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사랑, 짜증을 불렀던 이유?
최고의사랑 13회는 최고의 ‘짜증’, 최고의 ‘화병’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화병에 걸린 구애정(공효진)이 심장병에 걸린 독고진(차승원)보다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네티즌은 연애버라이어티에 출연중인 일반인 윤필주(윤계상)를 속인 구애정에게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라며 강요했고, 그녀는 ‘자숙하겠습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를 혼자 되뇌이며 펑펑 울었다.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드라마속 네티즌과 달리 과정을 알고 있다. 근데 그 과정을 돌아보면 정말 욕 나오기 딱 좋았다. 왜?
최고의사랑, 짜증을 불렀던 이유?
최고의사랑 13회에서 가장 시원했던 장면은, 구애정의 집 옥상에서 달빛 아래 그녀와 독고진이 나란히 누워 사랑을 충전했던 순간이었다. 중간에 새끼손가락 걸고 슬픈 약속도 했지만, 구애정이 독고진을 지켜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었다.
나머지가 덥고 짜증이 났다. 구애정과 독고진의 달콤한 소풍마저 더웠다. 장소가 문제였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한 데이트장소가 어느 한적한 시골 논바닥이었다. 그들조차 뭐하고 놀아야 할지를 몰랐다. 데이트 기분을 낸 것은 키스한 사진 한방. 그것밖에 없었다. 둘은 스캔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시청자를 감안한다면, 시원한 장면이 하나정도는 나와야 했다. 계곡근처에 못가면, 독고진의 상의라도 벗겨서 등목이라도 해주는 장면이 나와 주면 좋았건만, 후덥지근하게 소풍을 마쳤다.
불쾌지수가 높은 한여름에 로맨틱코미디의 애정행각마저 더워 보이는 장면으로 채워지니, 시청자의 기분이 어떻겠는가. 무의식적으로 덥고 맥이 빠지는 기분이 쌓여 가는 시점에, 한미나(배슬기)-강세리(유인나)-장실장(정만식)트리오의 행동 하나하나는, 비단 구애정뿐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짜증과 불만을 극대화시켰다.
1. 한미나-은근하지만 지독한 악녀!
연락을 끊고 지내다가 10년만에 구애정을 찾아와서 한다는 소리가, 살려달라는 하소연이었다. 국보소녀 해체이유에 대해, 구애정이 전면에 나서서 또 다시 혼자 뒤집어 써 달라는 부탁이었다. 자신의 행복을 깨고 싶지 않다며, 어차피 구애정은 국민비호감이니 감수할 수 있지 않냐는 속내가 진하게 묻어있었다.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싶다. 칼만 안 들었지 강도가 따로 없다. 상대방의 착한 심성을 악용하는 이기적이고, 못돼 처먹은 인간이다. 협박하는 장실장과 해결을 보던가. 이런저런 일이 있었으니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느냐는 상의도 아니고, 10년만에 찾아와 다짜고짜 구애정에게 ‘세상 사람들 욕은 언니 혼자 다 처 드셈.’이 말이 되나. 욕만 먹는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구애정은 방송에서 퇴출이고 밥줄이 끊긴다. 어딜가나 한미나같은 인간 꼭 있다. 눈곱만큼의 염치도 없는 인간. 상종해서 안 된다.
2. 강세리-정체성없는 악녀?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를 봐왔지만, 강세리만큼 정체성없는 악녀는 처음 본다. 스스로 개수작을 부리려 들면, 주변에서 먼저 터진다. 구애정에게 타격을 주지 못하고, 독고진이나 윤필주를 제대로 유혹하지도 못한다. 도대체 최고의사랑에는 왜 나왔는지 그 이유가 이제는 궁금할 정도다. 어리버리한 악녀 강세리의 존재감은 윤필주(윤계상)병원의 간호사만도 못하다. 덕분에 아무런 긴장감도 유발하지 못하는 강세리만 등장하면 드라마가 처지고 지루해진다. 분량을 더 줄여야 한다.
3. 장실장-적당히 좀 합시다.
국보소녀 해체이유를 10년만에 캐고 밝히려 다니느라 걸그룹 캔디스관리가 소홀한 매니저. 이유는 독고진-구애정커플을 추락시키기 위해서다. 때문에 한미나-강세리-연예부기자를 포섭중이다. 참 주도면밀하다. 다만 적당히 조사를 마치고 터트려야 하는데, 너무 질질 끄는 것도 보기 흉하다는 사실이다. 화면에 잡힐 때마다 짜증이 난다. 이제는 국보소녀 해체이유따윈 궁금하지 않을 정도다. 언제부터 국보소녀가 사골소녀가 되었는가. 14회에서는 어떻게든 결말짓고 장실장은 퇴장해야 한다. 독고진이 죽게 생겼는데, 언제까지 국보소녀 해체이유로 분량을 쥐어짜낼 것인가.
이들 3인이 전면에 나서면서, 전체적으로 최고의사랑 13회는 짜증의 연속이었다. 때문에 급한 나머지 독고진도 구애정에게 심장이 고장나서 죽을 지도 모른다며, 최악의 타이밍에 자신의 상태를 연인 구애정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안 그래도 구애정은 화병이 도질 찰나, 독고진의 자백에 다리가 풀릴 지경. 사실 술술 늘어놓는 독고진의 자백보다는, 좀 더 극적인 상황속에 구애정이 독고진의 심장에 심각한 상황을 알게 되는 극적인 전개를 바랬지만, 그것마저 이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독고진의 자백앞에 구애정은 멍을 잡았다.
이유야 어쨌든 예고편에서 알 수 있듯이, 독고진은 갑작스런 심장에 악화로 수술을 앞두고 있다. 독고진의 생사여부가 최고의사랑 14회에서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국보소녀고 국밥소녀고 간에, 곁가지에 불과한 짜증트리오는 적당한 선에서 퇴장해야 한다. 지금대로면 독고진이 아플 시간도 없고 구애정이 아파해줄 시간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구애정과 독고진에 올인해야 한다. 시청자와 그들이 함께 할 시간이 3회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