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헌터 이민호, 헌팅의 실수?
23일 방송된 시티헌터 10회의 마지막 장면은 최고였다. 시티헌터를 쫓는 김영주(이준혁)검사를 따돌리기 위해, 김나나(박민영)는 이윤성(이민호)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러나 이윤성은 자신의 손목을 끌어당긴 사람이, 사랑하는 여자 김나나인 줄도 모르고, 본능적으로 그녀의 목에 날카로운 칼을 들이밀었다. 이윤성의 턴에서 칼을 뽑기까지의 과정은 순식간에 이뤄져 상당히 멋있었지만 그만큼 위험했다.
날카로운 칼날이 향한 사람이 김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윤성은 놀란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김나나가 왜 여기 있는 것일까. 나의 행동에 김나나는 어떤 의심을 하게 될까. 찰나에 이뤄진 이윤성의 복잡한 심경은 그의 강렬한 눈빛속에 남겨둔 채 11회로 넘겼다.
시청자로선, 과연 이윤성이 김나나에게 무슨 변명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이윤성은 자신이 시티헌터라는 사실을 김나나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윤성의 민첩하고 비범한 행동이 자연스럽게 김나나에게 들킨 셈이고, 경호원인 그녀에겐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윤성은 자신이 시티헌터라는 사실을 김나나에게 순순히 고백할까.
오히려 김나나가 이윤성의 행동에 대해 모른 척 얼렁뚱땅 넘기려 들 가능성이 높다. 시티헌터라는 사실을 숨기려는 이윤성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김나나는 이윤성을 믿고 있다. 시티헌터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 아버지 식물인간으로 만든 것도 부족해, 교통사고 가해자로 둔갑시킨 김종식의 실체를 밝혀줄 것이라고. 그리고 때가 되면 이윤성이 본인의 입으로 시티헌터라는 사실도 말해줄 것이라고 말이다.
시티헌터 이민호, 헌팅의 실수?
시티헌터 10회는 이윤성을 더욱 힘들게 했다. 김영주검사는 시티헌터의 정체를 한 커플씩 벗겨내며 조여 왔다. 이진표(김상중)는 피로 갚아줄 복수방식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이윤성을 죽일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파트너 배식중(김상호)은 권력비리 핵심 김종식과 김나나부모의 교통사고에 연루됐다. 설상가상 엄마(김미숙)는 느닷없이 백혈병에 걸렸고 골수이식이 시급해, 졸지에 골수헌터를 찍을 운명에 놓였다. 여기에 너무나 사랑하지만 밀어낼 수밖에 없는 김나나때문에 심란함은 극에 달했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이윤성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윤성에게 온전하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주변에 한명도 없다. 그나마 동물병원원장 진세희(황선희)가 유일한 셈인데, 이윤성의 어깨부상이 회복되자 그녀조차 10회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도대체 이윤성의 하소연을 누가 들어줄 것인가. 여러분? 이윤성이 임재범인가? 결국 이윤성이 김나나에게 반드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다. 사랑하는 김나나옆에서 잠시라도 쉬어야 한다.
그러나 이윤성은 또 다시 김나나에게 상처를 입혔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어렵게 고백해 온 김나나에게, 그는 살벌한 눈빛으로 막말을 쏟아냈다. 그리곤 돌아서선 온통 그녀 생각뿐인 이윤성. 서로 사랑하는데 참 못할 짓이다. 이윤성이나 김나나나 꼴이 말이 아니다. 결국 나나앓이중인 이윤성은 윤성앓이중인 김나나부터 고치겠다며, 해선 안 될 짓을 하고 말았다.
이윤성은 전화를 걸어 오밤중에 김나나를 불러냈다. 설레임을 안고 집을 나선 김나나는, 분칠에 립스틱도 발라가며 꽃단장을 했다. 안하던 짓을 하다보니, 화장이 혹시 잘못되진 않았을까 백미러에 얼굴도 비춰봤다. 이윤성이란 남자에게 마냥 사랑스런 여자이고 싶었다. 그러나 김나나의 부푼 기대는 이윤성이 데리고 온 여자앞에서 차갑게 깨져버렸다.
김나나에게 운전을 시키곤 뒷좌석에서 다른 여자와 키스를 나누는 이윤성. 최악이다. 아무리 김나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취했던 행동이었지만, 이윤성이 더욱 용서가 안 되는 건 일련의 과정이 치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티헌터답지 못했다.
이윤성정도면 얼마든지 김나나보다 예쁘고 섹시한 여자를 헌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윤성이 데리고 나타난 여자는 김나나조차 납득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술도 안 마시고 김나나는 왜 불러서 대리운전을 시키고 키스로 염장을 질렀는가. 너무 속보였다는 점이다. 최다혜(구하라)에게도 먹힐까말까 한 쇼를 김나나에게 했으니, 이윤성이 나나에게 한소리 들을 만했다.
김나나는 이윤성에게 좋아해 달라고 애걸하려 고백한 게 아니니, 당신을 좋아하는 지금의 내 감정마저 컨트롤하려 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여기서 빠진 건 ‘시티헌터 이윤성씨! 당신도 날 좋아하잖아요? 좋아하는 건 나쁜 게 아닌데, 왜 날 밀어내는지 모르겠지만, 애쓰지 마요. 이게 뭐야? 당신도 속상하잖아!’ 정도랄까? 이윤성은 아무나 막 사귀는 바람둥이에 최악의 남자니까, 김나나 네가 알아서 떨어져 나가라고 쇼를 했지만, 오히려 아무나 막 사귀고 싶을 정도로 난 너때문에 힘들다. 김나나를 많이 의식(사랑)하고 있다는 걸 들킨 셈이다.
결국 은연중 김나나를 배려(?)했던 이윤성의 헌팅미스는 의도적으로 김나나의 마음을 재차 떠 본 거마냥 비춰졌다. 만일 그가 대동했던 여자가 김나나가 오해했던 진세희라면 그녀도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을 거다. 그러나 이윤성이 급하게 헌팅해 온 듣보의 여인은, 나나가 자신을 단념하게 만들긴 커녕, 여리고 순한 나나의 마음에 쓸데없는 스크래치만 낸 채 아웃됐다.
그러나 덕분에 이윤성은 내심 안도했을 것이다. 사랑을 고백해 온 김나나에게 막말로 상처를 주고, 혹시나 그녀가 자신에게 실망하고 돌아서진 않을까 불안했을 테니까. 외로움의 결정체 이윤성은 그럴 수 있다. 결국 김나나의 일편단심 민들레를 재차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고, 핑계삼아 그녀의 얼굴 한 번 더 보는 호사까지 누렸다. 그러나 다음부턴 여자를 대동해 김나나에게 불필요한 상처주지 마라. 못할 짓이다. 나나가 얼마나 외롭고 불쌍한 여자인지, 이윤성 니가 더 잘 알잖아! 차라리 개인의 취향에 류승룡을 불러와 커밍아웃을 해라.
아무튼 무늬만 나쁜 남자 이윤성의 본심을 김나나가 꿰뚫고 있어서 다행이다. 김나나는 시티헌터 이윤성의 마음에 쉼터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제는 그녀 나름의 방식으로 능동적으로 시티헌터를 돕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향한 화해의 포커스도 좁혀진다. 김나나가 이윤성이 시티헌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이윤성이 확신하는 순간, 김나나는 입술은 온전할 수 없다. 전구키스? 전봇대 가로등이 터질 정도로 이윤성의 키스 맹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