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1박2일 은지원, 반칙왕의 두 얼굴?

바람을가르다 2011. 6. 6. 09:15






5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 여배우특집 3편에서는, 저녁식사복불복과 잠자리복불복이 차례로 펼쳐졌고, 인간제로게임에 실패한 김하늘-염정아-최지우-서우는 야외취침을 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기상미션에선 강호동-염정아, 김종민-서우 커플이 깃발을 찾는 데 실패했으나, 맏언니 김수미의 강력한 주장에 힘입어, 여배우인 염정아-서우까지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특혜를 누렸다.

이에 앞선 상황에서, 하나 남은 깃발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던 기상미션도중에, 은지원이 김종민-서우 커플의 손을 쳐 탈락시키는 반칙(?)을 범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커플끼리 잡은 손을 놓을 경우 탈락이라는 제작진의 룰을, 은지원은 반칙으로 볼 수 있는 행위를 함으로써, 상대방의 기회를 빼앗은 셈이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나영석PD는, 은지원-김하늘 커플이 아닌 서우-김종민 커플을 탈락시켰다. 시청자에 따라 나영석PD의 결정을 납득하기 힘들 수 있었다. 은지원의 행동은 페어플레이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은지원의 이러한 반칙성 돌발행동은 자주 일어나지만, 그때마다 나영석PD는 은지원의 행동만큼은 편애에 가까울 정도로 눈감아 주었다. 왜일까?



1박2일 은지원, 반칙왕의 두 얼굴?

은초딩 은지원의 캐릭터를 지키기 위해서다. 초딩스런 발상으로 반칙성 플레이를 종종 하는 은지원이, 그나마 1박2일내 갈등과 긴장을 조성하고, 이를 통한 예능의 재미와 에피소드를 만드는 주역이기 때문이다. 만일 나영석PD가 은지원의 반칙성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하면, 은지원은 악동 은초딩이란 캐릭터를 잃어버린다.

1박2일 멤버들이 모두 이승기나 엄태웅처럼 성실함, 무난함을 추구한다면, 과연 다양한 재미를 만들 수 있을까. 미션과 복불복 등에서 뻔한 전개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리얼버라이어티도 드라마와 다를 바 없다. 악역을 맡아줄 멤버는 필수이고, 누군가가 악역을 맡아 프로그램에 긴장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선한 캐릭터도 함께 빛나며 공존할 수 있다. 1박2일은 공정성이 가장 요구되는 위대한탄생이나 나는가수다와 같은 오디션예능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착한 캐릭터만 나오는 드라마가 없는 이유는, 갈등과 긴장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에 에피소드가 진부하고 이렇다 할 재미를 양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선악이 뚜렷한 드라마가 몰입도도 높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올 수 있는 기본배경이다.

은지원도 이승기나 엄태웅처럼 착하고 순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톡 까놓고 1박2일여행와서 밥한끼에 목숨 걸 이유가 없다. 게다가 기상미션은 더욱 그렇다. 기상미션 후에는 멤버들이 밥을 먹고, 강호동의 클로징멘트와 함께 퇴근이다. 아침밥 조금 늦게 먹는다고, 억울해서 몸살 날 은지원이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가장 적극성을 보이는 은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장 루즈한 코너인 기상미션이 그나마 반전을 도모하며 재미를 이어가고 있다.



깃발찾기처럼 식상하고 긴장감이 떨어지는 미션을 매번 내놓는 제작진을 비판할 순 있어도, 그 식상함에서 재미를 뽑기 위해 돌발상황을 만들고, 때로는 무리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던 악동 은지원을 타박해선 곤란한 이유다. 시청자가 앞장서서 은지원의 행동을 비난할 게 아니라, 오히려 그의 악동캐릭터를 응원하고 지켜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박2일의 재미는 지금보다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은지원을 향한 비난이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형국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MC몽이 하차한 이후, 현재 은지원외에 악역을 맡고 있는 멤버가 없다. 이수근도 앞잡이 색깔이 많이 빠졌고, 강호동마저 중심을 잡아주던 김C의 공백까지 메꾸느라 악역보단, 리더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며 오히려 당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선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승기-엄태웅. 여전히 자신의 포지션을 잡지 못한 채 1년 반이 넘도록 적응중이란 말만 되풀이중인 김종민이 전력외로 구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1박2일 여배우특집은 승부욕이 불타던 여배우들의 맹활약으로 대박, 그 자체였다. 예고편에서 알 수 있듯이, 성동일-김정태 등을 앞세운 명품조연 남배우특집도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문제는 연예인게스트특집이 끝나면, 또 다시 멤버들만의 힘으로 1박2일을 꾸려가야 한다. 그 안에서 매번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재미를 시청자에게 선사하려면, 은지원의 캐릭터가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니라, 제작진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받쳐줘야 한다.

특히 1박2일의 기상미션은 수정과 보완이 절실하다. 일밤 나는가수다가 시간대를 2부로 옮겨, 1박2일과 정면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긴장감이 가장 떨어지는 1박2일의 기상미션시간에, 나는가수다는 경연의 순위를 발표하고 탈락자를 배출해 긴장감을 최고로 끌어올린다. 1박2일이 프로그램 끝나는 순간까지 온전히 시청자를 붙들고 싶다면, 기상미션에서 비난을 감수하는 은지원의 원맨쇼에 기댈 것이 아니라, 멤버들 개개인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제작진의 뒷받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