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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사랑 공효진, 왜 차승원은 극복못했나?

바람을가르다 2011. 6. 24. 08:20






최고의사랑은 표면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해피엔딩이었다. 방송을 통해 대표 비호감 연예인 구애정(공효진)과의 열애사실을 공표한 한류스타 독고진(차승원)은, 영화 및 CF가 줄줄이 끊기는 추락을 맛보지만, 심장수술 전 사랑하는 구애정을 향한 독고진의 동영상을, 문대표(최화정)가 인터넷에 퍼뜨려 네티즌에게 큰 호응을 일으키면서, 독고진은 원위치로 돌아오게 된다.

최고의 사랑에 결말은 최고의 가정이었다. 톱스타의 위상을 복구한 독고진은 구애정과 결혼을 했고, 둘사이엔 독고진주니어가 생겼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구애정 사랑을 보여준 독고진은 귀여운 남편 그리고 아빠의 모습까지 보여줬다. 그렇게 그들은 행복한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최고의사랑에 대한 시청자의 미련과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마지막회로 애프터서비스를 확실하게 한 셈이다.



최고의사랑 공효진, 왜 차승원은 극복못했나?

최고의 사랑에 메인메뉴는 스타의 사랑이야기였다. 연예인이 주인공인 드라마. 사실 굉장히 식상한 스토리다. 이 식상한 스토리를 홍자매는 독고진과 구애정, 윤필주(윤계상)란 참신한 캐릭터로 돌려세웠고, 연예인을 바라보는 방송과 언론 그리고 네티즌을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하면서 극의 개성과 개연성을 살려낼 수 있었다.

특히 독고진은 최고의 사랑이 낳은 최고의 캐릭터였다. ‘독고진의 사랑’이란 제목을 써도 무방할 정도로, 최고의 사랑은 ‘독고진에, 독고진에 의한, 독고진을 위한’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고진을 200%이상 소화해 낸 차승원의 눈부신 연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최고의사랑은 차승원의 드라마로 기억될 것이고, 최고의사랑 최대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반면 차승원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던 구애정 공효진은, 차승원과 급이 다른 사랑과 인기를 누릴 수밖에 없다. 공효진의 존재감이 차승원에게 상대적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특히 15회와 16회에 보여준 구애정의 약한 뒷심은 공효진이 아닌 캐릭터가 가진 한계였다. 드라마가 독고진에게 올인할 때, 구애정은 수동적으로 움직였다. 왕자가 유리구두를 신겨 주기 전까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신데렐라의 숙명을 결국 구애정도 벗지 못한 셈이다.

사실 최고의사랑에 초반 인기몰이는 비호감연예인임에도 캔디스럽게 연기한 구애정 공효진의 힘이 컸다. 그러나 드라마는 결국 엔딩을 위해서 짜여진다. 중반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능동적이던 구애정의 캐릭터는 철저하게 독고진에 끌려 다녔다. 독고진은 매순간 진화를 거듭하며 최고의 사랑을 만들어 갈 때, 구애정이 할 수 있는 건 국보소녀의 ‘두근두근’을 부르며 독고진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미 사랑을 약속한 독고진이 심장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낸 후에도 구애정은 행복이 주는 불안함에 뒷걸음을 쳤다. 구애정이 뒷걸음질 칠수록, 더 강하게 그녀를 끌어안는 독고진은 더욱 빛났다. 결국 막판엔 일방적인 독고진의 원맨쇼가 이뤄졌고, 수동적인 구애정은 눈물을 흘리며 그의 사랑에 감동하는 진부한 코스를 밟았다.

구애정이 공효진이었기 때문에 실망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공효진이라면, 구애정이란 캐릭터를 더욱 능동적이고 진화된 신데렐라로 바꿀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맨틱코미디란 장르앞에선 공효진도 별 수 없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철저하게 남자주인공 중심으로 흐르는 장르의 한계앞에, 공효진도 독고진써포트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공효진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분간 로맨틱코미디를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파스타’에 이어 ‘최고의사랑’까지 연타석 홈런을 친 로코의 여왕이자, 로코의 흥행수표로 거듭난 연기파배우 공효진이, 스스로 왕관을 벗어 던진 셈이다. 굳이 왜냐고 묻지 않아도 답은 나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국내 로맨틱코미디는 대부분 신데렐라스토리를 기반으로 한다. 또한 신데렐라는 왕자의 캐릭터를 극복하지 못한다. 때문에 스토리는 예상가능한 범위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고, 시청자로선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왕자를 극복하고 동등하게 설 수 있는 여주인공의 수요는 있는데, 캐릭터의 공급이 막혀있는 로맨틱코미디의 현실을, 최고의 사랑도 극복하지 못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