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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사랑, 가장 잔인했던 순간?

바람을가르다 2011. 5. 29. 08:26






26일 방송된 최고의사랑 8회는, '신데렐라 롤러코스터를 타다'로 요약할 수 있다.
비호감 퇴물연예인 구애정(공효진)이 많은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류왕자 독고진(차승원)은 무릎을 꿇고 신발을 신겨 주었고, 예능 커플메이킹에선 한의사 윤필주(윤계상)가 네명중 세명에게 건네야 할 장미꽃 세송이를 모두 구애정에게 받쳤다. 독고진과 윤필주의 애정공세에 구애정은 여자로서 인생 최고의 상한가를 쳤다.

그러나 구애정의 행복더하기 잔인한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전에는 찌질한 남자 한명 알짱거리지 않았던 그녀앞에, 갑자기 왕자 두명이 매달리니 얼마나 고민스럽겠는가. 그렇다고 구애정이 '아내가 결혼했다'의 손예진처럼 두명을 모두 거느릴 입장도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구애정이 꽃을 들고 선택해야 할 시간이다. 구애정에게 어장관리는 너무 벅찬 과제다. 자칫하다간 둘 다 놓칠 수 있다.

근데 남자들이 가만 놔두질 않았다. '짐승바디' 독고진은 수술한 심장의 흉터를 보여주고 마이 아픈 자신을 두고 윤필주에게 가지 말라며 진달래꽃을 세뇌시켰고, '꽃보다 빵' 윤필주는 사랑으로 가는 만남의 유통기한을 늘려달라며 배려를 닮은 집요한 남자의 본능을 드러냈다. 착해빠진 구애정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러나 구애정도 여자였고, 은근히 상황을 훑으며 남자 둘을 묶어두는 본능에 충실했다.



최고의사랑, 가장 잔인했던 순간?

8회 내내 행복한 고민에서 허우적대던 구애정에게 씻기 힘든 상처로 남을 반전이 발생했다. 든든한 양다리에 몸값을 높여가던 그녀를 빠르게 추락시킨 주인공은, 실리에 민감한 문대표(최화정)도, 악녀 본능을 마음껏 발휘하기 시작한 강세리(유인나)도 아니었다. 바로 독고진의 심장수술을 담당했던 의사였다.

독고진은 알게 됐다. 왜 국보소녀의 '두근두근'노래만 나오면 자신의 심장이 뛰는 지, 왜 구애정을 보면 쉽게 마음이 해제되고 사랑을 느꼈는지 말이다. 과거 독고진이 심장수술을 받을 당시, 의사가 틀어놓았던 국보소녀 '두근두근' 노래를 심장이 기억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에 따른 자연스러운 떨림이 아닌, 심장수술 후유증으로 생긴 인위적인 떨림으로 보는 것. 즉 구애정을 사랑했던 게 아니라, 심장이 일으킨 일종에 착각이란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구애정은 독고진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독고진이 평온했던 구애정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때문에 구애정은 젠틀한 윤필주에게 갈 수도 없었다. 구애정에게 윤필주면 얼마나 땡큐베리감사코스인가. 그럼에도 구애정은 독고진이 맘에 걸려, 윤필주의 적극적인 프로포즈에 난색을 표명했다. 애정의 마음이 콩밭 독고진에 가 있던 터라, 윤필주는 애간장이 타들어가고 자신부터 진정혈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구애정에게 가장 잔인했던 순간이 찾아왔다. 최고의 사랑 8회 마지막장면이다. 독고진이 병원에 들렸다는 소식을 접한 구애정은, 그가 걱정돼 집까지 찾아갔다. 그러나 독고진은 눈빛부터 달라져 있었다. 그동안 구애정을 바라보던 애정어린 눈빛은 사라지고, 독고진의 눈에 구애정은 '너 따위'정도에 머물고 있었다.



독고진은 국보소녀 두근두근 벨소리를 들어도, 이제는 자신의 안전수치 60에서 90사이를 벗어나지 않음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구애정에게 더 이상은 너를 봐도 두근두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구애정이 '왜요?'라고 물었다. 이왕 차버리고 이별할 거면, 독고진이 대답을 해줬어야 했다.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독고진은 비겁하고 무례하게도 '왜 일거 같아?'라며 구애정에게 잔인하게 되물었다.

결국 구애정의 입에서 가장 비참하고 안타까운 한마디가 떨어졌다.
"이제 날 사랑하지 않아요?"
이에 얄밎게도 '딩동!'이라고 썩소를 날리며 화답하는 독고진.



이제 날 사랑하지 않느냐고 웃을 듯 울듯 되묻는 공효진의 섬세한 연기가, 구애정을 더욱 불쌍하게 만들었다. 독고진의 딩동보다 구애정의 대답이 더 잔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이 얼마나 신발같은 경우인가. 취재진앞에서 신발을 신겨주며 구애정을 신데렐라로 만들어주던 왕자 독고진은 어디가고, 이제와서 신발을 벗겨 내쫓겠다는 180도 변한 남자 독고진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다.

독고진의 나라로 들어오라며 달콤하게 꼬실 땐 언제고, 이제와서 구애정을 불법체류자취급하다니 말이다. 결국 구애정을 내쫓은 독고진의 왕국은 최고의사랑 9회 이후 몰락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착해빠진 구애정이다. 착한 남자 윤필주 만나서 행복하면 될 것을, 나쁜 남자 맛을 본 구애정이 독고진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구애정은 마이 아플 것이다. 그런 구애정을 바라보는 윤필주도, 그리고 뒤늦게 후회하게 될 독고진은 진짜 가슴이 아픈 게 뭔지 맛보게 될 것 같다. 결국 병원만 신난건가? 최고의사랑에 환자가 이렇게 줄줄이 엮이니...