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정우성과 김장훈을 통해 배운 사실

바람을가르다 2009. 8. 14. 06:09

 

얼마 전, 일본 후지TV 예능프로그램인 <톤네루즈의 여러분 덕분입니다>에 출연했던 정우성이 김치의 정식영문표기인 'Kimchi(김치)'가 아닌, 일본식 발음 'Kimuchi(기무치)'라고 답안을 작성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소속사의 거짓해명으로 네티즌과 진실공방이 이어지자, 공개 사과문을 발표한 정우성을 통해 사건은 일단락됐다고 볼 수 있다.

 

정우성이 비판받은 것은 대표성을 띄었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중에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외국언론이나 방송을 접할 때는 보다 세심한 주의가 따라주길 바랬던 것이다. 만약, 정우성이 방송에서 “기무치가 아닌 김치가 올바른 표기입니다.” 라고 말했다면, ‘얼마나 통쾌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정우성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한 것뿐이며,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이를 두고, 마치 정우성이 매국노인양 몰아 세운다면 곤란하다. 악의없는 실수에 민감하기보다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듯이,  오히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번 사건 덕분에,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에서 ‘Kimuchi(기무치)’와 ‘Kimchi(김치)’로 병행하던 김치의 국제표기를 ‘Kimchi’로 통일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십 여년 전 일본에서 먼저 ‘Kimuchi(기무치)’란 표기를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 제출했으며, 이어 우리나라가 부랴부랴 ‘Kimchi(김치)’를 등록함으로써, 두 가지가 병행되어 사용되었다가 99년에 ‘Kimchi(김치)’라는 표기로 단일화되었다고 한다. 이어, 작년에 ‘고추장(Gochujang)’ 이 두번째로 국제공인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단순한 표기와 발음의 차원이 아닌 대표성이 부여하는 상징적 의미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미진했던 한식의 세계화가 최근에야 조명받고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표음식이 외국인들에게 일본브랜드로 인식된다면 어떨까? 외국인들의 입에서 김치가 아닌, 기무치로 불린다면 한국인으로서 불쾌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여전히 외국에 ‘기무치’를 집요하게 홍보하는 일본인들로 인해, 김치가 일본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외국인들의 왜곡된 시각을 바로 잡아줘야 함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단순히 '우리 거니까'가 아닌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가수 김장훈이 광고비 전액을 후원하고 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성신여대 객원교수)교수가 기획을 맡아, 독도와 동해를 홍보하는 전면광고가 미국 유력 신문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에 잇따라 게재되었다. 이어 다음주에는 뉴욕타임스(NYT)에 실릴 예정이라고 한다.

 

서교수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신문인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의 지난 10년간 아시아 관련 기사중에 'East Sea (동해)'로 단독 표기된 적이 단 한차례도 없었으며, ‘Sea of Japan (일본해)’라는 오류 표기가 독점해왔다고 한다. 세계각국의 정부 및 글로벌 기업, 국제기구 및 언론사에서 가장 많이 구독하는 이와 같은 글로벌 신문에 일본해로 잘못 표기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정부가 아닌 민간인 김장훈과 서교수가 직접 나선 것이다. 본업인 가수와 교수직을 잠시 미루고, 왜곡된 사실을 바로 잡고 오직 진실만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것을 지켜내기 위해, 직접 기획하고, 투자하고, 발로 뛴 두 사람에게 대단하다라는 칭찬과 격려에 앞서,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하다.



 

광고에는 ‘Sea of Japan’이 아니라 ‘East Sea’가 옳다고 설명하는 그림이 들어가 있고, 하단에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는 2천년 동안 세계적으로 ‘동해’라고 불러왔던 만큼 독도 역시 한국의 영토임이 자명하다. 이는 바꿀 수 없는 역사적 진실” 이라는 내용이 실렸으며, 앞으로는 동해와 독도라는 정확한 표기를 해줄 것을, 3대 글로벌 신문사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 에 당당하게 요구했다는 사실이다.

 

'East Sea (동해)'가 세계지도상에 ‘Sea of Japan (일본해)’로 쓰여진다면, 일본인들은 일본해 안에 독도가 있기 때문에 독도가 아니라, 다케시마라는 억지 논리를 주장할 근거가 마련된다. 이것은 일반 외국인들에게 손쉽게 다케시마를 관철시킬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그들이 확보하는 꼴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전면광고는 커다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13일 김장훈이 <독도, 동해, 두려울 일 없다고 봅니다> 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우리가 조용한 외교를 하는 사이 바뀐 건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바로 전 세계의 지도와 자료에서 독도가 다케시마로, 동해가 일본해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 8월 15일에 광복절을 맞아 반크와 SBS가 함께 기획한 특집방송을 보면, 우리가 조용한 외교를 하고 있는 사이, 일본이 전세계에서 어떤식으로 다케시마 로비하고 있는 지, 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특히나 그의 글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독도와 동해문제는 한국과 일본간의 싸움이 아닌, 이 사건을 바라보는 제 3자를 설득하는 싸움이며, 우리가 독도와 동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공부를 해야 이긴다는 점이다. 외국인을 직접 만나거나 인터넷상의 글로벌 커뮤니티등을 통해 개개인이 민간외교사절이 될 수 있는 우리가, 무턱대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그들에게 얘기한다면 진정성을 가지고 들어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Why?” 라고 되물었을 때, 최소한의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들어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우성에 대한 비판과 김장훈에 대한 칭찬을 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아무리 김치는 기무치가 아니고 독도는 다케시마가 아니라고 당연하게 생각한들, 우리 마음안에 갇혀서는 우리 것을 지킬 수 없는 세상속에 살고 있다.

 

정우성이 ‘Kimchi(김치)’라고 똑바로 썼다고 가정하자. 지금처럼 화제가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Kimuchi(기무치)’를 세계화하려는 일본인들의 속셈을 일반인인 우리가 얼마나 읽을 수 있었겠는가? 만일 당신에게, 제 3자인 외국인이 기무치가 아닌 김치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설명해달라고 했을 때, 무슨 대답을 할 것인가? 오히려, 정우성의 ‘기무치’ 논란으로 인해,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에서 ‘Kimuchi(기무치)’가 아닌 ‘Kimchi(김치)’로 국제표기를 통일했다는 객관적 사실을 말할 수 있게 된 학습효과를 잊지 말자. 동시에 동해와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객관적 근거를 통해 주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 지식은 갖추자. ‘독도는 우리 땅’이란 노래만 정확히 알아도 ‘세종실록 지리지’라는 문헌을 예로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반크를 제대로 지원할 수 없다면, 로또복권이 아닌 반크복권을 발행했으면 한다. 적극적인 기부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소비를 통한 기부형태를 도입하는 장점도 있지만, 매주 발행되는 복권과 같은 접근성이 뛰어난 기호품을 통해 독도에 대한 경각심을 수시로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한다. 독도와 동해는 몇몇 천사들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지켜야 하는 우리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