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나는가수다, 초심을 잃은 건 시청자?

바람을가르다 2011. 6. 8. 13:00






모 연예매체를 통해 나는가수다에 MC이소라의 탈락설이 제기됐다. 기사에 따르면, 6일 있었던 2차 경연에서 해바라기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부른 이소라가 7위를 했고. 1,2차 합산결과에서 탈락이 확정됐다는 얘기를 프로그램 관계자에게서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소라를 대신해 장혜진이 투입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기사에서 거론된 프로그램 관계자가 MBC예능국인지, 나가수 제작진인지, 출연진의 소속사측인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해당 스포일러가 사실인지도 확언할 수 없다. 지난 경연에서도 윤도현의 탈락설이 강하게 제기되었으나, 결국은 김연우가 나가수를 떠나야 했다. 즉, 시청자가 언론의 스포일러에 장단을 맞춰 줄 필요가 없다. 누구 한명은 탈락자로 선정될 것이고, 이번 주 방송에서 확인하면 될 일이다.

나는가수다는 태생적으로 스포일러에 관한 논란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서바이벌 순위경쟁과 탈락시스템을 갖췄음에도 녹화방송이다. 발보다 빠른 게 말이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기본적으로 생산되는 스포일러를 막을 수 없다. 때문에 시청자가 스포일러에 냉정하게 대처하고 경계해야, 그나마 확대와 반복, 재생산을 막을 수 있다.



나는가수다, 초심을 잃은 건 시청자도 마찬가지?

다만 이소라 탈락설이 나온 배경과 네티즌의 반응은 한번쯤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이소라는 1차 경연에서 임재범의 ‘주먹이 운다’를 불러 5위를 마크했다. 김범수가 6위, BMK가 7위다. 이들 중에 탈락자가 나올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매우 높다. 나란히 1,2,3위를 차지한 옥주현-윤도현-박정현은 안정권인데다, 4위였던 JK김동욱은 한영애의 ‘조율’이란 희소성이 느껴지는 곡을 만나 상위권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소라-김범수-BMK중에 한명이 탈락자가 된다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또한 장혜진이 투입설이 사실이라면, 김범수도 탈락과는 무관해 보인다. 김범수가 탈락하고 장혜진이 투입되면, 나가수 남녀 성비가 2:5로 심한 불균형을 낳기 때문이다. 즉 이소라-BMK가 탈락에 근접하다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소라의 탈락만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여론이다. 컨트롤이 힘든 이소라를 신정수PD와 나가수제작진이 의도적으로 탈락을 유도했다는 반응도 나오고, 이게 다 옥주현때문이라며, 옥주현의 자진하차를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청중평가단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만일 이소라가 탈락한다면, 나는가수다에 몰아칠 후폭풍이 거셀 것임을 예고한다.



이소라는 고음병에 걸렸다는 나가수에서 가장 중심을 잡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순위에 연연하지 않았던 대표적인 가수가 이소라다. 만일 이소라의 탈락이 사실이라면, 시청자는 나가수시스템에 불만이 생기고, 청중평가단마저 불신할 수밖에 없는 위기라는 걸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시청자는 청중평가단의 선택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전문가가 아니다. 자신이 더 공감을 받은 가수의 무대에 투표를 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 또 그래야 공정한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다수의 시청자가 바라는 선택을 강요받고 그대로 옮겨야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청중평가단의 본분을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가수다는 명품가수의 무대를 보고 느낀 청중평가단의 솔직하고 순수한 투표가 매력이고 경쟁력이다. 가수의 재능이나 이력보단 무대를 통한 공감에 투표가 현실적으로 옳다는 얘기다. 청중평가단이 가수의 실력, 완성도 있는 무대를 평가하겠다고 들면, 정말 웃긴 상황이 된다. 세상 경험이 적은 유치원생이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본 어른의 행동을 지적하고 평가하는 모순에 직면한다. 아이는 어른의 행동에 따라, 좋다 혹은 싫다,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순수함이 매력인데 말이다.



즉 청중평가단은 가수들의 무대를 순수하게 접근할 때 빛나는 것이고, 실력이나 무대의 완성도가 아니라 공감으로 순위가 매겨지는 가수들은, 출연과 탈락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 것이다. 시청자가 청중평가단의 선택을 불신하기보단 순수하게 인정해야 한다.

옥주현의 섭외설이 돌았을 때부터, 제작진의 잘못된 선택이라는 글을 개인적으로 꾸준히 올렸었다. 프로그램의 취지와 색깔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섭외된 이상, 나가수 무대에서 그녀를 평가하는 게 맞다. 옥주현의 천일동안. 아무런 감동도 즐거움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청중평가단은 그녀를 1위로 꼽았다. 내가 감동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청중평가단의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동시에 김건모처럼 7위를 한 것도 아니고, 옥주현이 비호감이라고 해서 자진하차를 강요한다면 나가수의 룰을 어기는 것이다.

이소라든, 김범수든, BMK든 그 누구라도 나가수에선 탈락할 수 있다. 지난 2차 경연에서 청중평가단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투표수에서 밀려났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청중평가단의 잘못인가. 신정수PD의 잘못인가. 이소라나 김범수, BMK의 잘못인가.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악법도 법이다. 원칙에 근거해 거짓과 조작이 없다면, 시청자도 결과를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대범함을 보여야 한다.



제작진도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하지만,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김건모가 7위를 하고, 재도전을 무리하게 감행했을 때, 많은 시청자가 반발했다. 김건모가 싫어서도 아니고, 그의 실력을 폄훼해서도 아니다. 원칙을 지키고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고 싫은 걸 억지로 보라고 강요할 순 없지만, 설사 이소라가 탈락한다고 해서, 시청자가 제작진이나 청중평가단을 비난해선 곤란한 이유다.

이소라가 그동안 나가수에서 보였던 공적을 누적시켜, 청중평가단이 투표에 반영해야 하며, 절대 그녀를 탈락시켜선 안 된다는 여론이야 말로, 형평성에 어긋나는 특혜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시청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에 불거진 스포일러에서 다른 건 몰라도, 장혜진의 투입은 사실이면 좋겠다. 나가수의 기획의도와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혜진처럼 숨은 보석같은 가수들이,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나가수 출연을 선언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각종 논란으로 비틀거리는 현재의 나가수를 즐겨 보는 시청자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