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격 청춘합창단 지휘자, 김태원이 박칼린보다 어울린 이유?
서호주로 배낭여행을 떠난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에 네 번째 이야기가 19일 방송됐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봤다. 비로소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경규-김국진-전현무-윤형빈팀은 매번 티격태격하며 잔재미를 주었지만, 뇌리에 남는 건 없었다. 그런 그들이 길가에 차를 세우고, 서호주의 밤하늘을 바라봤다. 빼곡하게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담소를 나누던 순간은 이 날 방송의 백미였다.
김태원-양준혁-이윤석팀은 김태원이 즉석에서 만든 곡에 가사를 붙여가며 한편의 동화같은 노래를 완성했다. 뜀뛰는 캉가루가 나오고 춤추는 바위가 나온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그런데 나는가수다처럼 음원이 폭발해 돈이 될 노래는 아니다. 이경규도 나오고 김국진도 나오니까. 호주라는 자연과 남자의자격 멤버들의 인간미를 엮어 만든 곡이기 때문이다. 비록 돈은 안 되겠지만, 그 음악속엔 소박한 편안함과 따뜻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그것만으로 숫자로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숨을 쉰다.
남자의자격 청춘합창단 지휘자, 김태원이 박칼린보다 어울린 이유?
배낭여행이 끝나면 9월에 참가할 남격합창단 2기가 시작된다. 52세 이상 성인들의 지원을 받아 오디션을 보고, 그들과 함께 남자격 멤버들이 한 팀을 이뤄 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바로 훈훈할 것이란 기대와 재탕이란 우려가 공존하는 청춘합창단이다.
신원호PD는 청춘합창단의 지휘자로 김태원을 전격 발탁했다. 이를 두고 찬반여론이 부딪힌다. 아무리 부활의 리더이고, 위대한탄생에 위대한멘토로서 김태원의 주가가 상승했다지만, 합창단의 지휘자로선 부족하다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남격합창단에 신드롬을 불러왔던 박칼린음악감독과 비교해 보아도, 김태원은 무리수라는 의견이다.
개인적으로 신원호PD의 결정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김태원이 남자의자격 멤버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죽기 전에 지휘자도 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또한 예능의 국민 할매, 위탄의 멘토에 이어 지휘자 김태원은 어떨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잘하든 못하든 최소한 박칼린과 같은 그림은 나오지 않을거란 기대감을 동반한다.
무엇보다 청춘합창단보단 남자의 자격이 먼저이고 중심이어야 한다. 남격이 나오고 합창단 나왔지, 합창단 나오고 남격이 나온 것은 아니니까. 쉽게 말해, 박칼린 음악감독을 섭외해 합창대회에 출전하고 입상한 것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다. 남자의자격은 묻히고 박칼린만 남았기 때문이다. 남격 자체 힘이 아닌, 외부인사 박칼린감독의 힘을 빌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였다. 외부의 힘을 빌리면 빌릴수록, 그만큼 남자의자격의 색깔도 지워질 수밖에 없다.
형평성과 진정성의 측면에서도 외부인사에 멘토이상가는 적극적 참여는 가급적 배제하는 게, 도전프로그램이 나아갈 옳은 방향이다. 남자의자격은 방송의 힘으로 박칼린을 섭외했고, 단기간에 값비싼 결실을 맺었다. 다른 참가팀에 비하면 엄청난 혜택이었다. 다른 참가팀들도 박칼린같은 지휘자를 섭외하고 싶지 않았겠나. 그러나 일반참가자들은 여건상 엄두도 내질 못했고, 덕분에 상대적인 박탈감마저 부를 수 있었다.
박칼린감독은 힘들더라도, 남격합창단2를 준비했던 신원호PD는 KBS예능국의 도움을 받아 그에 버금가는 지휘자를 섭외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휘자로는 아마추어에 가까운 남격멤버 김태원을 선택했다. 그 이유를 단순히 스타성에 기대거나 비용절감의 차원으로 볼 수 없다. 아마추어정신에 입각해 좀 더 공정한 경쟁을 펼치겠다는 신원호PD의 의욕일 수 있고 프로그램과 멤버들의 초심일 수도 있다.
라면의 달인에 출전하면서, 외부 요리사를 선생님으로 고용했었나. 아니다. 그럼에도 이경규의 열정이 꼬꼬면을 탄생시켰다. 직장인밴드 경연대회에 출전할 때도, 악기가 서툰 멤버들을 김태원의 세심한 리드아래,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그들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완성도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었다. 남격은 그래야 빛난다. 외부와 경쟁하는 도전일수록 남격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때, ‘죽기전에 남자가 하고 싶은 101가지’의 의미가 빛나고 열매는 더욱 달콤한 것이다.
김태원이 지휘를 잘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휘를 하는 사람이 남자의 자격멤버 김태원이란 사실이 더 의미가 있고 중요한 것이다. 그들은 프로합창단이 되기 위해서 합창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전을 즐기기 위해서다. 굳이 외부에서 비싼 인력을 고용해 수장으로 앉힐 필요가 없다. 누구와 어떻게 도전을 즐기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순위를 위한 트로피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남격밴드를 리드했던 할마에. 부활의 리더로서 감동을 주는 뮤지션. 위대한탄생에서 백청강-이태권 등에게 꿈을 심어줬던 멘토. 호주 배낭여행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는 노인에서 어린 소녀까지 격이 없이 소통했던 남자. 김태원은 사람의 마음을 무리없이 오갈 수 있는 마음의 지휘자로 이미 자질을 입증했다. 아마추어로 구성된 청춘합창단을 이끌어가는 데 부족함이 없을 뿐더러, 충분히 어울릴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청춘합창단과 김태원의 성공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청춘합창단이 크던 작던 빛나기 위해선, 누구보다 이경규-김국진 등 남격멤버들이 남격밴드때처럼 음악감독이자 지휘자 김태원의 권위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멤버들이 심적으로 김태원의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야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청춘합창단전에 남격멤버들의 하모니가 시청자의 박수소리를 결정하는 시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