭔가 엉성하고 지루한 느낌이다. 특히 김나나(박민영)든 이경희(김미숙)든 복수에 방해되는 인물은 죄다 죽이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이진표(김상중)의 대사는, 이젠 잔소리로 들릴 지경이다. 시청자도 이런데, 28년을 지겹도록 들어 온 이윤성(이민호)은 오죽할까. 차라리 욕을 해라. 그놈에 복수, 복수, 복수. 복수도 하기 전에 짜증나서 죽겠다. ‘우리 윤성이, 알아서 잘 할 수 있지? 화이팅 복수! 아빤 너 믿는다.’식의 따뜻함은 기대도 않는다. 이진표의 복수에 집착은 이윤성도 알고 시청자도 안다. 그니까 복수타령이든 협박이든 회당 한소절만 하자.

그럼에도 시간은 왜 그리 빨리 흐르는지 아쉽다. 이유는 지루한 상황을 적절하게 끊어주는 이민호-박민영커플이, 극전개에 시원한 소나기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때문이다. 오해든 사랑싸움이든 사건해결이든, 둘이 만나서 부딪히기만 해도 집중하고 볼 맛이 난다. 그만큼 둘은 잘 어울린다. 게다가 11회의 엔딩은 역시나 인상깊었고 12회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여주인공 김나나의 고강도액션과 반말고백은, 시청자에 따라 거부감을 줄 수도 있었다.



시티헌터 김나나(박민영), 심하게 변한 여주인공?

11회의 시작도 좋았다. 이윤성이 시티헌터라는 사실을 김나나가 알았다는 걸, 그가 바로 눈치 챈 것이다. 그 정도 눈치도 없으면 시티헌터가 아니다. 다만 이윤성이 김나나를 너무 거칠게 다뤄 섭섭했다. 나나를 사랑해서 이별하자는 마인드까진 좋았지만 아주 애 잡을 뻔했다. 매서운 눈빛으로 김나나를 보는 것도 모자라, 팔뚝으로 그녀의 목을 짓누르며 자신을 기억에서 지우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나나는 이윤성이 자신의 총을 맞고 얼마나 아팠을까를 걱정했다. 결국 김나나의 안전을 위해 청와대를 떠나려는 이윤성에게, 그녀는 당신의 기억에서 사라져 주겠다며 확실한 이별도장을 찍어줬다. 마음은 허락하지 않지만, 머리에선 허락해야 하는 이별을, 김나나도 이윤성도 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엇갈림이 있었다.



이어 김종식을 둘러싸고 이러쿵저러쿵하다가, 문제의 11회 엔딩으로 이어졌다. 엔딩씬에 등장한 김나나의 액션은 논란을 부를 만했다. 김나나가 변해도 너무 심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김종식의 수하인 건장한 남자 다섯 명을 김나나 혼자서 가뿐하게 물리쳤다. 유도만 잘 하는 줄 알았는데, 하이킥에 별걸 다 하는 여전사 김나나. 화려한 액션에 혀를 내둘렀다. 김나나가 저렇게 강했나. ‘시티헌터보다 나은데?’라는 말이 나와도 무방할 정도였다. 오죽하면 나나에게 얻어터진 남자가 총을 들었겠나.

김종식의 수하는 마취총에 맞아 여전히 헤롱거렸던 이윤성에게 권총을 겨눴고, 김나나는 몸을 던져 대신 총을 맞아 이윤성을 극적으로 구해냈다. 결국 11회 마지막에 김나나는 남자 다섯 명을 싹쓸이하고 이윤성까지 살려내며, ‘나는 청와대 경호원이다!’을 제대로 찍은 셈이다.

사실 김나나가 청와대 경호원이라지만, 장정 다섯을 너무 쉽게 박살냈다. 그것도 시티헌터의 도움없이 말이다. 제작진이 김나나 캐릭터를 급하게 업그레이드시킨 감이 있다. 왜 배만덕(김상호)을 이용하지 못했을까. 배만덕이 3명 정도를 유인해 도망치고, 창고에 남은 두 명을 김나나가 해결했다면 덜 억지스럽지 않았을까. 어차피 총앞에는 장사없으니, 맞아야 할 총알을 맞고 멜로로 넘어갔을 테고 말이다.



김나나가 총맞은 후에 이윤성과 나눈 대화도, 감동을 위해 불필요하게 늘어뜨린 게 아니냐는 불만의 시선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둘이 나눈 가슴 절절한 대화는 김나나의 나홀로 액션쇼에 비해, 충분히 필요했고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이윤성의 마지막대사. “니가 왜 달려 들어서 총을 맞아?” 언뜻 듣기에 매끄럽지 않은 대사같지만, 현실감이 녹아 있어 나쁘지 않았다. 이윤성은 사랑하는 마음을 숨긴 채 나나에게 이별을 강요하며 막말을 내뱉었었다. 그런데 나나는 야박했던 자신을 대신해, 총을 맞고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무슨 말이 나오겠나.

정신은 없는데 무슨 말이든 해주고 싶다. 감동 어록보단 냉정함이 무너지기 시작해 두서없는 말이 나오는 게 씨티헌터 입장에선 어쩌면 당연했다. 왜 대신 총을 맞았는지 알지만, 그래서 더 화나고 미안해 어쩔 줄 몰랐음을 표현한 현실적인 대사로 볼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거 같은 이윤성의 젖은 눈이 그의 마음이라면, 혹시라도 나나가 죽을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던 입술은 그가 뱉은 대사와 충분히 어울렸기 때문이다.



김나나의 마지막대사도 좋았다. 총맞은 여자가 말이 너무 많아 오글거릴 수도 있었지만, 그녀가 바로 정신줄을 놓았다면 어땠을까. 시청자는 피곤함(?)을 동반한 상상의 나래를 펴야 한다. 그러나 김나나는 속시원히 다 말해주고 눈을 감았다. 왜 총을 대신 맞았냐고 묻는 이윤성에게, ‘니가 날 구해줬잖아, 두 번이나. 너도 (내가 쏜 총맞고) 이렇게 아팠었니? 나 미웠었니? 아니라고 말해주면 좋겠는데.’라고 눈물을 흘리며 털어놨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면서...

그만큼 '방빼라.', '껴들면 죽일 수도 있다'며 막말에 삐딱선을 타던 이윤성을, 김나나는 여전히 사랑하고 고마워했다는 걸, 그에게 직설적으로 전달하고 윤성인 눈물로 화답해줬으니,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얼마나 개운한가. 나나가 회복되면 이윤성이 이전 같은 방법으로 도망치지 못하게, 서로 사랑한다는 대화와 눈빛교환으로 확실하게 도장찍은 셈이니 말이다.

‘이윤성씨가’가 아닌 ‘니가’라는 반말고백도 나쁘지 않았다. 죽을 때가 되면 사람이 변한다? 김나나의 반말은 뜬금없이 보일 수 있지만, 갑자기 자신을 멀리하는 이윤성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싶었던 나나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또한 기대이상의 친밀감과 사랑이 느껴져 감동도 더해졌다. ‘이윤성씨가 날 구해줬잖아요?’처럼 대사가 늘어지지 않아 임팩트도 있었다.



앞으로 김나나가 이윤성에게 계속 반말했으면 좋겠다. 연인으로 발전한다면 더욱 어울릴 것이고, 캐릭터도 수직이 아닌 수평적인 관계로 진화했음을 간단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윤성이 김나나를 향한 일방적인 희생과 사랑을 주었다면, 이제는 서로 윈윈하는 아름다운 커플이자 멋진 동료로서,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소스중에 하나로 애용될 수도 있다.

시티헌터 11회에선, 여주인공 김나나가 심하게 변했다. 때문에 시청자입장에선 쉽게 적응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변한 김나나의 캐릭터는 시티헌터 이윤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개입으로 감동도 주었고, 앞으로의 기대감도 부풀렸다. 20부작의 반이 흘렀다. 주인공 캐릭터들의 터닝포인트로 보면 될 것 같다.

이제는 이윤성이 변해야 한다. 김나나에게 더 이상 상처주지 말고 운명적인 사랑을 받아드렸으면 한다. 보호를 하더라도 그녀를 품안에 당겨놓고 보호해야 한다. 어차피 김종식사건엔 김나나가 필요하다. 게다가 사라진 엄마도 찾아서 골수도 해결봐야 한다. 애초에 이진표를 설득하긴 글렀으니, 사랑의 힘으로 당당하게 맞서라. 양부의 그늘에서 벗어나, 사랑도 복수도 이젠 이윤성 니맘대로 해라. 12회에선 시티헌터전에 남자 이윤성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