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사랑, 베드신이 필요한 이유?
최고의사랑 11회에서는, 남녀가 연애를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 또 기본이 되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돈? 능력? 바로 건강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최고의 사랑도 할 수 있다. 그 사실을 심장이 고장나, 생사가 불투명한 한류스타 독고진(차승원)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구애정(공효진)이 너무 보고 싶었던 독고진은 그녀의 집을 찾아갔고, 구애정이 없는 틈을 타 방문조사를 하던 중, 그녀의 화장품을 손을 댔다. 화장품에서 구애정냄새가 난다며, 변태스토커마냥 자신의 코밑에 화장품을 바르고, 구애정을 매우 추하게 느끼고 있었다. 구애정은 그 사실을 알고도, 변태 독고진에게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남자였기 때문에 애교정도로 눈감아 준 것이다.
이어 옥상에 올라가 독고진은 충전한답시고, 앙드레김 패션쇼에서만 볼 수 있다는 이마키스를 작렬했다. 그리고 고장난 심장을 수리받기 전까지, 한달만 구애정을 자신의 집에 가두고 매일같이 충전하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한달 동거를 원하는 독고진에게, 구애정은 자신을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요구했고, 그럴 수 없다는 그를 차갑게 외면했다.
최고의사랑, 베드신이 필요한 이유?
이유는 간단하다. 구애정은 진심이었던 독고진을 오해하고 있었다. 독고진의 제안은 한달만 자신을 사랑하고 버리겠다는 말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구애정은 독고진의 인공심장이 고장난 원인을 정확히 모른다. 그가 진짜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지도 아직 모른다. 단지 독고진의 고장난 심장이란? 구애정을 사랑하기 때문에 잘못되고 고장난 것이며, 한달후에 수리받는다는 독고진의 말은 한달후면 그가 구애정을 완전히 극복하고 차버리겠다는 말로 판단한 것이다.
때문에 구애정은 독고진이 자신을 신데렐라로 만들어 준 운동화를 버리고, 그를 완전히 지우려 했다. 독고진을 정리하라는 문대표(최화정)의 반협박에 가까운 회유때문만이 아니었다. 나쁜 남자 독고진에게 더 빠져들기 전에, 스스로 독한 마음을 먹고 도망쳐야 한다고 눈물을 흘리며 다짐한 것이다. 더 이상 그를 사랑해서 상처받기 싫으니까. 그리고 독고진 금단증상을 최대한 막기 위해, 구애정은 윤필주(윤계상)에게 도움을 청했다.
독고진에게 소풍을 가자며 자신의 집앞에서 기다리라 해놓고, 윤필주를 대동해 밤늦게 나타난 구애정은 놀랐다. 정말 독고진이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타가 필요했다. 독고진이 보란듯이, 구애정과 윤필주는 양손을 맞잡는 발연기를 구사했고, 이미 정신이 나간 독고진은 발연기에도 완벽하게 속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구애정의 마음은 도저히 독고진을 놓을 수가 없다. 그를 붙잡으면 상처를 받을 걸 알면서도, 그에게 가고 싶은 본능. 여기엔 약도 없다. 유일한 처방전은 오직 독고진. 구애정을 지켜보던 한의사 윤필주도 두손두발 다 들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구애정은 독고진앞에 짠하고 나타났고, 눈물을 흘리며 애정배터리가 방전돼 가던 독고진은 벼락같이 차창을 뚫고 구애정의 입술을 덮쳤다. 얼마나 충전(키스)이 급했으면 차문 열 틈도 없었을까.
독고진이 건강했으면, 구애정에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구애정이 윤필주와 나란히 오는 걸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독고진은 그럴 수 없었다. 모양빠지게 눈물만 흘렸다. 만일 심장수술이 잘못되면, 사랑하는 구애정이 받게 될 상처를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에도 건강이 필수적이다.
최고의사랑 11회는 포옹에서 시작해 키스로 마무리하는 환상적인 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찝찝한 여운을 남겼다. 바로 독고진이 강세리(유인나)에게 했던 바디랭귀지 발언이다. 강세리는 독고진 가슴의 흉터가 심장수술때문인 줄 몰랐다고 했다. 이에 독고진은 너(강세리)와 좋았던 시절에도 바디랭귀지밖에 더 있었냐고 대답했다.
즉 독고진과 강세리는 그렇고 그런 관계를 구애정에 앞서 맺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성인남녀가 그럴 수 있다. 또한 최고의사랑 1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들은 1년전에 헤어졌지만, 연인관계를 유지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느닷없이 바디랭귀지를 거론해, 시청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결국 독고진-구애정의 키스만으론 시청자의 갈증을 확실하게 풀어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지금 당장은 독고진의 생사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시청자로선 독고진과 구애정도 바디랭귀지를 해야 구애정의 캐릭터가 강세리와 비교해 손해보는 느낌이 사라진다. 심장수술을 앞둔 독고진을 두고 할 말은 아니지만, 구애정과의 애정만땅 베드신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물론 독고진의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개연성에 태클을 거는 시청자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심장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헐리우드로 가서 액션신을 찍겠다고 말한 독고진이다. 그렇다면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박한 액션신이, 과연 그에게 무리라고 볼 수 있을까. 더군다나 독고진은 구애정의 충전이 절실하다. 언제까지 한칸씩 찔끔찔끔 채울 것인가.
독고진과 구애정은 이제 완벽하게 서로를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됐다. 무엇이 문제일까. 독고진의 심장? 구애정의 내숭? 제작진의 용단만이 남아있다. 최고의 사랑이 이뤄질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멀리 있지 않다. 심장병을 극복한 베드신!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제작진이 만들고 있는 드라마가 교육방송이라고 착각만 하지 않는다면, 기대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