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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사랑, 새드엔딩 만들 유일한 훼방꾼?

바람을가르다 2011. 6. 10. 09:55






9일 방송된 최고의사랑 12회는, 소소하고 잔잔하게 흘러갔다. 폭풍같이 몰아칠 마지막 4회를 앞두고 숨을 고르는 듯한 모습이랄까. 그만큼 최고의사랑 13회부터 16회까지 풀고 담아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선 독고진(차승원)의 인공심장 수술과 관련된 사실을 연인 구애정(공효진)이 알게 되고, 두 사람이 쏟아낼 눈물의 쓰나미. 독고진-구애정의 열애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과 이로 인한 파급효과. 또한 국보소녀의 해체이유를 둘러싸고, 구애정이 뒤집어 쓸 수밖에 없었던 오해와 대국민 비호감을, 한미나(배슬기)의 출현과 장실장(정만식)과 강세리(유인나)의 개입으로 어떻게든 매듭지어야 한다.

무엇보다 독고진의 인공심장 재수술 성공여부가 핵심이자 마침표다.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의 갈림길에 독고진의 인공심장수술이 놓여 있는 셈이다. 그리고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도, 바로 독고진의 생사여부다.



최고의 사랑, 새드엔딩 만들 유일한 훼방꾼?

최고의사랑은 로맨틱코미디다. 새드엔딩과는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지금껏 최고의사랑이 보여준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안할 때 해피엔딩을 예감하고 있다. 그러나 장르와 엔딩이 어울리지 않다고 해서 연결되지 말란 법은 없다. 제작진이 마음만 먹으면 새드엔딩을 뽑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불길한 기운이 처음으로 느껴진 게 최고의사랑 12회였다.

독고진은 더럽게 살고 싶다면서, 주치의에게 재수술을 성공할 자신이 있냐고 물었다. 주치의는 자신은 심장수술에 관해선 국내 최고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의사의 자신감이 거슬렸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수준의 표현이라면 드라마의 극적인 반전을 감안할 때 오히려 안심이 되었을 텐데, 독고진의 주치의는 다른 드라마 속 의사들과 달리, 지나치게 자신감에 쩔어 있었다. 그 자신감이 불안요소 첫 번째다.



물론 환자인 독고진을 안심시킨다는 차원에서 피력한 자신감일 수 있으나, 정작 수술실에 들어가서 독고진의 심장을 열어 보고는 ‘답이 없네...’ 따위의 말이 튀어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즉 주치의가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노래를 할 것이 아니라, 말을 좀 아꼈으면 좋겠다. 가급적 해맑게 웃지도 말고. 수술을 깔끔하게 성공하고 나서 잘난 척해도 되니까.

사실 최고의사랑 12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람은 윤필주(윤계상)였다. 그는 구애정이 독고진과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구애정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혹시라도 구애정이 자신때문에, 신경을 쓰고 부담을 가질까봐 태연한 척 애썼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최고의 배려가 무엇인지, 윤필주는 보여주었다.

그러나 절대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다. 마음속으로 하고 싶었던 배려도 아니었다. 윤필주도 사람이고 남자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쿨하게 떠나보낸다는 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가. 때문에 차안에서 구애정을 떠올리며 펑펑 울었던 것이다. 구애정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독고진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윤필주같은 남자는 참 드물다. 한번도 구애정의 독고진을 향한 사랑에 태클을 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 사람이 극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까지 자처했다. 세상에 이런 남자가 있을까.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사랑에 어떻게 윤필주는 매번 이타적이 될 수 있는가. 그렇다고 독고진과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사이도 아니고 말이다. 단지 구애정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윤필주는 진정한 국보다.

문제는 윤필주가 구애정에 대한 욕심을 억제할수록 그의 캐릭터는 빛나고, 새드엔딩의 여지를 키운다는 사실이다. 만일 독고진이 죽는다해도, 구애정옆에는 윤필주가 있기 때문에 시청자가 그나마 안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윤필주가 한번만이라도 사심을 드러내고, 구애정과 독고진사이를 훼방하고 갈라 놓았다면, 역시 구애정옆에는 독고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해질 텐데, 독고진이 죽어도 구애정에게 차선책인 윤필주가 대기중이라면 얘기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해피엔딩의 유일하고 강력한 방해물은 독고진의 인공심장수술이 아니라, 구애정에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국보사랑을 전파중인 윤필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독고진의 수술이 실패하고 구애정의 곁을 떠난다면, 그 원흉은 천사표 윤필주의 존재감이다. 물론 독고진이 죽는다고 해도, 구애정이 윤필주에게 마음을 주는 장면을 볼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여전히 독고진과 구애정의 95%의 해피엔딩을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의사랑 12회에서 처음으로 5%의 새드엔딩을 보았다. 그러나 100% 해피엔딩의 확신을 위해, 13회부터 15회까지는 독고진과 구애정의 위기와 시련이 사정없이 몰아치길 기대한다. 윤필주도 구애정을 향한 적극적인 욕심도 드러내고. 그래야 시청자의 강력한 저항속에 해피엔딩에 가까워질 거 같은 아이러니에 놓였다. 그리고 거센 위기를 독고진-구애정커플이 최고의 사랑으로 극복해 갈 수 있다면, 16회에서는 시청자가 바라는 상상 그 이상을 목격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