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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헌터 박민영, 불평등한 스킨쉽계약?

바람을가르다 2011. 6. 22. 06:53






SBS수목드라마 <시티헌터>가 왕좌에 오를 날이 멀지 않았다. 동시간대 방영중인 <최고의사랑>이 이번 주를 마지막회로 퇴장하기 때문이다. 화제성으로만 따지면 대박을 친 최고의사랑이 시청률에서 생각만큼 탄력을 받지 못했던 건, 뒤늦게 시작한 시티헌터가 기대이상으로 재밌었던 게 컸다. 실제로 시티헌터의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시티헌터의 이민호-박민영커플은, 최고의사랑 차승원-공효진과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담보하고 있었다. 차승원-공효진이 단물 뚝뚝 떨어지는 농익은 연애와 연기력을 보여준다면, 이민호-박민영은 갓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뛰는 생기와 신선함이 느껴진다. 특히 박민영은 연기와 연애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이민호와 실제 연애에 빠진 것 같은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여, 두 사람의 밀당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한 게 시티헌터다.

그러나 극중에선 여전히 김나나(박민영)가 이윤성(이민호)을 힘들게 한다. 시티헌터 이윤성이 처리해야 할 일은 산적한 데, 매번 청와대 경호원 김나나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본인의 일에 충실한 김나나는 현재로선 베일에 가려진 시티헌터 이윤성과 적대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티헌터 7회-8회에선 이런 그들의 관계가, 이윤성이 흘린 핏물로 극대화됐다.



시티헌터 박민영, 불평등한 스킨쉽계약?

대선후보 서용학(최상훈)의 경호를 맡은 김나나는 마스크를 한 시티헌터 이윤성과 맞서야 했다. 때문에 김나나를 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윤성은, 뜻하지 않게 나나가 쏜 총에 어깨를 맞고 고층빌딩 아래로 추락해 아찔한 죽음의 위기를 7회에 겪었다.

동물병원원장 진세희(황선희)의 도움으로 미봉책에 가까운 치료를 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김나나는, 이윤성과 진세희의 관계를 의심하다 못해, 해명하려는 이윤성을 엎어치기 한판으로 길가에 패대기쳤다. 시청자입장에서 김나나의 행동은 어의없지만, 그만큼 이윤성을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8회의 마지막. 서용학을 경호하던 김나나는 또 다시 시티헌터와 마주쳤고, 그 와중에 서용학이 본색을 드러내며 김나나를 인질로 삼고 밀치는 바람에 추락사할 위기에 놓였다. 시티헌터 이윤성이 가까스로 김나나의 손을 잡았지만, 그녀를 끌어올리긴 쉽지 않았다. 오른쪽 어깨에 입은 총상이 완전히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힘겨워하는 시티헌터 이윤성의 손목밑으로 핏물이 흘러내렸다. 김나나는 왜 시티헌터가 자신을 구하려는 지 알아챌 수 있을까?

김나나와 동거중인 이윤성을 냅두고, 엉뚱하게 시티헌터에게 홀딱 반해 로망을 느끼지 않으면 다행이다. 김나나가 ‘시티헌터=이윤성’이란 사실을 여전히 눈치 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기 입으로 ‘내가 시티헌터야, 내가! 니가 죽일 뻔한 남자. 나는 널 몇 번이나 살려줬는데!’라고 말한 이윤성도 아니고 말이다.



중요한 순간에도 그렇고, 평소에도 바람둥이 재수땡땡이라고 이윤성을 오해하는 김나나(박민영)가 그래도 밉지 않은 건, 그만큼 이윤성(이민호)을 빛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매번 오해를 사고 상처를 입으면서도, 늘 김나나를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지켜주는 남자가 이윤성이다. 얼마나 멋있는가. 게다가 김나나에게 총에 맞고 쓰러질 때나 추락하는 김나나를 살리려고 팔을 뻗어 끌어올리려 애쓸 때, 이민호의 전매특허 눈빛연기가 더욱 돋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더 이상 김나나의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스킨쉽계약은 끝내야 한다. 손을 만지면 오만원, 어깨 십만원, 키스 백만원. 김나나는 이윤성에게 움직이는 돈덩어리다. 근데 김나나는 왜 이윤성을 막 만지는가? 엄마(김미숙)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김나나는 이윤성이 먼저 가라는데도 옆에 딱 붙어서, ‘우리 큰 애기 힘들었져요?’라며 양팔로 이윤성의 어깨를 마음껏 누렸다. 너도 십만원이다. 그러나 이윤성은 그저 나나의 애교와 손길을 즐겼다.



다행인 건 소파키스에서 불평등한 스킨쉽계약이 종료될 기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윤성은 소파에 누워 자던 김나나의 입술을 덮치려고 했고, 그녀는 눈뜨기 무섭게 다시금 눈을 감았다. 절대 백만원때문이 아니었다. 이윤성의 입술을 노머니로 허락한 것이다. 문제는 이윤성의 양아버지 이진표(김상중). 하필 그 때 왜 전화질인가?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결국 이 장면은 이윤성은 김나나를 사랑해선 안 된다. 사랑하면 이진표에게 죽는다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김나나는 소파키스의 불발로 이윤성과의 스킨쉽계약서가 불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오히려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을 것이다. 문제는 시아버지될 사람이 훼방을 놓고 있다는 걸 그녀가 모른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이윤성은 김나나와 애만 태우는 동거를 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윤성이 스킨쉽계약에 충실하자며 뒷걸음질 칠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경호원 김나나가 아니라, 이윤성에게 여자이고 싶은 김나나의 변신도 기대해 볼만하다. 그렇다면 고지가 옆방인데 김나나의 육탄공세에도 이윤성이 도만 닦을 수 있을까.



현재 시티헌터 최고의 관전포인트는, 이윤성이 시티헌터라는 사실을 김나나가 언제쯤 알게 되느냐에 있다. 그에 앞서 스킨쉽계약서가 무용지물에 가까운 지금, 이윤성과 김나나가 서로 사랑한다는 걸 확인사살해 줄,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스킨쉽이 10회나 11회쯤에는 나와줘야 하지 않을까. 사랑하는 김나나를 구하고 지키느라 한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매번 생고생중인 이윤성이 어떻게든 보답을 받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