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1박2일 명품조연배우특집, A형 남자들만 모였나?

바람을가르다 2011. 6. 13. 07:51







12일 해피선데이 1박2일은 명품조연배우특집 1편을 방송했다. 염정아-김하늘-최지우 등이 출연한 여배우특집에 이어, 명품조연배우특집에선 개성만점의 연기파 배우 성동일-조성하-성지루-김정태-안길강-고창석이, 강호동을 비롯한 1박2일 멤버들과 바다가 보이는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나영석PD는 남자들끼리 떠나는 낭만여행이란 테마를 내걸고, 그들에게 목적지와 베이스캠프를 직접 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덕분에 이동중간에 이승기가 즉석에서 추천한 강원도 순포해수욕장을 베이스캠프로 삼을 수 있었고, 가위바위보를 통해 이승기-성지루-고창석이 바다에 입수하는 코스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렇다면 재미면에선 어땠을까. 훌륭했다. 같은 연예인게스트로 볼 수 있지만, 확실히 여배우특집과 명품조연특집은 달랐다. 서로 다른 맛이 날 수 있었기에, 명품조연특집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랐나. 제작진의 준비와 미션자체도 달랐지만, 실질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서 비롯된 재미의 차별화가 있었다.



1박2일 명품조연배우특집, A형 남자들만 모였나?

성동일을 비롯한 명품조연배우 여섯명은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영화 ‘저수지의 개들’처럼, 국민예능 1박2일을 접수하러 왔다는 듯, 카메라를 집어 삼킬 듯한 강력한 포스를 내뿜었다. 이에 강호동은 한걸음에 달려와, 그들에게 머리숙여가며 깍듯하게 환대했다. 그러나 명품조연배우들의 하드한 포스는 거기까지였다.

예능에 익숙했던 성동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명은 엄태웅을 닮은 순둥이뿐이었다. 오프닝부터 예능초보 티를 감추지 못했다. 때문에 MC강호동이 일일이 멘트를 떠먹여줘야 했다. 강호동이 질문을 하거나, 리액션을 요구해야 반응을 보일 정도로 악역배우들은 소심했다. 유독 성동일만이 자유자재로 유머러스한 멘트를 구사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뒤늦게 분위기를 파악한 막내 김정태가 가세해 성동일과 투톱을 이뤘다.



악역전문배우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명품조연 여섯명.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던 카리스마따윈 애초에도 없었고, 외모만 성격파지 마음은 소심파이고 순진파였다. 혈액형이 A형이라서 낯가림이 심하다는 김정태의 말대로라면, 성동일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도 모두 A형이란 말인가. 예능에 나와서 눈치만 볼 뿐, 모두가 강호동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단 배우들만 말이 없었을까. 리더 강호동과 강심장MC 이승기만이 줄기차게 멘트를 날렸을 뿐, 1박2일 멤버 엄태웅-은지원-이수근-김종민도 침묵에 동참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런 현상은 버스로 이동중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가족이나 일에 관련된 얘기외엔 딱히 할 말이 없었고, 그것마저 겉돌아 예능을 무겁게 만드는 분위기, 결국 잠을 청하는 남자들.



여배우특집과 더욱 비교가 됐다. 여배우들은 목적지로 이동중에 끊임없이 수다를 쏟아냈다. 덕분에 차안에서의 이동분량이 한 시간을 훌쩍 넘겨 2편까지 이어졌다. 반면 조연배우특집은 십여분에 불과했다. 그것도 강호동의 요구에 성동일과 김정태가 분량을 채웠다. 물론 여배우특집에선 중간에 미션이 주어진 면도 감안해야겠지만, 그렇다해도 명품조연특집에선 대화를 쥐어짜낸 인상을 주었다. 왜 일까?

남자들만 모였기 때문이다. 서로가 낯선데다 말수가 적은 남자들은 뻘줌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강호동이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으면 이렇다 할 분량이 나오기 힘든 여건이다. 이에 조성하는 나이 먹고 낯선 남자들과 말트는 게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즉 명품조연배우들이 모두 순진하거나 소심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남자가 그렇다. 술이라도 한잔 걸쳤으면 모를까. 나이도 천차만별에, 처음 본 낯선 사람들과 격이 없이 대화를 터놓고, 한 집단에 동화된다는 게 남자에겐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러나 시키면 잘 하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게 남자다. 같은 목적아래, 무언가 함께 해나가면서 친분을 쌓는다. 버스에서 침묵하기 전에, 오프닝에서 물건나르는 걸 보라. 게임을 통해 입수를 시키면 얼마나 칼같이 빠지는가. 낮보다 밤에 강해, 어두워지면 잘 노는 게 또 남자다. 때문에 다음주 2편에선 저마다 감춰둔 보다 솔직하고 적극적인 매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남자는 수다와 사교성이 강한 여자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다.

여배우특집이 상큼하고 통통 튀었던 반면, 명품조연특집은 칙칙하지만 굵직한 재미가 있었다. 바닷가앞에 텐트를 치고, 남자들끼리 어떻게 노는 지 제대로(?) 보여줄 태세다. 40세를 훌쩍 넘기고도 아이들마냥 짝짓기 놀이에 흠뻑 취한 악역배우들에게서 원초적인 재미도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한동안 1박2일이 외면했던 야생의 재미를 상기시켜줄 것이다.



휴게소에서 성동일과 강호동이 계란을 무더기로 투척하고, 설탕과 미원 등 각종조미료를 첨가해 정체불명의 괴음식을 만들었다. 모양은 몹시 사나웠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명품조연배우특집이 그 괴음식같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모양의 계란 12개를 넣고 어떻게든 지지고 볶으면 독특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맛이 났듯이, 남자 12명이 모여 여행을 떠난다는 게 한편으론 어색하고 칙칙하게 보였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맛있는 여행을 하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